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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소식이 없던 친구가 유튜브 링크를 보내왔다. 화학연구소에서 근무하다 정년퇴직 한 친구는 계룡산 도예촌의 촌장이 되어 있었다. 영상 속 도예가들은 하나의 예술 작품을 만들기 위해 영감을 떠올리고 완성된 모습을 상상하며 구체적인 작업 전략을 세웠다. 신중히 점토를 고르고 반죽한 뒤 유약을 바르고 때로 표면에 그림을 그려 넣는 것까지 하고 나면 그다음은 가마다. 도공들은 온도와 시간을 맞추고 가마를 냉각 시키는 과정까지 최선의 노력을 했다.


그러나 도공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거기 까지다. 불, 도자기, 유약이 함께 만들어 내는 오묘한 조화엔 관여할 수 없다. 냉각 속도의 차이는 도자기 표면에 미세한 균열을 만든다. 균열은 화학작용에 영향을 주어 결과를 예측할 수 없게 한다. 때로 도공의 기대에 못 미치는 색감이나 그림이 만들어지기도 하고 때로는 광채를 더하고 색감을 풍부하게 하여 도자기에 생동감을 만들어준다. 전략을 세우고 최선의 노력을 하지만 어느 지점부터는 신의 영역에 가까운 것이다.


코칭을 할 때도 고객에 따라 코칭 전략을 세우지만 막상 전략대로 진행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코치가 최선을 다해 노력해도 결과는 코치의 의도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다. 고객의 통찰과 의지, 조직의 환경과 맥락이 예측할 수 없는 결과를 만들기 때문이다. 기업에서도 미래를 예측하고 사업전략을 세우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 발병, 우크라이나 전쟁 그리고 대한민국의 비상계엄 상황처럼 전혀 예측하지 못한 변수 때문에 오랜 정성과 노력으로 만든 전략은 효과를 잃는다. 과거 경험과 지식을 기초로 만들어지는 전략에 비해 미래는 훨씬 불확실하고 복잡한 요소에 기인한다.


그렇다고 미래를 예측하고 전략을 세우는 일이 무의미할까?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아무런 전략 없이 운에 맡기며 사는 것은 엔진을 끄고 항해하는 배의 운명과 비슷하다. 목적도 방향도 없이 풍랑에 이끌리는 대로 흘러갈 뿐이다. 도예가는 아무런 전략 없이 예술작품의 탄생을 기다리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은 늘 세밀한 전략을 세운다. 그들의 전략에는 그동안 실패와 성공을 통해 얻은 경험과 지식, 자신의 강점과 개성, 노하우가 모두 동원된다.


기업 운영에서도 예상할 수 없는 지점은 항상 있다. 이때 전략은 목표를 향한 방향성을 제공하므로 전략을 세우는 것은 중요하다. 단, 환경에 따라 언제든 전략을 수정할 수 있는 유연성을 갖춰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전략은 상세지도가 아니라 나침반일 뿐이다.

* 칼럼에 대한 회신은 jongkim1230@gmail.com으로 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