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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 형편 때문에 유학은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하던 내가 국비유학생 시험에 붙어 미국으로 유학을 갔다. 가긴 갔지만 너무 걱정이 많았다. 가장 큰 걱정은 영어였다. 단 한 번도 외국인과 영어로 대화를 해본적이 없었다. 그저 책으로만 배운 게 다였다. 내가 선생님 하는 말씀을 알아들을 수 있을까? 다행히 견딜만 했다. 이과 강의는 수식이 많아 그런대로 이해할 수 있었다.


다음은 전공문제다. 석사학위는 없었지만 연구소 경험이 3년 있어 대충 무슨 소리를 하는지는 이해할 수 있었다. 애매한 건 미국 친구에게 다시 물어서 해결했다. 근데 국비유학생 조건이 맘에 걸렸다. 국가에서 장학금을 주는 대신, 다음 두 가지 경우는 고향으로 돌아가야 했다. 학기별로 B학점이 두 개 이상 있는 경우, 박사자격 시험에서 떨어지는 경우가 거기에 해당했다. 처음 2년은 시험 때마다 잠을 잘 수 없었고 잠을 자도 꼭 시험에 떨어져 한국에 있는 지인을 만나는 꿈을 꿨다. “자네 유학 갔다면서 왜 여기 있는가?” 꿈에서 깨면 땀에 흥건히 젖어 있었다. 그때만큼 노심초사했던 적은 없었다. 내 생애 가장 걱정이 많던 시절이다.


걱정이란 무엇일까? 그때 걱정이 불필요했을까? 난 아니라고 생각한다. 걱정 때문에 악몽에 자주 시달렸지만 긴장의 끈을 놓지 않은 덕분에 학위도 받을 수 있었고 내 삶의 든든한 인프라가 됐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걱정에 부정적인 측면만 있는 건 아니다. 걱정은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불확실하고 부정적 상황에 대해 느끼는 불안과 두려움이다. 키워드는 미래와 불확실성이다. 지극히 당연한 감정이다. 걱정할 걸 걱정하지 않는다면 그걸 더 걱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걱정은 준비 부족에 대한 무의식의 발현이다. 준비를 소홀히 한 나 자신에 대한 무의식적 경고다. 준비를 철저히 하면 사라진다. 걱정은 우리를 지켜주는 직감이다. 흔히 걱정하지 말라는 조언을 한다. 걱정해서 걱정거리가 사라진다면 걱정이 없겠다는 말도 한다. 과연 그럴까? 난 동의하지 않는다. 난 걱정할 건 걱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을 엉망으로 하고 고객이 떨어져 나가는데 걱정하지 않으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조만간 생계에 지장이 생길 것이다. 난 오히려 걱정하면 걱정거리가 사라지고 걱정하지 않으면 조만간 걱정할 일이 생기리란 것에 한 표를 던진다. 걱정은 우리를 지켜주는 직감이다.


근데 다음 몇 가지 걱정은 걱정해야 한다.


첫째, 지나친 걱정이다. Care(Curiosity) killed the cat이란 영어 속담이 있다. 걱정이 고양이를 죽인다는 말로 지나친 걱정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걱정도 팔자라고 한다. 왜 걱정을 할까? 남을 위해서? 아니다. 본인을 위해서 하는 것이다. 남을 위해 걱정하는 것 같지만 사실 그게 취미활동이다. 진정 상대를 위하기보다는 자기가 걱정하고 싶으니까 걱정한다. 겉으로는 그를 걱정하는 것 같지만 사실 걱정을 즐기는지 모른다. 불안한 사람일수록 다른 사람 걱정을 많이 한다. 서민이 재벌 걱정을 할 때 난 그 생각을 한다. 누가 누구 걱정을 하는 건지? 남에 대한 걱정은 최소화하고 자신에 대한 걱정은 최대화해야 한다.


둘째, 쓸데없는 걱정이다. 내가 생각하는 걱정은 흔들의자와 같다. 뭔가 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 사람들이 걱정하는 이유는 걱정을 하는 것이 걱정거리를 없애기 위해 뭔가를 하는 것보다 쉽기 때문이다. 시험 걱정, 취직 걱정, 애 걱정, 나라 걱정… 밑도 끝도 없다. 회사에서는 휴가 가서 어떻게 놀까 걱정하고, 휴가지에서는 회사에 별 일 없을까 걱정한다. 이는 휴가를 간 것도 아니고 일을 하는 것도 아니다. 걱정을 많이 하면 뭔가 한 것 같지만 사실 아무것도 안 한 것이다.


걱정을 하면 좋은 점도 있다. 미리 문제를 예상하고 해법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펜실베니아 대학 심리학 교수였던 토마스 보르코베치(Thomas D. Borkovec)는 사람이 진화하는 과정에서 위험에 대한 예측능력이 큰 도움을 주었다고 말한다. 걱정 그 자체는 필요하다. 중요한 건 걱정만 하는 대신 걱정거리를 없애기 위해 행동을 하라는 것이다.


“걱정하지 않으면 걱정해야 한다. 걱정하면 걱정할 필요가 없다. 어떤 것이 잘못될까 봐 걱정하는 것은 당신을 보호해주고 걱정하지 않으면 문제에 노출되기 때문이다.”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의 대부 레이 달리(Ray Dalio)의 말이다.


무엇을 걱정하는가? 걱정하는 대신 걱정거리를 없애기 위해 일어나 행동하라. 내가 걱정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다.

* 칼럼에 대한 회신은 kthan@hans-consulting.com으로 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