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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 정돈을 매우 잘하는 후배가 있다. 그는 내가 아는 사람 중에서 제일 깔끔하다. 그의 컴퓨터 폴더 관리는 가히 환상적이다. 한눈에 전체를 알아차릴 수 있고, 아무리 오래된 자료라도 금방 찾아낼 수 있다. 여간 부러운 게 아니다. 그런데 그에게도 아킬레스건이 있다. 그의 아내는 지나치게 정리 정돈하는 그를 못마땅해 한다. 부부 싸움은 주로 후배의 정리 정돈 때문에 비롯된다고 한다. 후배에게 왜 그렇게 정리 정돈에 집중하는지 물었더니, 자기는 주변이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지 않으면 불안하다고 했다. 그는 예측 가능하고 질서 정연한 환경을 통해, 주변 상황에 휘둘리지 않고, 스스로 상황을 통제하고 싶다고 했다. 그의 욕구는 상황을 통제하는 것이다. 체계(Discipline)테마의 발현이다.


성취(Achiever)테마도 규칙과 목록을 만들고 정리 정돈을 잘한다. 그가 정리 정돈을 하는 이유는 효과적으로 성취를 이루기 위해서다. 집중(Focus)테마도 규칙과 목록을 만들고 집중한다. 그가 정리 정돈을 하는 이유는 목표 달성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공정성(Consistency)테마도 규칙과 목록을 만들고 정리 정돈을 잘한다. 그가 규칙과 목록을 만드는 이유는 평등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다. 겉으로 드러나는 이들의 행위는 모두 정리 정돈을 잘하는 것이지만, 이들이 정리 정돈을 하는 목적과 내면의 욕구는 서로 다르다.


재능테마의 서로 다른 욕구는 책임감이 강한 테마들에서 더욱 강하게 드러난다. 책임(Responsibility)테마는 신뢰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책임감이 강하고, 신념(Belief)테마는 자신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책임을 다한다. 연결성(Connectedness)테마는 우리는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서로에게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정리(Arranger)테마는 더 나은 방법을 찾을 때까지 끝까지 책임을 다한다. 이들 테마들은 모두 책임감이 강하다는 면에선 유사하지만, 이들이 책임감이 강한 내면의 욕구는 각자 다르다.


이처럼 각 재능테마의 욕구가 서로 다르다는 걸 발견하고 난 후에, 사람들을 조금 더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게 됐다. 개발(Developer)테마가 있는 사람은 다른 사람의 성장과 발전을 돕기 위해 다른 사람들의 탁월함을 이끌어내고, 최상화(Maximizer)테마는 더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 다른 사람들의 탁월함을 이끌어낸다. 그리고 개별화(Individualization)테마는 개인의 특성을 관찰하는 것에 매료되어 사람들의 탁월함을 잘 알아차린다. 이들은 다른 사람의 탁월함을 잘 알아차리는 점에서 똑같아 보이지만 내면의 욕구는 서로 다르다. 그러므로 겉으로 드러난 특징을 알아주는 걸 넘어서서, 내면의 욕구를 알아주는 게 소통의 포인트다.


‘당신은 다른 사람을 성장시키고 싶군요. 그래서 그들의 탁월함을 잘 이끌어내는군요.’(개발)
‘당신은 최고의 성과를 이끌어내기 위해 다른 사람들의 탁월함을 잘 이끌어내는군요.’(최상화)
‘당신은 사람들의 개별적인 특성을 잘 알아차리는군요. 그래서 사람들의 탁월함을 잘 이끌어내는군요.’(개별화)


이런 식으로 재능테마의 욕구를 알아주면 상대방은 존중받고 이해받는다고 느낀다. 욕구는 어떤 행위의 근본적인 이유이고 존재의 목적이기 때문이다.


상대방을 잘 수용하는 테마를 살펴보면 각 테마들이 가진 욕구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포용(Includer)테마는 우리는 모두 근본적으로 같기 때문에 상대방을 수용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연결성테마는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서로 수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공정성테마는 모든 사람을 똑같이 대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상대방을 수용한다. 화합(Harmony)테마는 갈등은 서로에게 이로울 게 없기 때문에 서로 수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들 테마는 상대방을 수용한다는 측면에선 모두 같아 보이지만, 그들이 이렇게 행동하는 이유와 내면의 욕구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각 재능테마가 가진 힘과 차별성이 각자의 성과로 연결된다면, 재능테마의 욕구는 존재의 이유와 목적을 드러낸다. 그러므로 상대방 테마의 욕구를 알아주는 것은 상대방과 존재로서 만나고, 존재로서 연결되는 방법이다.


사람들이 내 행위의 선한 의도를 이해해 주고, 나의 욕구를 있는 그대로 알아준다면, 사람들을 만나는 게 얼마나 신이 날까? 만남이 곧 축복이 될 수 있을까?

* 칼럼에 대한 회신은 iamcoach@naver.com으로 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