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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의 멋진 가치선언문을 읽어보자. 이 조직은 다음 네 가지를 강조한다.


첫째, 소통이다. 소통에 대한 의무가 있다. 서로 충분한 시간을 갖고 대화를 나누고 경청한다. 정보를 공유한다. 공유된 정보는 사람을 움직인다는 사실을 믿는다.
둘째, Integrity. 정직하고 열린 마음으로 고객과 함께 한다. 무언가를 하겠다고 말하면 반드시 한다. 무언가를 할 수 없거나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면, 실제 하지 않는다.
셋째, 존중이다. 존중받기를 원하는 만큼 상대를 존중한다. 무례하거나 모욕적인 행위를 용납하지 않는다.
넷째, 탁월성이다. 하는 모든 일에서 최고가 된다. 이를 위해 목표를 계속 높인다.


이 가치선언문이 어느 회사의 것일까? 온갖 물의를 빚은 끝에 망한 바로 엔론(미국 에너지 기업)의 가치선언문이다. 놀랍지 않은가? 이렇게 멋진 가치를 가진 조직이 그런 불법 행동을 할 수 있는지? 그렇다면 가치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인가? 가치와 조직문화 간에는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


논쟁하는 대신 이를 증명해 보는 게 좋은데 증명하는 괜찮은 방법을 하나 소개한다. 회사 임원을 대상으로 다음 질문을 던지면 알 수 있다.


첫째, 가치 혹은 가치선언문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손을 들게 하는 것이다. 어떨 것 같은가? 대부분 손을 든다. 손을 들지 않은 임원을 본 적은 거의 없다.
둘째, 명문화된 가치 혹은 사명선언서, 가치선언문 등을 가지고 있는지 손을 들게 한다. 대부분 손을 든다. 작은 중소기업이라도 그들이 중시하는 사명, 가치, 행동규칙 등은 대부분 갖고 있다.
셋째, 임원들에게 가치 혹은 사명선언서의 내용을 보지 않은 채 적게 한다. 결과가 어떨까? 어색한 침묵이 흐를 것이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임원도 있다. 사명서나 가치를 정확하게 기억하고 적은 임원은 절반도 되지 않을 것이다. 가치가 그렇게 중요하다며? 가치관으로 기업을 움직인다며? 왜 그럴까? 가치가 몸에 배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치와 사명이 액자 속에만 있기 때문이다.


이것보다 더 확실한 확인 방법은 일반 직원들에게 사명이나 가치에 대해 물어보는 것이다. 물론 비밀을 보장해야 한다. 무장해제가 된 캐주얼한 상태에서 물어봐야 한다. 술을 마시거나 담배를 피우는 자리가 좋다. 그들에게 회사의 가치와 가치가 살아 움직이는지 물어보면 대번에 알 수 있다. 이때 그들이 하는 말만큼 그들의 반응을 예의주시해야 한다. 머리로 알고 있는지 아니면 가슴으로 알고 있는지 아니면 그게 살아서 행동으로 실천하고 있는지 아는 건 어렵지 않다. 조금만 눈치가 있다면 가치가 말뿐인지, 실제 살아 움직이는지는 바로 알 수 있다.


가치는 볼 수 없다. 만질 수도 없다. 말로 하는 건 더더욱 아니다. 가치는 그게 자연스럽게 행동으로 나올 때 비로소 가치가 있다. 남에게 베푸는 삶이 좋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조직문화도 그렇다. 그 회사가 어떤 가치와 사명을 떠들어대는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실제 그 가치가 현장에서 살아 움직이느냐가 중요하다.


조직문화는 가치가 아닌 행동과 일하는 방식이다. 새로운 조직에 들어간다고 가치관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바꾸려고 노력할 필요도 없다. 근데 행동방식은 바꿀 수 있다. 그 조직에서 생존하려면 거기에 필요한 행동을 해야 하는데 그게 바로 조직문화다. 조직문화는 조직의 행동과 구조를 통해 드러난다. 수직적인 기업은 개인별로 사무실이 배정되고, 경직된 환경을 가지고 있으며, 출장 허가 절차나 복장 규정도 까다롭다. 평등과 창의를 강조하는 회사 사무실 배치와 복장에서 수직적인 기업과는 다르다.


여러분 회사의 가치는 무엇인가? 그 가치가 실제 현장에서 구현되고 있는가? 만약 그렇지 않다면 그런 가치를 계속해서 액자 안에 보관할 이유가 있는가? 조직문화는 액자에 걸린 가치가 아닌 실제 여러분들의 행동이다.

* 칼럼에 대한 회신은 kthan@hans-consulting.com으로 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