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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 경기에서 피보팅(Pivoting)은 몸으로 상대의 수비를 막고 빠르게 방향을 전환하며 기회를 찾는 기술이다. 이때 중요한 건 몸을 회전할 때 한쪽 발을 반드시 땅에 붙이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두발을 모두 움직이면 파울이다. 파울을 하지 않으려면 결정한 후 과감하게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볼을 지키고 공격 기회를 만드는 중요한 기술이지만 피보팅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기업의 경영에서도 피보팅은 중요한 전략이다. 핵심 사업 아이템이나 서비스를 바탕으로 외부 환경의 변화에 맞춰 사업 방향을 전환하는 것을 피보팅이라고 하는데 이때도 농구처럼 사업 방향을 전환하지만 한쪽 발을 고정시키듯 핵심 역량을 지키는 것이 핵심이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대한항공은 여객기 16대를 화물기로 바꾸고 비대면 근무 환경을 빠르게 만들었다. 그 결과 2020년 7조 6천억 매출, 2천3백억 원 적자였던 회사가 2021년에는 9조 매출에 5천8백억 흑자로 전환했다(IFRS기준). 코로나 이전인 2018년 13조 매출에 1천6백억 적자였던 것을 고려하면 대단한 피보팅 성공 사례이다. 일본의 닌텐도도 처음에는 게임카드 회사였으나 비디오 게임 시장이 무너지자 재빠르게 가족 친화적 콘솔 게임기를 출시하여 변화에 대응했다. 2000년대에 경쟁이 심해지자 다시 모바일 게임 사업으로 빠르게 전환하여 휴대용 게임기와 스마트폰용 게임 ‘포켓몬 고’를 개발하여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었다. 이제는 자신들이 성공시킨 슈퍼 마리오, 포켓몬 등 캐릭터를 이용, 미국 유니버설 스튜디오(Universal Studio)와 협력하여 테마파크와 프랜차이즈 등으로 빠르게 사업을 전환하고 있다.


반대로 피보팅에 실패한 사례도 많다. 디지털카메라 시장에서 실패한 코닥(Kodak),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시장에 변신하지 못한 채 문을 닫은 블록버스터(Blockbuster), 대형 유통 마켓의 등장에 무너진 라디오색(RadioShack) 등 많은 기업이 환경의 변화를 읽지 못해 피보팅에 실패하며 사라졌다.


농구든 경영이든 피보팅은 변하는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전략이다. 피보팅에 성공하면 매출과 이익으로 이어지지만 실패하면 자원과 기회를 낭비하고 회사의 몰락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환경의 변화를 읽고 빠르고 과감하게 변하되 한쪽 발은 고정시켜야 성공할 수 있다.


코로나 상황이 끝나가고 있지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계속되고 복잡한 지정학적 문제들로 국제 경기가 침체되면서 리더십에도 피보팅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국내외 많은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하고 경비를 줄이며 비상 경영 태세에 돌입한 현재, 구성원들과 이해관계자들의 욕구도 빠르게 변하고 있고 리더 혼자 결정하고 지시하는 보스형 리더십은 이미 한계를 드러냈다.


이러한 환경의 변화를 읽고 빠르게 부하들의 동기와 몰입을 촉진하고 성장을 지원하는 코치형 리더십을 갖추고 그들과 함께 지금의 일터를 일하고 싶은 장소로 만들어간다면 스스로 최선을 다하고 싶은 조직이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바로 지금이 리더십의 피보팅을 고민할 때이다.


* 칼럼에 대한 회신은 jongkim1230@gmail.com으로 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