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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한 글로벌 기업이 경기 침체로 인해 심각한 재정 위기에 봉착했다. 직원들은 CEO가 구조조정을 단행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그러나 CEO는 전 세계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통해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보냈다. “우리가 처한 이 어려움은 출구를 찾기 어려운 동굴(cave)이 아니라 시간이 지나면 출구가 있는 터널(tunnel)입니다. 따라서 저는 글로벌 전 직원 모두가 10일간의 무급 휴가를 통해 재정 절약을 도모하고, 동시에 휴식을 취할 것을 제안 드립니다.” 구조조정보다는 어려움을 함께 나누자는 CEO의 제안은 직원들에게 신뢰의 메시지를 전했다. 한국 임원들이 본사의 지침 실행 방안을 논의하던 중, 울산 공장의 생산직 직원들은 무급 휴가에서 예외로 하자는 의견을 모았다. 울산 공장은 신뢰를 바탕으로 한 노사관계를 유지해온 곳으로, 공장 설립 시부터 '노사협의회'가 아닌 '직원협의회'로 이름을 바꿔 운영해왔다. 인사를 담당했던 나는 아태지역 HRO에게 배경을 설명했고, 한국 임원들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허락을 받았다. 지침에 따라 울산 공장장은 직원협의회를 소집하여 10일 무급 휴가와 생산직 직원 예외 방침을 공유했다. 그런데 직원협의회 후, 울산 인사부장이 내게 전화를 걸어왔다. “부사장님, 직원협의회에서 예외 조항이 부결되었습니다.” 깜짝 놀라 그 이유를 물었더니 인사부장의 설명은 다음과 같았다. 직원 대표가 회의에서 이렇게 제안했습니다. “우리는 10년 넘게 이 공장에서 근무하면서 생산직과 비생산직을 구별해 대우받은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회사가 어렵다고 우리만 예외로 두겠다는 배려는 고맙지만, 저희 급여도 결코 낮지 않습니다. 우리도 이 어려움에 동참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 이 이야기를 듣는 순간 나는 가슴이 뭉클해졌다. 사장은 곧바로 임원 회의를 소집해 울산 직원들의 결정을 공유했고, 모든 임원들이 깊은 감동을 받았다. 그 해에 업무상 휴가가 불가능한 소수의 직원들을 제외한 99%의 직원들이 10일 무급 휴가 프로그램에 동참했다. 퇴임 후, 다음 해에 인사팀으로부터 놀라운 소식을 들었다. 그 해의 비즈니스가 재정위기의 터널을 통과하여 더 좋은 비즈니스 성과로 직원들은 전년보다 더 많은 성과 보너스를 받았다는 기쁜 소식이었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는 옛말처럼 글로벌 CEO는 직원을 신뢰하고, 한국 임원들은 울산 직원을 배려했으며, 울산 직원들은 신뢰로 화답했다. 현장에서 배운 큰 교훈은, ‘사람들은 신뢰를 받으면 반드시 신뢰로 답한다’는 것이다. 울산 직원들은 회사의 어려움에 함께 동참했던 ‘신뢰의 기억’을 매우 자랑스레 여길 것이다. 신뢰의 맛을 본 사람들만이 신뢰를 안다. * 칼럼에 대한 회신은 jwcc509@gmail.com으로 해주시기 바랍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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