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중학교 3학년 때 새로 부임한 영어 선생님이 우리 반 담임이 되었다. 처음에 나와 선생님의 관계는 나쁘지 않았다. 큰 키 탓에 맨 뒷줄에 앉아 말썽을 피우는 아이들과도 친하게 지내지만 성적도 나쁘지 않은 나를 쓸모 있게 생각했는지 선생님은 잔심부름이나 예정된 두발 단속 일정을 친구들에게 전달하는 일을 시키곤 했다. 선생님과의 좋은 관계는 여름 방학이 시작되기 전에 끝이 났다. 선생님이 나에게 학교에서 멀지 않는 곳에 있는 영어 학원에 다니는 것이 좋겠다고 제안했기 때문이다. 나중에 알았지만 그 학원은 선생님이 운영하는 것이었다. 우물쭈물 대답을 미루며 며칠이 지났을 때, 선생님은 느닷없이 내게 매일 남아 교실 청소를 하라는 벌을 내렸다. 이유를 모르는 나는 꼼짝없이 교실 청소를 하면서 억울함과 분노를 느꼈다. 그렇게 겉과 속이 다른 선생님에게 나는 이중인격자라는 죄목을 붙였다. 그렇다고 그를 처벌할 수 있는 힘은 내게 없었다. 어리석게도 그때 내가 선택한 건 그를 실망시키거나 곤란하게 만드는 행동을 하는 것이었다. 교실 뒷줄에 앉아서 공부 보다 다른 것에 관심이 많은 친구들과 가깝게 지냈고, 종종 수업을 빼먹고 밤늦게까지 그들과 어울려 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내가 공부가 싫고 노는 것이 좋아 친구들과 어울리는 게 아니라는, 그냥 그 ‘이중인격자’에게 협조하지 않겠다며 선택했던 길이 나를 박쥐 생활로 이끌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들은 좋아하지만 의미 없이 시간을 보내는 것은 내 스타일이 아니었다. 결국 나도 겉과 속이 다르게 살고 있는 이중인격자라는 생각이 들자 머리가 하얘졌다. 이렇게 자신도 기만하는 내가 누구를 이중인격자라고 욕할 수 있다는 말인가? 그때부터 나를 관찰하며 내가 누구인지 탐구를 시작했던 것 같다. 누구를 좋아하면서도 표현하지 못하고 망설이는 찌질이, 할 일을 빨리 끝내려고 조급해하는 조급이, 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참지 못하는 짜증이.... 다양한 내 모습을 조금씩 알아차렸지만 그것을 관리하는 방법은 30년이 훌쩍 지나 코치가 되고 난 후에야 제대로 알게 되었다. 美Gallup은 사람이 자연스럽게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하는 패턴을 34가지로 분류하고 그것에 이름을 붙였다. 글로벌 강점코치 과정(GGSC)을 통해 강점 코칭을 접한 나는 Top 5 또는 Top 10 강점을 내 인격으로 연결했다. 첫 번째 강점은 무의식적으로 매일 내면의 무대에 등장하는 주연 배우 역할의 인격체, 그다음 강점은 가끔 무대에 등장해 조연 역할을 하는 또 다른 내 인격체, 마지막 34번 근처에 있는 강점들은 내가 꼭 필요할 때 잠깐 등장해 카메오 역할을 하는 인격으로 연결하자 나를 객관적으로 설명할 수 있었다. 강점으로 낯을 가리면서 신뢰 있는 관계를 선호하는 나, 혼자서 생각하는 시간을 좋아하는 나, 부정적이고 힘든 도전을 피하는 나를 이해했다. 나와 다른 주연 배우들로 무대를 꾸미는 상대방을 이해하지 못해서 느꼈던 답답함과 분노도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그 시절 나를 깨우친 죄목은 ‘이중인격자’였지만, 강점 코칭을 배우고 나니 나는 이중인격자가 아니라 다중 인격 아니, 내 안의 다중 인격들을 관리하는 사람이었다. 여러 모습의 나와 내 감정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된 지금, 아쉬웠던 중3 시절이 떠오른다. 그때 강점을 알았다면 내 인생은 어떻게 달라져 있을까? * 칼럼에 대한 회신은 jongkim1230@gmail.com으로 해주시기 바랍니다. | ||
-
PREV [황인원] 코칭은 실상 나누는 것이었다
-
NEXT 다음 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