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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여 만에 베이징을 찾았다. 베이징 동4환루에 있는 시더 공원 연못가의 버들가지에도, 공항에서 시내로 이어지는 공항 고속도로변의 포플러에도 연둣빛이 보인다. 시내에 있는 매화는 일부 꽃을 피웠다. 베이징에 봄이 오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봄도 봄이지만 이곳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기술 혁신의 진행이다. 우리가 사회적 혼란 속에 있을 때, 중국은 미래를 향해 거침없이 나아가고 있다.


량원펑은 항저우에 본사를 둔 AI 기업 DeepSeek의 창립자이자 CEO이다. 그의 리더십 아래 DeepSeek은 최근 R1 AI 추론 모델을 개발해서 글로벌 AI 산업에 큰 충격을 주었다. 이는 중국 AI 기술의 영향력을 세계적으로 확대하는 계기가 되었다. 왕싱싱은 Unitree Robotics의 CEO로,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을 이끌고 있다. 그는 2025년 말까지 휴머노이드 로봇이 인간과의 상호작용에서 더욱 정교한 능력을 갖출 것이라고 전망한다. 현재 미국에서도 휴머노이드 로봇 하드웨어는 중국산을 선호한다. 이점은 중국 로봇 공학의 발전 속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쉬캉은 전자상거래 및 스마트 모빌리티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NIO(니오)의 로봇 개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있다. 2020년 NIO의 자율주행 팀에 합류한 후, AI 및 로봇을 결합한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베이징은 2025년 4월부터 본격적인 자율주행 차량 운행을 시작할 예정이다. 베이징이 세계에서 가장 앞선 자율주행 상용화한 시가 될 것이다. 이 세 명의 젊은 혁신가는 중국의 AI, 로봇공학, 자율주행 기술을 선도하는 대표적인 인물로 평가된다. 이들의 성과가 중국의 첨단 기술의 선진화를 이끌고 있다.


더욱 놀라운 점은 이러한 혁신을 주도하는 인물들이 대부분 30대라는 사실이다. 특히, AI 분야의 핵심 인물인 량원펑은 1985년생으로 39세이다.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의 왕싱싱은 35세, 그리고 자율주행 기술을 선도하는 쉬캉도 40세가 되지 않았다고 한다. 이들은 베이징의 지식인들 사이에서 존경의 대상이다. 많은 젊은이들은 중국이 곧 기술 분야에서 미국을 능가할 것이라는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한편, 내가 몸담았던 시멘트 산업에서도 예상치 못한 혁신이 일어나고 있다. AI, 자동화 기술이 공장에 본격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 변화를 주도하는 인물들이 역전의 노장들이라는 사실이다. 첨단 기술을 젊은 혁신가들이 이끌고 있는 것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2010년대 초반 유일한 여성 공장장이었던 Rosy는 환갑이 넘은 지금도 여전히 라파즈 시멘트에서 함께 일하던 동료들과 함께 시멘트 업계의 AI, 자동화 보급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 노장의 활약으로 1990년대 선생님이던 우리가 이제는 그들을 선생님으로 모셔야 할 처지가 되었다. 앞으로 역전의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세대는 다르지만 꿈꾸는 마음은 같다. 젊은 세대는 최첨단 산업으로 세상을 바꾸고, 노장은 축적된 경험으로 산업의 혁신을 이끈다. 참으로 흥미로운 패턴이다. 베이징 공항을 떠나며 신구 세대가 각자의 역할을 맡아 기술 혁신과 산업 발전을 조화롭게 이루어가는 모습이 부럽단 생각이 들었다.


혁신은 어느 한 세대의 전유물이 아니다. 다른 길을 걸을 뿐, 모두가 같은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혁신은 그렇게 세대를 넘어 흐른다. 과연 우리는 혁신을 위한 준비가 되어 있는가? 우리에게 봄은 언제쯤 찾아올까?

* 칼럼에 대한 회신은 jolypont56@daum.net으로 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