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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좋은데, 정말 좋은데 어떻게 말할 방법이 없네~” 예전에 인기를 끌었던 모 식품의 광고 글귀다. 많은 리더들이 이런 심경이라고 말한다. 좋은 결정을 내리기도 힘들지만, 직원들이 그것을 실행하도록 하는 것은 더 힘들다. 팥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어줬으면 하는 게 리더들의 마음이지만 현실은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시큰둥하다.


미래를 내다보는 통찰과 그에 따른 의사결정도 어렵지만, 의견을 결집시켜 실행하도록 하는 것은 더 힘들다. 이와 관련해 떠오르는 건 그리스 신화 속 인물, 카산드라다. 카산드라는 트로이의 공주로 태양의 신 아폴론이 그녀의 아름다운 미모에 반해 구애하자 미래를 내다볼 예지 능력을 준다면 받아들이겠다고 말한 뒤, 능력을 얻자마자 구애를 거부한다. 아폴론의 사랑이 영원하지 않을 것을 내다본 것일까? 아폴론은 분노하지만 어쩌랴, 신화 세계의 법칙은 낙장 불입. 일단 주었으면 거두어들일 수 없는 것을... 결국 아폴론은 카산드라의 예언을 아무도 믿지 않게 하는 저주도 내렸다. 그리하여 카산드라는 뻔히 보이는 비극을 막을 수 없게 되었다.


분명히 미래가 빤히 보이는데, 아무도 자신의 예언을 믿어주지 않는 카산드라의 비극에서 무엇이 연상되는가. 리더의 답답함과도 통하지 않는가? 함께 하는 꿈은 비전이지만, 혼자 꾸는 꿈은 백일몽일 뿐이다.


1949년 미국의 몬태나 주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 사고 사례도 다르지 않다. 소방 대장 와그너 닷지는 대형 산불이 덮칠 때 생존하려면 작은 맞불을 놓아 주변의 인화성 물질을 제거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지만 아무도 그의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 불에 대한 인간으로서의 본능적 공포도 요인이었지만, 리더를 향한 평소 신뢰가 더 큰 문제였다. 닷지는 결국 13명의 대원이 사망하는 최악의 대가를 치러야 했다.


카산드라와 와그너 닷지의 비극에서 반면교사 삼을 것은 리더십과 신뢰의 중요성이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는 리더십이란 “어떤 결정을 내리고 이를 따르도록 구성원들을 결집시키는 자질”이라고 정의한다. 아무리 좋은 생각이라도 구성원들에게 신뢰를 주지 못하면 무용지물인 것이다.


리더인 당신은 어떤가. 이거 참 좋은데, 정말 좋은데, 혹은 내 눈에는 분명히 보이는데 왜 안 따르는 거냐며 카산드라 혹은 와그너 닷지가 되어 가슴을 치고 있지만은 않은가? 내 말을 알아듣지 못하거나 결집되지 않는 그들을 탓하기에 앞서 돌아보아야 할 것은 리더로서의 신뢰 확보다.


* 칼럼에 대한 회신은 blizzard88@naver.com으로 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