영국의 어느 지주가
가진 장원의 잔디가 엄청 멋져 보였던 모양이다. 이에 감탄한 미국인 친구가 물었다. “어떻게 이렇게 훌륭한 잔디를 가꿀 수가 있었나?” 영국인은 대답했다. “글쎄… 아무래도 토양이 비옥한 게 중요하겠지.” “물론, 그것만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겠지?” “아, 또 잔디 종자가 좋아야 하네.” “또 어떤 비법이 있나?” “잔디를 잘 돌봐야지. 물도 제때 뿌리고 잔디가 뿌리내리지 못하는 곳은 옮겨주면서 말이야….” “정말
그것뿐이라고?” 이때 영국인이 무심한 듯 한 마디를 덧붙였다.
“아, 그걸 우리는 지난 5세기 동안 계속해 왔다네….”
정규 과정으로
편성되었을 때 2년이 걸리는 MBA과정을 똑 같은 커리큘럼과
시간을 투입하되 1년 만에 끝내는 속성 코스가 있다면, 즉
같은 내용을 빨리 가르친다면 학생들의 학업 성취는 정규과정과 같을까, 다를까?
결과는 학생들의
학업성취가 정규과정에 비해 떨어진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같은 자원을 투입하되, 시간을 더 빨리 하면 효율이 높아지는 것인데, 배움에는 그게 통하지
않는다. 한마디로 말해, 가르치는 속도를 높인다고 해서 배우는
속도도 빨라지는 것은 아니다. 배우는 데는 익히는 과정, 즉
소화하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경영학자들은 이를 ‘시간
압축의 비경제성(Time Compression Diseconomies)’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Diericks, 1989)
60년대에 태어나 압축적인 경제 고도 성장기에 성장한 나는 뭐든 ‘빨리
빨리’ 하는 것이 미덕이고 조급함이 하늘을 찌르는 그런 사회의 관점을 나도 모르게 내면화 했을 것이다. 그래서 저 영국인의 ‘5세기 동안’이라는
무심한 발언은 놀라우면서도 샘이 날 정도로 부러운 거다. 정원의 잔디는커녕, 조금이라도 손이 안 가는 편리한 아파트로 옮겨 다니기 바쁘고, 시간
절약형 각종 제품과 서비스에 기대어 살면서, 아이들 어렸을 적 사진을 보며 추억에 잠겨 보지도 못하면서
늘 새로운 사진을 디카로 찍어대며 사는 이런 삶이 갑자기 되게 서글퍼진다고 할까.
어린 아기를 키우며
다들 힘들어 할 때, “왜 애들은 왜 속성재배가 안 되냐?”며
푸념해서 주위를 웃게 하던 친구가 있었는데, 단기 완성이 안 되는 것은 아기들이나 잔디만이 아니다. 한 가정의 전통도, 기업의 조직 문화에도 긴 시간이 걸린다. 단기적으로 투입 대비 산출을 극대화하는 것이 효율성(Efficiency)의
개념이라면, 장기적으로 목적하는 것을 얼마나 잘 이루는지를 따지는 것은 효과성(Effectiveness)라고 한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가진 농부가
더 많은 황금알을 한꺼번에 얻으려고 거위의 배를 가르는 것이 효율성 추구라면, 거위를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해 돌보는 것은 장기 효과성을 위한 활동이라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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