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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다니던 A 사와 B 사는 직원을 대하는 것이 아주 대조적이었다. A 사의 경우 시작부터 달랐다. 내가 20여 년 전 여러 가지 우여곡절 끝에 처음으로 이직해서 새로운 일자리를 정할 때의 일이다. 우선 A 사는 일할 대안을 서너 가지 주고 고르게 했다. 대안을 고른 후에는 배우자와 함께 일할 곳에 가서 일할 곳의 사람을 만나게 했다. 배우자에겐 나와 별도로 주거환경, 병원, 학교, 시장 등을 둘러보며 생활하기에 적합한지 아닌지를 살피도록 했다. 내가 일하기 좋다고 생각해도 가족이 살만한 환경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그 대안을 선택하지 않아도 되었다.


일자리를 정하고 근무지에 도착하면 우선 가족 구성원 모두에게 현지 언어를 배우도록 주선해 주었다. 나의 경우 업무에도 현지 언어를 활용해야 할 상황이라서 2주간 업무를 전폐하고 현지 언어 학습만 하였다. 아침 8시에 시작해서 점심 식사도 선생님과 현지 언어로, 현지 식당에서 함께 했다. 가족의 경우 각자의 사정에 맞게 6개월 정도의 시간 안에 현지 언어 학습을 하도록 배려해 주었다. 이후 나의 매니지먼트 역량, 리더십 스킬 향상을 위해 회사 내 자체 유니버시티에서 수시로 교육을 받았다. 중국에서 근무할 때는 멘토를 지정해 한 달에 한 번 하루는 온전히 멘토링을 받았다. 2006년에는 코칭이 회사에 도입되어서 모든 매니저가 교육을 받고 코칭 지도력을 업무에 활용하도록 장려했다. A 사에서는 어떤 상황에서도 내부의 인재들이 자체적으로 역량을 발휘하도록 키웠다. 인재들을 인적 자본으로 생각했다.


이후 좀 더 큰 업무를 맡고 고국에 돌아올 기회가 있는 B 사로 자리를 옮겼다. B 사에서 중요한 자리를 맡게 되어서 책임감이 컸지만, 그동안 익힌 것을 활용해서 성과를 내야겠다는 포부도 컸었다. 하지만 1, 2개월 근무 후에 알게 된 것은 내 위치가 아주 높은 자리임에도 소유주의 지시를 일일이 따르지 않으면 생존이 어려운 것을 알게 되었다. 자율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생산에 관계된 일부분 일밖에 없었다. 이것도 오너가 1, 2년 후 어느 정도 기술사항들을 파악하고 나서는 간섭이 들어왔다. 가장 놀라운 일은 1년 반 정도 지나서는 내 후임자를 오너가 나와는 아무런 상의도 없이 외부에서 뽑아 나와 같이 일하도록 만들었다. B 사에서는 내부의 인재들을 육성하기보다는 외부의 경력직들을 선호했다. 인재들을 자재 창고의 부품처럼 생각했다. 어느 정도 쓰다가 효용성이 떨어지면 외부의 인재들로 대체하는 것이 다반사였다. 그래서인지 B 사에 입사해서 3년을 버티면 성공했다고 주변에서 알아주었다. 심할 때는 1년도 못 버티는 외부의 인재들도 다수 있었다. 주변의 많은 사람들은 B 사에 노하우와 경험이 축적되겠냐고 걱정하지만, 오너의 생각은 좀 다른 것 같다.


A 사는 자체 대학까지 설립해서 내부 인재들을 육성한다. 상급자는 직원들의 성장을 도와주고, 본인 직원들의 역량 향상이 주요 성과 지표가 된다. 이에 반해 B 사는 필요한 인재는 필요할 때 외부에서 영입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A 사의 조직문화는 성장 마인드 셋이 장착되어 있고 B 사는 고정 마인드 셋이 자리 잡고 있다.


AI, robots의 출현으로 조직의 업무 효율이 높아지고 있다. 그렇지만 민감하고 스마트한 고객들의 요구를 적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인간이 더 잘할 수 있다. 아무리 사업 환경이 변화해도 중요한 것은 여전히 ‘사람’이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특히 톱에서 조직의 자원 중에 인재가 가장 효과적인 자본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내부 인재를 키워야 한다. 이것이 앞으로 조직이 경쟁 우위를 가지려면 꼭 필요한 경영 마인드가 아닐까. 개인들의 성장을 위해서 개인들이 성장 마인드 셋을 갖는 것이 중요하듯이 조직도 살아있는 생명체로 지속 발전을 위해선 성장 마인드 셋을 갖고 내부 인재를 키우는 조직문화가 필요하다.


* 칼럼에 대한 회신은 jolypont56@daum.net으로 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