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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을 결혼시킨 부모들이 자주 하는 말이 있다. 결혼하더니 바뀌었다는 말이다. 결혼 이후 얼굴 보기도 어렵고 남이 된 것 같을 때 하는 말이다. 여러분은 이 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우리 아들이 변했다. 예전 내 아들이 아니다. 섭섭하다'라고 생각하는가? 만약 그렇다면 당신은 미성숙한 부모다. 난 결혼 후 아들이 변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아니 오히려 변하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만약 결혼 전이나 결혼 후나 아들이 부모에게 지극정성으로 잘하고 부인에게 데면데면하다면 며느리는 어떤 생각을 할 것 같은가? 남편 하나 믿고 이 집에 들어왔는데 도대체 이 남자가 시어머니의 아들인지, 내 남편인지 구분할 수 없을 것이다. 조만간 남편은 남의 편이라고 생각할 것이고, 서서히 남편에게 정이 떨어질 것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시어머니를 미워할 것이다.


자녀 결혼에 가장 중요한 건 결혼 이후의 감정적 이별이다. 다른 말로 내 자식은 더 이상 내 소유물이 아니란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사실 원래도 자식은 부모 소유물이 아니다. 다만 소유물로 착각하면서 살아왔다. 결혼하는 순간 확실하게 소유권 이전을 해야 두 사람이 잘 살 수 있다. 소유권 이전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자주 소유권 분쟁이 일어나고 그게 불화의 큰 원인이다. 물론 내 자의적 해석이다.


내가 결혼식 때 듣기 싫어하는 말이 있다. 낳아주고 길러주신 부모님께 효도하란 말이다. 효도하고 싶다가도 그 말을 들으면 반감이 생긴다. 그건 자식이 알아서 하는 것이지, 왜 쓸데없이 강요하는가? 난 효도란 말 대신 자식과 감정적으로 이혼하라는 말을 한다. 내가 주례 때 꼭 이 말을 한다. 특히 시어머니 되는 사람에게 이 말을 한다. "지금부터 당신 아들은 당신 소유가 아니고 며느리 소유입니다. 제발 감정적으로 이별하세요. 결혼 후 아들에게 변했다, 아니다 같은 쓸데없는 소리를 하지 마세요"라고 얘기한다. 주례가 끝난 후 많은 사람이 그 말에 깊은 공감을 표시하는 말을 많이 들었다.


왜 내가 이런 주장을 할까? 우리 어머니가 그런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내게 올인을 했다. 다른 자식보다 내가 공부도 잘하고, 미래가 있어 보이니까 모든 걸 내게 걸었고 난 기대에 맞춰 좋은 학교를 나와 국비 유학 시험까지 붙고 유학 전 결혼을 하게 됐다. 근데 어머니는 감정적으로 이별을 못 했다. 이별은 고사하고 더 심하게 아들의 소유권을 주장해 아내를 힘들게 했다.


아내는 친정에서 나 이상으로 대접을 받으면 살아왔다. 돌아가신 장인어른에겐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귀한 존재였다. 하지만 어머니 눈에는 아들 뒷바라지나 하는 여자로 보였다. 무시하고, 일이나 시키고, 아무 말이나 마구 했다. 하루는 회사를 다녀왔는데 아내가 침대에서 눈물을 흘리며 소주를 마시고 있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혼자 소주를 먹다니? 한 번도 보지 못한 장면이다. 뭔 일이 일어난 것이다. 직감적으로 어머니가 뭔 소리를 한 것 같았다. 무슨 말인지 기억조차 나지 않지만 내가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그 일이 일어난 주말 본가에 갔더니 어머니가 더 흥분하면서 아내 흉을 본다. 나보고 심판을 보라는 형국이다. 난 정색을 하면서 어머니에게 얘기했다. "엄마, 이 사람은 나 하나 보고 이 집에 온 사람이에요. 내가 이 나이에 아내를 버리고 엄마와 살고 싶지는 않아요. 난 앞으로 집에 오지 않을 겁니다. 또 한 가지, 어떻게 마흔 넘은 아들에게 욕을 합니까? 그것도 자식 보는 앞에서. 그게 당신이 그렇게 사랑하는 아들에게 할 수 있는 행동입니까? 아들을 사랑하기나 하세요?"


본가를 나와 몇 달 동안 가지 않았다. 난 물론 아내에게도 전화하지 말라고 했다. 결과가 어땠을까? 어머니가 사과하면서 내게 전화를 했다. 이후 어머니는 많이 변했다. 가장 소중한 아들이 그렇게 세게 나가니까 어머니가 위기의식을 느낀 것 같다. 아주 오래전 일이지만 그때 일이 아직 생생하다. 아들을 사랑하고 며느리를 구박하는 시어머니는 조만간 이혼한 아들과 둘이 살 확률이 높다. 내가 정말 피하고 싶은 최악의 조합은 늙은 아들과 더 늙은 어머니 둘이 사는 것이다. 감정적으로 이별하지 못하면 쉽게 벌어질 수 있는 일이다.


사람은 성인이 되어서도 성장한다. 의존적인 사람에서 독립적인 사람으로, 독립적인 사람에서 상호 의존적인 사람으로. 이게 되지 않으면 자식에게 의존한다. 자식의 배우자를 경쟁상대로 인식하면 비극이 시작된다. 이를 방지하려면 인간적으로 성장해야 한다. 자식을 소유물로 생각하는 대신 독립적인 인격체로 대해야 한다. 나이가 들면서 소유권 이전을 해야 한다. 잘난 아들은 국가의 아들이고, 돈 많은 아들은 장모의 아들이고, 못난 아들만 당신 아들이란 농담이 왜 나왔겠는가?

* 칼럼에 대한 회신은 kthan@hans-consulting.com으로 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