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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직장에 절친 혹은 베스트 프렌드라 할 만한 사람이 있는가? 어떻게 지내는지 서로 알고 있고, 걱정거리가 있을 때 털어놓는 대상, 때로는 즐겁게 수다를 떨고 가끔 미운 사람 험담도 하는 그런 관계 말이다. 절친들은 우리가 건강하도록 격려해 주고, 힘들 때 위로를 준다. 내게도 오랜 절친들이 있다. 일을 통해 만난 사이지만 훨씬 오래된 학교 동창들보다도 더 서로의 삶을 이해하고 격려해 준다. 직장이 달라져도 변화의 시기에 힘이 되어준 친구들이다. 현재의 일터에도 친밀한 사람들이 있다. 농담을 주고받고, 굳이 말하지 않아도 속마음을 짐작할 만한 절친들이다. 이들이 내 삶에 미치는 영향은 가족이 주는 영향과 다르지만 그 못지않게 깊다.


업무 몰입도에 영향을 주는 절친의 존재

글로벌 리서치 기관인 미국 갤럽에서 몰입도를 높이는 12가지 요소라고 하는 Q12 항목이 있다. 그중 하나가, ‘직장에 베스트 프렌드가 있는가?’라는 질문이다. 과거의 통념으로 본다면 이상한 일이다. 공과 사는 구분되어 있고 직장은 일하는 곳이지 친구와 수다 떠는 곳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직장의 친한 친구는 업무로의 몰입을 저해하는 요소로 오해되기 쉽다. 하지만 그건 낡은 생각이다. 글로벌 갤럽의 수십 년간의 모든 연구는, 직장에 절친이 있는 사람들의 업무 몰입도가 높다는 걸 입증하고 있다.


일본에서도 직장 내의 대화 활발도가 성과를 높인다는 연구 결과를 적극적으로 반영한 사례가 있다. 효율성을 위해 교대 근무자들이 한 사람씩 돌아가면서 쉬던 관행을 바꾸어, 두세 사람이 함께 휴식시간을 갖도록 제도를 변경한 것이다. 이를 통해, 주로 은행의 창구 직원들, 콜센터의 상담원들이 나 홀로 휴식, 나 홀로 점심에서 벗어났다. 결과는 성과에 긍정적이었다.


이런 결과를 보면 타인과 좋은 관계를 맺는 것이 우리의 일과 삶의 건강성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다. 인간은 일하는 존재와 생활하는 존재로 구분될 수 없는 통합적이고 전인적인 삶을 살기 때문이다.


웰빙(Well-being)에 대한 연구도 마찬가지다. 사회적 웰빙에 대한 지표는 두 가지 질문으로 압축된다. 1. 내 삶에서 누군가가 내가 건강하도록 항상 격려한다. 2. 나의 친구와 가족은 매일 나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준다. 이 두 가지 질문에 대한 강한 동의가 그 사람의 관계의 웰빙을 보여주는 지표라는 것이다. 여러분은 이 두 가지 항목에 5점 만점에 몇 점을 주겠는가? 자신이 지지 받는 관계에 충분히 연결되어 있는지 돌아보게 하는 질문이다.


당신은 다른 사람에 대한 지지를 어떻게 표현하는가?

지지 받는 것 못지않게 지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당신은 다른 사람에 대한 지지를 어떻게 표현하는가? 또 다른 사람이 이룬 성취를 어떻게 축하해 주는가? 절친이란 관계는 저절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관심을 갖고 시간과 에너지를 관계에 투자한 결과다. 친구를 위해 기꺼이 시간을 내주는 사람, 그가 기뻐할 선물을 하는 사람, 인정과 격려를 표현하는 사람, 남들에게 털어놓지 않을 무언가를 공유하는 사람, 어려울 때도 무조건 그 사람 편이 되어 주는 사람. 당신은 어느 쪽인가? 만약 일하느라 바빠서 관계를 돌보고 있지 않다면, 관계에서의 우리가 누릴 충만함도 사라지고 있을 것이다.


가끔 그림자처럼 직장에서는 진정한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사람도 있다. 표현하지 않고, 친밀한 관계를 맺지 않으면서 그야말로 자신의 일부를 감추고 일에 임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렇게 되는 이유도 다양할 것이다. 개인 차원의 원인으로는 개인 성격이나 상황의 문제, 팀 차원에서는 팀 구성이나 업무 구조의 문제, 조직 차원에서는 문화나 리더십 등 다양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어느 차원인지 그 원인 분석을 좀 미뤄두고라도 우선 서로 친밀해질 분위기나 기회를 주는 것이 필요하다. 스몰 토크를 할 수 있는 가벼운 분위기 조성, 친밀한 관계를 쌓을 수 있는 작은 기회들에 조직은 더 신경 쓸 필요가 있다. 특히 새로운 구성원이 왔을 때 환영하며 함께 도와주는 멘토나 버디를 짝지어주는 것도 중요할 것이다.

* 칼럼에 대한 회신은 helenko@kookmin.ac.kr으로 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