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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은 시험만 안 보면 할 만하고, 국회의원은 선거만 안 하면 할만하다’는 농담이 있다. 직장에서 관리자들이 힘들어하는 게 뭘까. 아마도 평가와 관련된 고과 면담이 아닐까 한다. 좋은 평점을 받은 사람보다 낮은 평점을 받은 사람이 더 많을 수밖에 없는 게 현실. 연말 고과 시즌이 되면 평가 스트레스, 고과 면담 울렁증을 겪는다는 리더들이 많다. 구성원들의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가 타다다닥 거칠게만 느껴져도 불만의 표출 같아 가슴을 졸인다는 리더, 객관적 평가를 위해 엑셀로 고과를 돌리면 좋아할 줄 알았더니 웬걸, 이후 팀 분위기가 더 가라앉아 좌불안석이라는 경우 등 현장의 여러 사례가 쏟아진다. 아무리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하려 해도 피평가자들로선 불만일 수밖에 없는 게 평가다. 오죽하면 ‘내가 잘되면 공정한 인사, 안되면 불공정한 인사’란 시쳇말이 나왔겠는가.


저성과자는 평점을 못 받아서, 고성과자는 ‘쟤가 왜 나만큼 잘 받냐’는 이슈를 제기한다. 이래도 저래도 불만은 나오게 마련이다. 리더로서 평가 제도 탓만 할 수도, 무시할 수만도 없어 진퇴양난이다. 구성원들은 일단 불공정하다고 인식하면 어떻게든 손해를 보려 하지 않는다. 표면적으로는 받아들인 척하더라도 덜 일하거나, 덜 집중하는 식으로 나름의 ‘균형’을 맞춰 손해를 벌충한다. 평가 제도가 공정성을 수렴해나가야 하지만, 완벽할 수는 없는 게 현실. 프로처럼 일하라고 하면서 정작 평가는 프로답지 않다는 구성원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리더는 어떻게 대처해야 프로답게 평가 면담을 진행할 수 있을까.


첫째, 고과 면담은 사전 준비가 반이다. 면담 일정에 대해 합의하고 질문을 사전 공유하라. 이때 일정을 리더 중심으로 일방 통고하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가뜩이나 둘 사이에 불편의 강이 흐를 수밖에 없는데 징검다리를 치우는 격이다. 가능하면 사전 질문을 미리 공유해 토의사항을 간단하게라도 정리해 가고 그간 해온 1on1 면담 등의 기록을 바탕으로 토의하는 것도 좋다. 피평가자의 자기평가는 물론이고, 리더도 구성원의 성과, 개선 요소 등을 사전 정리해가는 것이 필요하다. 나눠볼 질문은 올 연초의 목표와 달성 정도는?, 이번 성과 지표에 대해 느낀 점은?(잘했던 점과 아쉬운 점?), 내년 계획과 실행 방법은? 등이다.


둘째, 대상자에 따라 면담의 초점을 달리 하라. 고성과자에겐 개인에 대한 인정과 칭찬에 그치기보다 조직과 팀원에 미친 긍정적 영향과 기여에 감사를 표하는 것을 권한다. 리더들이 특히 힘들어하는 게 저성과자에 대한 면담이다. 현실을 접하게 하는 진실의 순간을 회피하지 말라. ‘어른처럼 대하라’는 말이 있듯이 진정으로 어른처럼 대하는 것은 구렁이 담 넘어가듯 대충 회피하거나, 우쭈쭈쭈 막연한 낙관론으로 달래주는 것이 아니다. 현재 좌표를 직면케 해 구체적 개선사항을 지적하는 것이다. 저성과자 대상이라면 문제 지적보다는 원인이 무엇이었나 질문을 통해 탐색하고, 향후 개선방향에 대한 본인의 결심, 그리고 리더의 구체적 개선사항 제언으로 흐름을 짜보자.


셋째, 기대와 격려로 마무리하자. 주변 핑계나 막연한 위로와 희망고문은 금물이다. 이러나저러나 도움이 안 되긴 마찬가지다. 그보다 효과적인 것은 기대와 신뢰 표명이다. “나는 당신이 내년에 잘해낼 것이라고 믿습니다. 우리 같이 해당사항 개선과 향상에 함께 노력해 봅시다. 나도 돕겠습니다.” 예일대와 콜럼비아대 교수 연구진의 실험에 의하면 리더의 신뢰가 담긴 마무리 격려 멘트 한마디로 피드백 효과가 40% 향상되었다고 한다.


요컨대 연말 고과 면담 울렁증을 겪는 리더들이 명심할 사항은 ‘고과 면담은 수학이 아닌 수확’이라는 것이다. 고과, 고과 면담 모두 일 년의 농사를 마무리하는 수확이지 한꺼번에 몰아쳐 사칙연산을 돌리는 수학이 아니다.

* 칼럼에 대한 회신은 blizzard88@naver.com으로 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