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칭은 방법이기 전에, 사람을 대하는 방식 코칭을 처음 배우는 사람들은 쉽고 단순한 프로세스에 매료된다. 이렇게만 대화하면 싸울 일도 없고, 너도 나도 성장하니까. 그러나 코칭이 거듭될수록 코치는 무기력을 경험한다. 질문이 생각나지 않아서, 고객의 이슈에 공감이 되질 않아서.. 등 그러나 코칭에서 강조하는 것은 스킬도, 대화 프로세스도 아닌 내 앞에선 고객이 중심이며, 그 껍데기 속에 숨은 그 사람의 욕구와 동기, 그가 살아온 방식을 이해하고, 그 세계를 함께 하는 것이 핵심이다. 창조적 공감과 직관에 도움이 되는 소설 고객의 세계로 들어가기 위한 훈련은 무엇일까? 심리학자 자밀 자키는 저서 〈공감은 지능이다〉 (2021)에서 ‘공감이란, 현재 시간과 공간에서 풀려나 그들의 세상 속으로 정신적 여행을 떠나는 것’이라고 했다. 그가 제안한 공감을 높이는 훈련으로 첫 번째로는 개인 간의 접촉(contact)이며, 두 번째는 ‘서사적 예술을 통한 간접 경험’이다. 소설은 그야 말로 ‘정신적 여행’을 떠나기에 최적화된 도구다. 소설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등장한다. 역경을 이겨낸 사람도 있고, 대단한 성취를 했음에도 빈곤한 마음이 있고, 이상은 높지만 가족의 울타리에서 꼼짝을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소설가들은 이러한 인물이 경험하는 감정이나 행동의 동기를 탁월한 수준으로 묘사한다. 최근에 읽은 박상영의 〈대도시의 사랑법〉(2019)에서 나는 ‘수치심’을 배웠으며,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2002)에서 ‘깨달음의 여정’을 배웠다. 어렵게 쓰여진 영성 관련된 책들보다 훨씬 더 깊고 진하게 납득이 되었다. 소설 속 인물은 늘 무언가를 행하고, 후회하고, 성장한다. 그들이 갈등을 맺는 방식,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을 관찰하는 것은 코치로서 고객을 대할 때 그 사람의 어떤 ‘자원’이 결정적 역할을 하게 될지, 무엇이 그 사람을 주저하게 만드는지 힌트가 되기도 한다. 정한아의 〈친밀한 이방인〉(2017), 엠마누엘 까레르의 〈적〉(2005)에서 거짓말쟁이의 삶을 깊숙이 조망하는데, 예전에 방어적인 태도를 보이는 고객들이 떠올랐고 사소한 욕망으로 일을 그르치는 사람들의 패턴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작가는 가공의 인물을 창조했지만, ‘늘 주변 사람들을 관찰하여 캐릭터를 창조한다’고 하였으니 소설 속 인물들이 나 혹은 우리와 아주 동떨어진 존재는 아닐 것이다. 또 그들은 사회적 소수자이면서, 역사적 인물일 수도 있고, 평범한 이웃이면서, 특정한 직업 세계에 있다. 소설 속 인물들과의 다양한 만남은 현실 속 주변인을 떠나 어느 누구를 만나도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영상이 대세인 시대이다. 드라마나 영화와 같은 매체를 통해서도 충분히 공감 수준을 높일 수 있지만, 이미지로 재현된 것들은 한계가 있다. 활자로 이루어진 누군가의 삶을 여행할 때 우리는 몰입할 수 있다. 허구의 인물을 상상으로 만나 이해하는 과정이 바로 창조적 공감의 장면이며, 이는 우리가 만날 수많은 고객들의 마음을 읽어 줄 열쇠가 되어 줄 것이다. * 칼럼에 대한 회신은 coachingplant@gmail.com으로 해주시기 바랍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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