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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런한 자의 경영은 풍부함에 이를 것이나 ( ) 한 자는 궁핍함에 이를 따름이다.’ (잠언 21장 5절)
괄호 안에는 어떤 단어가 들어갈 것 같은가. 혹시 ‘게으른’을 넣고 싶지는 않은가. 안의 답은 조급한이다. 리더에게 부지런함의 반대는 게으름이 아니라 조급함이다. 조급함과 부지런함의 차이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주도성이라고 생각한다. 매일 바쁘다는 것을 입에 달고 다니는 당신, 무엇을 위한 바쁨인지 멈추어 생각해 보라. 멈추면 정말 죽는가. 혹은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가.


쉴 휴(休)는 사람이 나무 아래서 쉬는 모습이다. 공부를 하는 장소인 학교는 라틴어 schola에서 유래했다. 스콜라(schola)는 틈, 여가, 자유 시간이란 뜻이다. 당시 스콜라는 노동력을 면제받은 귀족의 자제나 사제들만이 다녔다. 노동이나 실용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여가에서 ‘인생이란 무엇인가, 신이란 무엇인가, 진리란 무엇인가’ 같은 한가한 학문과 철학이 싹텄던 것이다. 묘하게 연관되지 않는가.


휴가 vacation의 어원은 “비어있다”란 뜻이다. 비워야 채울 수 있다. 휴가는 비우고 쉬는 기간이다. 무엇을 비우고 무엇을 채워야 할 것인가. 아인슈타인은 성공하는 과학자의 조건으로 S(성공)=x(말을 많이 하지 않는 것)+y(삶을 즐기는 것)+z(쫓기지 않는 한가함)이라 말한 바 있다. 론 프리드만 박사(Ron Friedman)는 ‘휴가의 구체적인 효과’를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휴가 기간 동안의 재충전 경험은 우리에게 집중력, 정신의 명료성을 가져다주고 통찰력을 높여준다. NASA에서 수행된 연구결과에 의하면 사람들은 며칠간 휴가를 갔다 온 후 반응시간은 놀랍게도 80%가 향상됐다. 휴가 때 교외나 외국에서 여행을 갔다 온 사람들은 참신한 관점과 창조적 해결책을 찾는데 효과적인 것으로 조사됐다. 획기적 아이디어는 사무실 안의 좁은 칸막이 안에서 컴퓨터 키보드를 두드리며 만들어지지 않는다. 해변을 유유히 산책할 때 오히려 창조적 발상은 가능하다.”


휴가는 새로운 관점과 발전의 기회를 제공한다. 미국 갤럽의 조사 결과에 의하면 직장인들의 삶 웰빙 지수에서 ‘휴가는 연봉보다 요긴한 지수’다. 1년에 2만 4천 달러를 버는 사람이 1년에 5번 휴가 가는 사람보다 삶의 만족도가 낮다고 한다. 휴가는 심리적 요소뿐 아니라 직업관에도 영향을 미쳤다. 닐슨 여론조사에 의하면 만족스러운 휴가를 다녀온 이들 중 70% 이상이 일에 만족한 반면 휴가를 갔다 오지 못한 사람은 46%만이 직업 만족도를 보여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


미국의 일부 회사는 유급 여름휴가를 주는 것은 물론 휴가 기간 중 회사 이메일 체크나 전화 연락을 하면 휴가비를 전액 반환하는 내규까지 만든 곳도 있다고 한다. 단순한 자비심이나 쇼맨십에서가 아니다. 비워야 ‘새로워지고’ 달라져서 오기 때문이다. 동서고금의 여러 창발적 사례는 ‘휴가’에서 비롯되었지, 교실이나 사무실에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었다.


혹시 당신은 멈추면 큰 일이 나는 것처럼 ‘바쁘다 바빠’를 연발하지 않는가. 멈추면 죽는 것은 팽이이다. 사람은 멈추면 오히려 멀리 볼 수 있다. 조급함은 성과향상의 적이다.

* 칼럼에 대한 회신은 blizzard88@naver.com으로 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