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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스스로 중요하게 여기는 것만 기억한다. 그 기억들은 단순한 사건의 축적이 아니라, ‘나’라는 리더를 형성하는 본질적인 조각들이다. 심리학자 댄 맥아담스(Dan P. McAdams)는 『The Stories We Live By』에서 이를 ‘자서전적 기억(autobiographical memory)’이라 정의하며, 이 기억이 자아 정체성과 삶의 의미를 만들어간다고 강조한다. 코칭을 하며 들은 말 중 가장 인상 깊었던 문장이 있다. “코치님과의 코칭을 통해 제 인생이 바뀌었어요.” 이 말은 단순한 찬사가 아니었다. 그 고객은 잊고 있던 자신의 리더십 원형을 코칭을 통해 다시 만나 회복했고, 새롭게 행동하기 시작했다. 수년 전, 한 신임 담당이 나를 찾아왔다. 성실하고 책임감 있는 리더였지만, 구성원과의 심리적 거리감과 존재감 부족으로 자주 흔들리고 있었다. “회의에서 제 말이 무게 있게 들리지 않아요. 팀원들도 저를 리더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 같고요.” 나는 단 하나의 질문을 던졌다. “담당님이 누군가에게 인정받았던,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언제였나요?” 그는 잠시 멈춰 있다가, 예전 팀장 시절 구성원이 보낸 메일을 꺼내며 말했다. “팀장님이 조용히 도와주셔서 프로젝트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말없이 곁에 있어 주셔서 감사했어요.” 그 메일은 단순한 고마움이 아닌, 그가 지향했던 리더십의 증거였다. 말없이 옆에 서주는 존재. 강요하거나 드러내지 않지만 책임지는 사람. 그는 그 기억을 다시 꺼내고 난 뒤 달라졌다. 이후 그는 1:1 대화를 더 많이 시도했고, 회의에서는 먼저 묻고 경청하는 쪽으로 방식을 바꿨다. 몇 달 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예전엔 내가 부족해서 그런 줄 알았어요. 그런데 그 기억 하나가 저를 다시 리더로 세웠습니다. 저는 이미 누군가에게 좋은 리더였더라고요. 그걸 잊고 있었던 거죠.” 기억이 회복되면, 리더십이 회복된다. 이것이 코칭 리더십의 본질이다. 성과나 목표보다 앞서 사람의 기억과 정체성, 내면의 의미에 질문하고 그것을 다시 꺼내는 것. 그것이야말로 가장 지속 가능한 리더십 변화다. 코치는 기억의 편집자가 아니다. 그러나 고객이 스스로 중요하게 여겼던 삶의 조각을 다시 꺼내 보고, 그 안에서 가치를 재발견하도록 돕는 연출자는 될 수 있다. 그 기억은 다시 행동을 바꾸고, 그 행동은 다시 누군가의 기억에 남게 된다. 그리하여 코칭은 리더십과 관계의 선순환을 만든다. 그래서 나는 종종 이렇게 묻는다. “당신이 기억하고 싶은 당신은 누구입니까?” * 칼럼에 대한 회신은 chulyong.park2@gmail.com으로 해주시기 바랍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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