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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똑똑하고 유능한 사람이 되고 싶습니까? 아니면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습니까?” 대기업 임원 코칭을 할 때 반드시 이 질문을 한다. “그야 당연히 똑똑하고 유능한 사람이 되고 싶지요.”라고 답이 돌아오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다. 그다음 다시 묻는다. “당신의 상사는 어떤 사람이면 좋겠습니까?” 고민 끝에 돌아오는 답은 “따뜻한 사람이면 좋겠습니다.”이다. “아, 그래요?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하고 다시 물으면 자신의 경험을 기억해 내고는 다음과 같이 답을 하곤 한다. “그 상사는 배려해 주고 인정과 격려를 해주었지요. 또한 믿고 맡겨 주었고요. 그때 가장 성과가 좋았던 것 같아요.”


호모 사피엔스라는 인류의 진화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본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2021)라는 책에 이런 말이 있다. ‘지구상의 모든 종은 적자생존 방식으로 살아남고 진화해 왔다. 그러나 호모 사피엔스가 다른 인간 종을 물리치고 생존한 핵심은 소통과 협력이라는 친화력에 있다.’ 다정함이 진화적 적응력을 높여주기 때문이라는 얘기이다.


인류의 진화 과정을 보면 호모라는 사람 종은 여러 갈래가 있었고 최종 승자는 호모 사피엔스다. 150만 년 전에 제일 번성했던 종은 호모 에렉투스였고, 호모 사피엔스보다 머리도 크고, 근육질 체격을 갖춘 네안데르탈인은 10만 년 전까지 지구 전 지역을 지배했다고 한다. 그런데 어떻게 체격도 왜소하고 전투력도 떨어지는 호모 사피엔스가 지구상의 최종 승자가 되었을까?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적자생존의 진화는 ‘강한 자가 살아남는다’라는 외형적이고 경쟁적 속성에만 집중하게 된다. 하지만 의사소통 능력이나 협업 능력, 친화력이 우리의 인지발달에 중요한 요소이자 이것이 곧바로 경쟁력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간과하고 있다고 책은 말한다. 타인에 대한 감수성을 가진 사피엔스 종은 갈수록 복잡한 방법으로 소통하고 협력했으며, 문화적 역량을 높이면서 어느 종보다 빠르게 혁신할 수 있었고 그 혁신을 공유해서 더 번성하는 집단으로 발전한 것이다.


저자인 브라이언 헤어는 힘주어 말한다. “똑똑하고 강한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특정 문제를 해결하기 선호하는 성향은 연산 능력 같은 인지를 형성하는데 중대한 역할은 한다. 그러나 타인의 의도나 욕망, 감정 등 인간에 대한 이해와 기억력, 전략 능력이 아무리 고도로 발달하더라도 협력적 의사소통 능력과 결합하지 않으면 혁신을 이끌어내지 못한다.”


회사 생활은 어떠한가? 나는 앞서 언급된 진화의 비결이나 현재의 생존 비결이나 별반 다름없다고 생각한다. 과장, 차장 때까지는 똑똑하고 열심히 일을 진짜 잘했는데, 파트장이나 팀장이 되고 난 뒤 업무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사람이 있다. 도대체 그렇게 똑똑하고 유능했던 사람이 왜 갑자기 무능한 사람으로 변했을까? 그것의 답은 협업 능력에 있다. 과장, 차장 때까지는 많은 일들이 본인의 능력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조직의 리더가 되는 순간, 일하는 방식이 완전히 바뀌어 버린다. 자신이 맡은 업무의 범위가 커짐은 물론, 그 업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구성원 전체의 능력, 즉 구성원들의 소통과 협업이 필요해지는 것이다. 물론 더 높은 자리에 올라가면 갈수록 협업의 크기와 중요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


다시 대기업 임원에게 물어본다. “그러면 당신은 어떤 리더가 되고 싶은가요?” 당황스러운 얼굴로 이렇게 답이 돌아온다. “아, 그렇군요. 따뜻한 리더가 되어야지 조직의 성과가 더 잘 나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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