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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스포츠는 마주 보고 싸우는 경쟁상대가 있다. 축구나 필드하키처럼 서로 점수 싸움을 해야 하는 골대가 있거나 배구나 테니스처럼 서로 공략해야 할 코트가 있다. 그래서 서로 마주 보고 겨뤄야 할 상대를 ‘상대편’, ‘경쟁자’라고 부른다. 때로는 악의적으로 ‘적’ 또는 ‘적군’이라고도 한다. 그런데 골프 경기를 하는 사람들은 서로를 동반자라고 부른다. 동반자와 함께 즐겨야 하는 시간이 다른 스포츠에 비해 길다는 것은 골프의 특이한 점이다. 일반적인 스포츠가 1~2시간인 것에 비해 골프는 18홀을 도는데 5시간 가까이 걸린다. 그뿐인가? 동반자와 같이 샤워하고 식사까지 하는 게 보통이므로 최소 7시간을 같이 보내게 된다. 이렇기에 만약 맘에 안 드는 사람이 있거나 중간에 트러블이라도 생기면 낭패다. 긴 시간을 같이 보내야 하기 때문에 서로가 서로에게 폐를 끼치지 않도록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하는 것이다. 경쟁자라 칭하지 않고 동반자라고 부르는 이유도 어쩌면 여기에 있는 건 아닐까. 이런 골프 속담이 있다.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다면, 같이 18홀을 라운딩 해 보라.”긴 하루를 같이 보내면 그 사람의 성격이나 됨됨이를 어느 정도 알 수 있기에 생겨난 말이리라. 더욱이 골프는 자기 자신에게 엄격한 룰을 적용해야 하는 스포츠이고, 실수를 했을 때 자책하거나 화를 내는 것도 스스로 컨트롤해야 하기 때문에 어쩌면 나 자신의 속살이 금방 드러나는 게임이다. 내가 아는 한, 골프는 너무도 어려운 경기이고 절대 극복할 수 없는 게임이기에 더더욱 그렇다. 그래서인지 예전에는 처음 골프를 치러 가면 선배 동반자가 약간은 엄격하게 골프 룰과 에티켓을 가르쳐 주곤 했다. 골프는 상대편과 함께 같은 방향으로 볼을 치고 같은 페어웨이와 그린을 사용하며, 심지어 같은 홀에 볼을 넣는 경기이다. 같은 방향으로 같은 목적을 가지고 같이 즐기는 게임이기에 동반자 소리를 듣기 위해서는 골프 에티켓을 잘 지켜야 하는 것은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다. 동반자. 근사한 말이다. 동반자이기에 서로를 존중해야 하고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는, 즐기는 사이가 되어야 한다. 지금은 골프 치기 좋은 계절이다. 필드 위 탁 트인 풍경을 바라보다 문득 회사의 구성원들도 목적을 공유하고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서로가 서로의 동반자인 셈이란 생각을 했다. 상대를 이기는 것이 아니라 최선을 다하며 즐기는 경기. 동료를 경쟁자가 아닌 동반자로 대할 때 관계는 더 깊어지지 않을까? 당신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동반자들이 골프를 같이 치고 싶어 하는 사람이 되고 싶은가? 아니면 다시는 같이 치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은가? 부디 서로가 서로에게 좋은 동반자가 되어 필드에서 만나기를 기원한다. * 칼럼에 대한 회신은 kkdaehee@gmail.com으로 해주시기 바랍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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