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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자로서 또 코치로서 경영현장을 접하다 보면 경영을 흑백논리로 다루는 경우를 많이 본다. 임파워먼트(Empowerment)를 위해 업무를 위임해 놓고 방임하다가 중간 점검 시기를 놓쳐 어려움을 겪는 리더도 있고, 구성원에 대한 인정과 존중이 지나쳐서 도리어 성과 창출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보게 된다. 그때마다 이야기하는 것이 경영의 내공을 높이고 싶다면 모순 관리(Paradox Management)를 잘해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정책과 제도는 좋은 점만 있는 것이 아니고 반드시 빛과 그림자, 그리고 상충 관계(Trade off)가 함께 있기 때문이다.


어떤 한 회사에서는 구성원의 육성과 동기부여를 위해 Job Posting(사내 공모)이라는 제도를 운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리더들은 전전긍긍하고 있었는데, 일이 힘들고 어려운 부서의 직원들이 제도를 활용하여 다른 부문으로 빠져나가다 보니 부서 운영이 어렵게 된 것이 이유였다. 전문가가 필요해서 경력 직원을 뽑아도 6개월도 안 되어 다른 부문으로 옮기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구성원의 동기부여와 육성도 중요하지만 그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각 부서가 전문성과 역량을 갖추고 성과를 창출하는 것인데, 한쪽에 치우치는 제도 운용으로 조직의 경쟁력이 무너진 것이다. 이 경우에는 조직의 전문성과 역량 확보를 뒷받침하기 위한 최소한의 원칙이 있어야 하겠다. 예를 들면 한 직무에 2년 이상 근무하고 평가가 B 등급 이상인 경우만 Job Posting에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넷플릭스의 자율과 책임(Freedom & Responsibility) 문화는 좋은 사례다. 넷플릭스는 자율과 책임의 조화를 위해 ▲ 우수인재로 인재 밀도 높이기 ▲ 피드백을 통해 솔직한 기업문화 만들기 ▲ 통제를 제거하고 맥락으로 리드하기를 추진하고 있다. 예컨대 휴가, 출장, 경비 규정이라는 통제를 제거하는 대신, 제도가 원래의 취지를 잃지 않도록 동료 직원의 강력한 피드백, 임의로 집행 경비의 일정 비율을 점검해서 문제를 찾아내기, 시장에서 경쟁력이 없는 직원은 퇴출시키는 등의 대책을 갖춘 것이다.


물론 사업의 특성도 잘 고려해야 한다. 사업장과 작업공정 상에 위험요소가 많은 사업체의 경우 넷플릭스의 규칙 없음(No rules rules)을 그대로 도입해서는 곤란하다. 통제의 제거를 통한 이득보다는 규칙 없음에 따른 위험요소가 더 많기 때문이다. 모든 요소에는 빛과 그림자가 있다. 제도의 좋은 면만 보는 것이 아니라 제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함께 감안해서 부작용이 최소화되는 제도 운용과 균형 잡힌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이 진정한 경영의 고수가 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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