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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먹방 유튜브를 즐겨 보시는가? 처음에는 푸드 파이터가 먹는 엄청난 양에 놀라고, 구독자가 백만 명 이상이라는 데 두 번 놀랐다. 노리나 허츠는 책 <고립의 시대>에서 한국의 먹방(Mukbang)을 고유명사로 소개하면서, 외로움 때문에 번성하는 채널이라고 설명한다. 사람들은 혼자 저녁을 먹을 때 가장 외로운데, 먹방 스타를 친구처럼 느낀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외롭다. 얼마나 외로운지, 돈 받고 친구를 빌려주는 사이트가 있다. 그렇다. 렌터카(Rent a Car)가 아니라 ‘렌터 친구(Rent a Friend)’라는 사이트다. 60만 명의 회원이 있고, 시간당 40달러에 친구를 빌려준다. 허츠 교수는 호기심에 직접 체험을 해보았다. 친구를 렌트하자, 한 여성이 약속 장소에 나타났다. 보통 여자 친구들처럼 그들은 함께 카페에서 차 마시고, 서점에서 책을 고르고, 수다를 떨면서 선글라스와 모자 쇼핑을 했다. 그렇게 쇼핑을 하고 있는데, 친구가 ‘총 120달러예요’라고 하더란다. 약속한 세 시간이 되었다는 뜻이었다. 야박한 느낌이었을까? 세시간 동안 보살핌을 받는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고 한다(고립의 시대, 노리나 허츠, 웅진지식하우스, 2021).


외로움의 위험
외로움이 건강에 미치는 해악은 알코올의존증과 비슷하고, 매일 담배 15개비 피우는 것과 같다. 외로움이란 개인 관계만이 아니라, 공동체에서 관심을 받지 못하는 것, 정치, 경제적으로 배제된 느낌, 일터에서의 소외감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그래서 사회적 문제이기도 하다. 실험을 보면, 오랫동안 홀로 갇혀 있던 생쥐는 친구 생쥐가 들어오면 침입자로 생각해서 공격을 한다. 인간 뇌 MRI 실험 결과도 비슷하다. 고립된 상태의 피실험자는 타인의 고통을 공감하는 부위의 활성도가 감소하고 대신 경계심과 주의력, 시각과 관련된 부위가 활성화된다. 이건 무슨 의미일까? 사회 경제적으로 배제된 사람들의 소외감은 사회의 위험요인일 수도 있다는 뜻이다. 영국 정부는 2018년 외로움부 장관을 임명했다. 지금은 ‘외로운 세기(the Lonely Century)’다.


SNS는 소통의 패스트푸드
제발 혼자 내버려 둬 달라고 할 정도로 계속 스마트폰 메시지가 울리고, SNS로 많은 사람과 항상 연결되어 있는데, 왜 우리는 외로운 걸까? 실은 이렇게 연결되어 있으면서 고립되는 것이 21세기 외로움의 본질이다. ‘휴대전화는 우리의 애인이자 불륜 상대다. 우리는 옆에 사람을 두고 노골적으로 휴대전화와 바람을 피우며, 어찌 된 일인지 이러한 부정을 다같이 수용하기에 이르렀다. 우리는 여기 있지만 여기 있지 않으며, 함께이지만 혼자다’(위의 책). 소통에 있어서 SNS는 일종의 패스트푸드와 같다. 주의는 산만해지고 공감 능력은 떨어진다. 소비하는 동안은 기분이 좋지만, 충족감이 들지 않고 결과적으로 몸에 해로운 것이다.


SNS의 얕은 대화는 진짜 대화 능력을 퇴화시킨다. 포토샵으로 꾸민 멋진 장면을 올리고, ‘좋아요’, ‘팔로우’ 댓글 같은 인정을 좇게 되면서, 진정한 자아와 단절된다. 같은 공간에서 서로의 표정을 살피면서 거울 뉴런이 활성화되고, 대화가 어긋나서 삐쳐버리거나, 상처받고 회복되기도 하면서 싸여가는 나이테 같은 것이 진짜 세계에서의 연결이다. 혼밥이 쿨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온라인을 떠다니는 존재로 혼자 있다가 진짜 자신이 누구인지를 잃어버리지 않도록 서로 대화하고, 함께 존재하면서 돌보고 지지하는 것은 시간이 지날수록 중요해진다.

* 칼럼에 대한 회신은 helenko@kookmin.ac.kr로 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