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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다른 포유류와 다르다. 얼굴에 털이 없고 턱 대신 이마가 있는데 모두 진화의 결과이다. 직립보행을 하면서 손이 자유로워지고 그 손으로 도구를 사용하면서 뇌 용량이 커지기 시작한다. 뇌 용량을 키우기 위해 이마가 생기기 시작했다. 털과 주둥이가 사라지면서 얼굴 표정을 사용해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었다. 이게 인간과 동물의 차이점이다. 다양한 표정을 가진 존재로 진화 발전한 것이다. 〈얼굴은 인간을 어떻게 진화시켰는가〉 (2018) 란 책에 나오는 내용이다.


동물은 얼굴보다는 다른 감각을 사용해 커뮤니케이션을 하지만 인간은 그런 감각 대신 표정으로 의사소통을 한다. 인간의 얼굴이 다양해진 건 사회적 교류를 위한 진화 때문이란 것이다. 난 손자를 보면서 그 사실을 절감한다. 인간의 표정이 그렇게 다양하다는 사실에 놀란다. 근데 나이가 들면서 무표정한 얼굴로 바뀐다. 표정 대신 무미건조한 말을 나누면서 나름 커뮤니케이션을 한다고 착각한다.


소통 관련 가장 큰 오해는 말과 텍스트로 완벽한 소통을 할 수 있다는 착각이다. 내가 그렇게 말을 했으니까, 내가 그렇게 문자를 보냈으니까 그가 알아들었고 내가 원하는 대로 그도 생각할 것이란 것이다. 과연 그럴까? 절대 그렇지 않다. 소통에서 말이 차지하는 비중은 20% 미만이다. 그보다는 표정이나 태도와 눈빛 등이 더 중요하다. 텍스트보다 텍스트를 둘러싼 컨텍스트가 훨씬 중요하다. 하지만 현대인은 말이나 텍스트에 너무 의존한다. 자신이 그렇게 말하는 것으로 자기 뜻이 전달되었고 상대가 설득되었다고 착각한다.


소통은 진심을 주고받는 것이다. 서로 상대의 의도를 파악하는 것이다. 상대가 아무리 나를 사랑한다고 얘기해도 얼굴에 그렇게 쓰여 있지 않으면 소용이 없고 반대로 상대가 내게 욕을 하고 잔소리를 퍼부어도 그 사람 표정과 행동에 사랑이 넘치는 경우도 있다. 직급이 오를수록 지능보다 감성지수가 높아야 한다는 얘기를 하는데 난 거기에 동의한다. 내가 생각하는 감성지수의 정의는 ‘분위기를 파악하는 능력. 상대의 감정과 자신의 감정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이고 이를 키우는 최선의 방법 중 하나는 말이 전혀 통하지 않는 해외에서 일주일 간 살아보는 것이다. 그럼 손짓과 발짓과 표정을 통해 자기 의사를 전달하려 애를 쓸 것이고 본인도 상대 표정을 살피기 위해 노력하면서 감성지수가 올라간다는 것이다.


원활한 소통을 위해 한 달에 한 번 침묵의 날을 정할 것을 제안한다. 그날은 아무 말도 하지 말고, 파워포인트도 쓰지 말고, 대신 표정과 손짓, 몸짓만으로 소통해 보자. 마치 양악 수술을 받아 말을 못 하는 것처럼 상상해 행동하는 것이다. 그럼 어떤 일이 벌어질까? 생각만 해도 재미있다.

* 칼럼에 대한 회신은 kthan@hans-consulting.com으로 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