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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중소기업 경영자의 체험담이다. 직원과 지방 출장을 가려고 새벽에 서울역에서 KTX를 기다리고 있었다. 출발시간이 다 되어 직원이 전화를 걸어왔다. 잔뜩 잠긴 목소리로, 전날 저녁부터 몸이 좋지 않다며 출장을 못 가겠다는 것이다. 뜻밖의 말에 경영자는 황당했고, 화가 났다. 지금에야 그러면 어떡하냐고, 현지에서 해야 할 일은 어떡할 거냐고, 이런 식으로 일하는 거 아니라고, 혼 내고 싶은 마음이 화와 함께 목구멍까지 올라왔다. 하지만 참았다고 한다. 그리고 이렇게 얘기했다.

 

몸이 아프면 우선 회복을 해야죠…… 당황스럽지만 할 수 없지. 우선 내가 가서 일 처리한 후 나중에 결과를 알려줄 테니 그때 의논하기로 합시다.” 직원은 죄송하다며 전화를 끊었다. 경영자는 출장 다녀온 후에 실제로 현지 미팅 결과를 자료화해서 공유해 주었고, 다음 계획을 상의하는 회의를 가졌다. 회의 후에 식사를 하는데 직원이 이렇게 말했다.

솔직히 출장 못 가겠다는 전화를 했을 때 사장님 반응에 놀랐습니다. 혼날 각오를 하고 걸었거든요…… 출장 후 결과를 메일로 보내주셨을 때는 감동이었어요.”

경영자는 이렇게 얘기했다. “그 새벽에 화 내지 않고 말하는 게 쉬웠겠습니까? 하지만 나중에 직원 얘기를 들어보니 참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더구나 이 경영자는 대기업에서 잔뼈가 굵은 분이다. 대기업에 비해 직원들의 훈련 정도나 업무 자세에 대해 실망한 적도 많고, 그래서 잔소리와 질책이 많았다. 그 직원과 직접 얘기할 기회가 있어서 물어봤더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그때 사장님이 저를 사람 취급 안 하셨다면 저는 이 회사 다녀야 하나 고민하면서 마지못해 다녔을 겁니다.”

 

어느 날 안연은 스승 공자에게 인()에 관해 물었다. 공자가 그에게 대답했다. “자기를 극복해서 예로 돌아가는 것(극기복례, 克己復禮)을 인이라 한다.” 극기복례, 즉 자기 중심성을 극복하고 마땅한 이치를 추구한다는 뜻인데, 이 말은 자신의 마음을 수양한 다음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대한 행동을 예로 행해야 함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부모가 아이를 대하는 것도 이와 같지 않을까? 아이의 부족한 면이 더 크게 보이는 부모들에게 예로써 아이를 대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아이의 문제 있는 행동 하나에도, 시험에서 실수한 것 하나에도, 부모들 나름대로 자기 중심적 해석을 쉽게 내리고 그에 따라 아이들을 판단해버린다. 때로는 아이들에게 비하적인 표현까지 쓰면서도 그게 아이들을 위하는 것이라 생각하기도 한다. 많은 부모들이 고민하는 대로, 아이들을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것은 매우 어렵다. 사실 아이들이 어떤 삶을 살 것인지는 본질적으로 아이들의 선택이다. 하지만 부모로서 우리가 아이들을 어떻게 대하는가, 그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는 우리 각자가 선택하는 것이다.

 

인으로써 사람을 대하는 것’, 이것이 동양사상에서 본 리더십의 관점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 기저에는 우리 내면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사상이 깔려 있다. 아이들을 변화시키려 들기 이전에, 우리들의 내면부터 성숙하게 수양해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