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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학생들과 연락을 주고받을 때 보면 이모티콘이 제가 쓰는 그것과 좀 다르더라고요. “네. 교수님.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


:-) :-( :D :X


무슨 뜻인지 아시나요? 안다면, 신세대이십니다. 자주 쓰고 계신 분이라면 제대로 신세대이십니다. 저는 몰랐었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이런 이모티콘만 쓰는 세대이거든요. “그래. 다음 주에 보자^^”


^^ --;; ㅠㅠ


이쪽이 더 편하다고요? 그럼 저와 같은 구세대이십니다. 혹시 두 이모티콘 사이의 차이가 느껴지시나요? 일단 아래 구세대 이모티콘을 보면 한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입이 없다는 것입니다. 눈으로만 감정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위의 신세대 이모티콘을 볼까요? 무슨 뜻인지 모르겠는 분들은 살짝 옆으로 돌려보세요. 이제 눈, 코, 입이 보이시나요? 아까 우리가 쓰는 이모티콘과 뭐가 다른가요? ‘눈’은 다 똑같습니다. 그냥 : 에요. 반면 뭐가 다르죠? ‘입’ 모양이 다릅니다. 우리 세대의 이모티콘은 입을 그리지도 않았는데, 우리 아이들 세대의 이모티콘은 입이 제일 중요합니다. 기쁘면 입을 크게 벌려 웃고, 화가 나면 입 모양이 가위표가 됩니다.


우리는 집에서든 밖에서든 감정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것은 성숙하지 못하다고 교육받았습니다. 의사들 교육 과정에서도 환자 앞에서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비전문적인 행동이며, 의사의 감정은 집 안에 두고 와야 한다고 공공연히 배워왔습니다. 그 결과는 번아웃과 소통 부재, 삶의 만족도 저하로 이어졌고요.


하지만 요즘 아이들은 다릅니다.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느끼는 대로, 있는 그대로 말합니다. “제가요? 지금요? 왜요?” 상사를 열받게 하는 ‘3요’는 정말 궁금하기 때문에 묻는 겁니다. 아이들 입장에선 그건 반항이 아닙니다. 자기가 생각하는 바를 솔직히 말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어떤 부모님들은, 어떤 상사들은 반항한다며 혼을 냅니다.


그러면 점점 어떻게 될까요? 입을 다물어버리게 됩니다. 세대 간의 단절은 대개 이런 의사소통의 부재에서 일어납니다. 같이 일하는 레지던트에게 제가 제일 많이 듣는 말은 “교수님. 그거 아니에요!”입니다. 지레짐작해서 말했다가 그거 아니랍니다. 젊은 친구들은 참지 않습니다. 입을 크게 그리는 이모티콘을 쓰듯 그들은 말하고 싶어 합니다. 표현을 하고 싶어 합니다. 그런 표현을 우리가 쓰던 이모티콘처럼 입을 막아버리고 없애버리면, 그들과 소통할 수 있을까요?


요즘 정부 과제를 하고 있는데 서류를 아래아 한글에 폰트 15로 제출하라고 합니다. 구글 스프레드로 작업을 하는 아이들을 가르치다 아래아 한글을 열면, 내가 타임머신을 타고 왔다 갔다 하나 싶습니다. 그만큼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 속 다양한 세대가 공존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세대가 단절되지 않으려면 “:D” 이모티콘처럼 서로 입을 크게 열고 소통해야 합니다. 성과는 신뢰에서 나오고, 신뢰는 바로 소통에서 시작되는 것이니까요.

* 칼럼에 대한 회신은 kathy2112@naver.com으로 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