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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가지가 길어 슬픈 짐승이여~” 하면 어떤 동물을 떠올리는가. 많은 분들이 모윤숙 시인의 시 덕분에 ‘기린’ 대신 ‘사슴’을 떠올릴 것이다. 조직생활과 ‘목’ 역시 불가분의 관계다. 목줄, 명줄, ‘목구멍이 포도청’... 조직에서는 모가지가 길어서라기보다 뻣뻣해서 슬픈 일을 당하는 게 현실이다. 특히 조직 내 직언을 할 때 목이 곧고, 뻣뻣할수록 불이익을 당하기 쉽다. 뼛골에 젖은 ‘선비정신’, ‘사육신’의 기개로 옳은 말을 했다가 산산이 산화된 경험 한 번은 있을 것이다.


많은 꼿꼿러들이 직언의 올바른 근거를 증명하는 데 힘을 쓴다. 천만의 말씀이다. 많은 소통이 그렇듯 무엇을 말하는가 보다 어떻게 말하느냐가 중요하다. 직언에도 전략이 필요하다.


[초한지]를 살피면 유유상종이란 말이 실감 난다. 유들유들 소통의 고수인 유방 곁에는 참모들도 전략적 직언의 달인이다. 반면에 꼿꼿 항우의 곁에는 그런 사람들이 들이대듯 겁박(?)해 결국 분열된다. 구체적 전략을 살펴보자.


첫째, 리더의 목표와 좌표를 파악하라. 참모들은 불편한 말을 할 때 유방의 야심을 저격했다. 결단을 내리지 못하면 ”상대와 비교해 당신은 어떻습니까“라며 급소를 자극, 현실 인식, 자기인식을 하도록 했다. 상황을 인식한 후, 리더가 판단해 주도적으로 결단하도록 한 것도 포인트다.


둘째, 리더의 자존심을 살리라. 공개보다는 비밀 조언으로 자존심을 살려줬다. 전략 참모인 장량의 ‘섭족부이’(躡足附耳.발을 밟아 일깨우고 귓속말로 귀띔을 해 줌. 남몰래 주의를 줌)가 대표적이다.


셋째, 협공 작전을 펼쳤다. 진나라 수도 함양에 입성했을 때, 유방은 향락에 눈이 팔려 번쾌가 ‘궁궐 떠날 것’을 간언해도 듣지 않는다. 이때 장량은 번쾌를 지원사격, 협공을 꾀해 결국 설득에 성공한다. “좋은 약은 입에 거슬리나 병에 이롭고, 충언은 귀에 거슬리나 행동에 이롭다“(良藥苦於口而利於病 忠言逆於耳而利於行)도 이때 장량이 번쾌의 직언을 두둔하며 한 말이다. 혼자 말하면 주장이지만, 함께 말하면 여론인 법이다. 즉 직언을 하기 위해선 동료들 간 신뢰도 중요하다는 이야기와 통한다. 또 대놓고 비판보다 우회적 비유로 말한 것도 비결이다.


혹시 당신은 직언하면 산산이 부서지며 ”아니 되옵니다“를 말하는 것으로 착각하지 않는가. 진짜 직언러는 산(山)산이 꽃을 피우며 ”이렇게 하면 됩니다“로 말할 줄 안다. 직언의 효과성은 용감하게 말했느냐보다 상대를 변화시켰느냐로 측정된다.

* 칼럼에 대한 회신은 blizzard88@naver.com으로 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