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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리 오형제를 다시 만난 건 지난 주말 TV 드라마에서였다. JTBC ‘웰컴투 삼달리’라는 드라마에는 어려서부터 함께 자란 다섯 친구들이 등장한다. 그들은 자신들을 독수리 오형제라고 부른다. 힘든 친구가 있으면 자기 일처럼 나서서 친구를 지키기 때문이다.


오랜 친구라 그런지 이들은 서로 찌질함을 숨기지 않는다. 친구의 사적인 일상에 깜빡이도 켜지 않고 끼어든다. 생각을 내뱉기 전에 사용하는 필터가 엉성해 화도 내고 심통도 부린다. 가끔 욕을 하며 싸우지만 쉽게 후회하고 미안하다며 사과한다. 그들의 말과 행동은 가볍고 투박하다. 그러나 깊은 정이 느껴진다. 대화에 심각함이 없고 진지함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관계가 깊지 않은 것은 아니다.


나는 조심하며 어른이 되었다. 남에게 폐를 끼치지 말아야 된다는 생각이 내 행동을 지배했다. 내 말은 정확하고 분명했지만 차가웠다. 작은 부탁, 반말을 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실수하지 않으려고 농담도 편하게 하지 못했다. 이것이 상대에게 예의를 갖추는 배려라고 생각했다. 나대지 않고 진중했지만 지루하고 재미가 없는 사람이었다. 이런 모습들이 가까운 친구나 가족들에게 거리감을 줄 수 있다는 것, 도움을 요청하고 받는 것이 관계를 깊게 만들고 서로 인정하고 존중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은 나이가 들면서 알게 되었다.


코칭에 필요한 핵심 기술은 경청, 공감, 인정 그리고 질문이다. 코칭을 위해 이런 기술을 배우며 내가 상대를 재단하고 평가하는 것에 익숙하지만 상대의 입장과 감정을 헤아리고 공감하는 것에 젬병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게 없는 공감 능력을 키우기 위해 4년 동안 총 40여 일이 넘는 ‘감수성 훈련’을 받았다. 훈련을 받으면 타고난 공감 능력이 부족해도 인지적 공감 능력을 키울 수 있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훈련에는 교재나 도구가 없고 표현 방법을 가르치는 강의도 없다. ‘시작’이라는 구호가 떨어지면 참가자는 지금 여기서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표현해야 한다. 내가 느낌을 말하면 다른 참가자들이 내 말을 듣고 자신의 느낌을 말한다. 그렇게 감정을 말하는 것이 입에 익숙해질 때까지 반복한다. 훈련은 도장에서 품새를 배우는 것보다 골목길에서 싸우며 실전 기술을 익히는 막싸움에 가깝다. 그 과정에서 다양한 감정 단어를 입에 익힌다. 느끼는 감정은 한 가지가 아니고 다양한 감정이 생겼다 없어지는 것을 체험한다.


훈련을 마치고 일상에 돌아오면 의도적으로 상대방의 감정을 알아차리려는 노력을 하게 된다. 상대를 공감하고 자기감정도 힘들이지 않고 표현할 수 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다시 과거의 상태로 돌아갔다. 그러면 다시 훈련에 참가하기를 반복했다.


코칭에 있어 기술보다 더 중요한 것은 상대에 대한 Compassion을 갖는 것이다. Compassion은 연민, 동정 또는 긍휼로 해석되며, 타인의 고통이나 어려움을 이해하고 그에 대한 따뜻한 감정을 느끼는 것을 말한다. 공자가 중요하게 강조한 인(仁)이나 맹자가 인간의 중요한 본성이라고 강조한 측은지심(惻隱之心)이 이것에 해당한다. Compassion 없는 코칭은 코칭이 아니다. 코칭은 내가 아닌 상대를 향한 것이기 때문이다.


삼달리 사람들은 상대의 고통과 어려움을 이해하고 그것에 대해 연민의 감정을 느낀다. 그런 감정을 가볍게 표현하며 나눈다. 호락호락하지 않은 세상을 이기려고 혼자서 애써 저항하지 않는다. 서로 연민하며 고통을 나눠 가진다. 세상에 대한 기대가 무겁지 않으니 걱정도 작다. 드라마를 보는 나도 가벼워지고 저절로 행복해졌다.


독수리 오형제가 지키고 싶은 것은 타인에 대한 ‘연민’이 아니었을까?

* 칼럼에 대한 회신은 jongkim1230@gmail.com으로 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