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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테믹하게 사고하라’. 말은 쉽지만 현실적으로 적용하긴 쉽지 않다. 피터 호킨스(Peter Hawkins) 교수의 시스테믹 팀 코칭 인증 프로그램 (Systemic Team Coaching Certificate, STCC)을 들으며 현실적 사고 방법을 배울 수 있었다. 이는 팀-개인 코칭 모두에 적용해 볼 수 있다. 나는 그 핵심 내용을 숫자로 7-13-7이라고 나름 정리해 보았다.


7은 이해관계자 파악을 뜻한다. 이해관계자를 제대로 파악하는 것은 모든 것의 첫걸음이다. 단순한 매핑(Mapping)을 넘어 7개의 의자를 놓고 이해관계자의 이름과 역할을 포스트잇에 써서 붙여 역지사지 상상해 보는 것도 방법이다. 이해관계자는 누구이며, 그들의 기대 사항은 무엇인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각해 보는 것이다.


13은 숨겨진 위협에 대한 경계를 의미한다. 「잠자는 숲속의 공주」 동화에서 공주의 생일파티에 초대받지 못해 앙심을 품은 13번째 요정은 공주가 평생 잠들도록 저주를 퍼부었던 문제적 인물. 나중에 큰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숨어있으나, 현재의 사소한 부주의로 놓칠 수 있는 이해관계자를 가리킨다. 13번째 요정은 외부에서 내부로 향하는 ‘아웃사이드 인’의 시각을 가졌을 때 한결 발견하기 쉽다.


마지막 7은 미래세대의 입장이다. 앞의 7, 13이 동시대의 횡단적 질문이라면 뒤의 7은 종단적 질문이다. 미래 세대 시점에서 현재를 바라보며 거꾸로 던지는 ‘퓨처 백‘ 질문이다. 호킨스 교수는 후배 세대를 넘어 손자의 손자, 7세대 이후까지 생각해 보라고 강조한다. 동시대 이해관계자들의 기대 사항 파악이 현실적 도상 훈련이라면, 7세대 이후 미래 세대의 기대사항이나 그들의 평가를 상상해 보라는 이야기는 SF 공상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질문은 더 넓고 지속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상기시켜주며, 목표 달성을 위해 어떻게 기능해야 할지에 결정적 요소로 작용한다. 그 역사적 사례가 스위스 용병 이야기가 아닐까 한다.


스위스 루체른에 있는 ‘빈사의 사자상’에는 가슴 아픈 이야기가 전해진다. 1792년 프랑스 혁명 당시, 루이 16세와 마리 앙투아네트가 머물던 튈르리 궁을 지키던 스위스 용병들은 왕실 근위대들마저 도망가는 와중에도 끝까지 싸우다 장렬히 전사했다. 조국도 아닌 타국에서 그렇게까지 용감히 싸운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전사한 한 용병이 가족에게 보내려던 편지가 답을 던져 준다. “만일 신용을 잃으면 후손들은 영원히 용병이 되지 못하기에, 우리는 죽을 때까지 계약을 지키기로 했다.” 더 거슬러 올라가 1527년, 신성로마제국 위협으로부터 교황청을 사수한 스위스 용병이야기도 같은 맥락이다. 말 그대로 7세대 이후 후손들에 미칠 영향까지 고려한 결단이 ’스위스 용병=신뢰와 용기‘의 상징으로 자리 잡게 했다. 5백여 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스위스 용병만이 바티칸 교황청을 지키고 있는 이유다.


7-13-7로 시스테믹 사고를 해보자. 나(우리 팀)의 이해관계자는 누구인가. 미처 파악하지 못한 위협요소는 없는가. 또 7세대 이후 후손들은 무엇을 기대하며,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현재와 미래의 이해관계자와의 대화로 통찰해 보자. 당장의 이익을 넘어선 더 높은 가치를 위해 더 크게, 더 깊이, 더 멀리….

* 칼럼에 대한 회신은 blizzard88@naver.com으로 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