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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아이 친구 어머니들과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그런데 날짜를 우리가 정한 것이 아니라 그곳이 되는 날로 맞춰 다녀왔습니다. 주말은 1년 치 예약이 다 차 있는데, 마침 취소 자리가 하나 나와서 갈 수 있었거든요. 외관은 그냥 평범해 보이는 펜션입니다. 하지만 예약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입니다. 그곳엔 어떤 차이가 있는 걸까요?


세상은 늘 변해왔지만 최근의 변화 속도를 보면 어질어질합니다. 앞으로 10년 뒤는 어떤 모습일지 가늠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앞으로 ‘유망한 산업’은 뭘지, 또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라면 더 고민이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그래도 전문 자격증이라도 하나 있는 게 좋겠지 싶어 의대에 몰립니다. 최근에는 초등 의대반도 생겼다 하니 바야흐로 의대 전성시대입니다. 그런데 과연 계속 그럴까요? 앞으로도 의사만 계속 유망할까요?


예약하기 힘들었던 펜션은 다른 펜션에는 없는 우렁각시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아이들과 부모가 놀고 있을 때 두 분의 젊은 사장님들이 오셔서 뚝딱뚝딱 저녁을 차려주고 갑니다. 그리고 이후에 다시 오셔서 설거지를 샤사삭 해두고 가시더라고요. 놀러 가서는 부엌일을 하고 싶지 않은, 그러면서도 아이들에게는 해먹이고 싶은 부모의 욕구를 반영하여 펜션 사업에서 예술을 창조한 것입니다.


세스 고딘은 수많은 책을 쓴 기업가이자 강연가입니다. 『보랏빛 소가 온다』 (2023)는 어떤 상품이 살아남는가를 말하고 있다면 『린치핀』 (2023)은 어떤 인재가 살아남는가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어느 분야가 유망하고 뜨고 이런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어디에서든 어느 조직이든 변화를 이끌 수 있는 사람, 남다른 차이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사람을 원한다. 그가 바로 ‘린치핀’이다.”


린치핀(Linchpin)은 톱니바퀴가 돌 때 그 바퀴가 돌 수 있게 하는 키(key)라고 하는데요. 우리말로는 비녀장이라고 합니다. 이 린치핀이 없으면 바퀴가 돌아갈 수 없는 거죠. 어느 산업이 유망한 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디서든 린치핀이 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그는 린치핀이 되는 방법을 이렇게 제시하고 있습니다.


“눈에 띄어라, 관대하라, 예술을 창조하라, 스스로 판단하라,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공유하라... 그러면 사람들은 보상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우리는 흔히 예술을 그림, 조각, 음악 같은 것으로 한정 지어 생각합니다. 그러기에 예술가는 천재적인 창조성을 타고난, 나와는 다른 사람이라 여기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예술이 꼭 특정 분야에 국한되는 것일까요? 자신이 하는 일을 통해 사람들을 돕고, 세상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이야기와 제품을 만들어내는 능력 또한 예술입니다. 예술가는 남을 부러워할 필요도 없고, 시류에 편승할 필요도 없습니다. 세상이 어떻게 바뀌어도 이런 능력을 가진 사람은 더 유망해질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 칼럼에 대한 회신은 kathy2112@naver.com으로 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