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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조선일보 윤희영의 ‘뉴스 잉글리시’를 즐겨 본다. 참 좋은 내용이 많다. 2021. 03. 05일 자 ‘어느 부부와 식당 종업원’이란 기사를 요약해 소개한다. 미국에선 식사 후 팁을 놓고 나와야 한다. 보통 식사비의 10% 정도 낸다. 맘에 들면 더 놓기도 한다. 아이오와 주에 사는 스티븐 슐츠 부부는 결혼 6주년 기념 외식을 하러 한 레스토랑에 간다. 그리고 식사비를 계산하면서 100달러의 팁을 두고 나온다. 음식값의 150%가 넘는 팁이다. 웨이터가 잘 해서 그런 건 아니다. 오히려 반대였다. 모든 게 느렸다. 물은 20분 후에 가져왔고 전채 요리는 40분 후에 나왔다. 모든 요리는 한 시간이 지난 후 나왔다. 그 테이블만 그런 게 아니다. 손님들 모두 서비스가 엉망이라고 욕을 했다. 어떤 손님은 불만에 차 나가버렸고, 자리가 나길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다른 데 가라고 말하고 가는 이도 있었다. 하지만 슐츠 씨 부부는 형편없는 서비스에도 불구하고 참아냈다. 웨이터 잘못이 아닌 일손 부족이란 걸 알았기 때문이다. 혼자 12개 테이블을 맡아야 했다. 미친 듯이 뛰어다니며 서빙을 했지만 혼자 감당하기에는 힘들었다. 그런 와중에도 짜증 내지 않고 연신 “기다리게 해서 죄송하다”며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부부는 영수증 귀퉁이에 메모 하나를 남겼다. “우리도 당신 입장이었던 적이 있답니다.” 그랬다. 부부는 한 레스토랑에서 알바를 하다 만나 결혼까지 하게 되었다. 그래서 누구보다 그의 입장을 잘 이해할 수 있었다. 부부는 이 사연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팁을 100달러나 줬다고 칭찬받으려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를 판단하기 전, 그의 모든 입장을 생각해 보자고 상기시키기 위해서다. 고현숙 대표코치의 『유쾌하게 자극하라』(2007)에 있는 사례도 요약해 소개한다. 직원이 중요한 프로젝트에 대한 프레젠테이션을 하게 되었다. 팀장은 직원에게 프레젠테이션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준비를 철저히 하라고 당부했다. 필요한 몇 가지 발표 훈련도 시키고 어떤 점에 유의해야 하는지도 열심히 설명해 주었다. 하지만 프레젠테이션은 매우 실망스러웠다. 직원은 프레젠테이션 초기에 사람들의 주의를 집중시키지 못하여 분위기가 산만해졌고, 참가자들로부터 나온 질문에도 초점을 맞추지 못하는 답변으로 중언부언하다가 어설프게 끝냈다. 상사는 화가 나서 직원을 불러 이야기를 시작했다. “자네, 이번 프레젠테이션의 문제점이 뭐라고 생각하나?” 직원이 우물쭈물하며 대답을 못하자 바로 질책이 이어진다. “프로젝트의 목적에 대해서 뚜렷하게 각인을 시켜줘야 한다고 내가 그렇게 강조했잖은가? 그리고 자신감 있는 태도로 확실히 말해야지. 그리고 내가 말하지 않았는가. 발표 초반에 주의를 집중시킬 만한 것을 포함시키라고 말이야. 그렇게 지적을 해줘도 아무 소용이 없으니… 참.”, “죄송합니다….”, “죄송하다는 말만 하면 뭐 하나. 노력을 해야지.” 이런 식으로 상사가 얘기를 시작하면 대화의 80퍼센트는 상사의 질책과 훈계, 충고로 이어지고 직원은 잔뜩 주눅이 들어 다음 번 프레젠테이션에서는 더 자신감을 잃게 되기 쉽다. 사실 이런 상황이 바로 코칭이 필요한 순간이다. 다음과 같이 하면 어떨까? “중요한 프레젠테이션을 하느라 수고 많았네. 느낌이 어떤가?”, “많이 떨렸습니다. 생각보다 쉽지가 않더군요.”, “그랬군. 앞으로 떨지 않고 발표를 잘하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이처럼 직원의 느낌을 수용해 주고 그 눈높이에서 개선점을 찾아보기 시작하면, 직원은 그것을 자신의 이슈로 느끼게 된다. 상대방에 대한 비난을 빼고 중립적인 자세를 취해보라. 나 중심의 판단과 ‘고쳐주고 말겠다’는 자신의 예고를 내려놓고, ‘어떻게 하면 직원이 이 걸림돌을 해결해 나갈 수 있을까’에 대해 그 직원에게서 답을 구하라. 중요한 것은 ‘호기심’을 가지는 것인데, 내 판단을 내려놓으면 호기심이 생긴다. 자녀에게도 마찬가지다. 자녀가 성적이 좋지 않거나 어려움을 겪을 때 호기심을 가지고 자녀에게 물어보는 데서 출발해 보라. 이미 아이의 마음속에는 어떤 것이 걸림돌이고 어떻게 하면 된다는 생각이 아주 작게나마 자리 잡고 있다. 함부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그 작은 싹을 북돋아주고 크게 이끌어줄 때 아이가 진정으로 성장하게 된다. * 칼럼에 대한 회신은 kthan@hans-consulting.com으로 해주시기 바랍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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