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캐의 전성시대다. 부캐란 부(副)캐릭터의 준말로 자신을 드러내는 또 다른 캐릭터를 의미한다. 유재석이 지미유로, 이효리가 린다G 로 변신하는 것처럼 말이다. 내면에 숨겨졌던 잠재력을 새롭게 발휘하는 사람들을 보면 덩달아 신나고 흥미롭다. 부캐의 전성시대는 비단 유명인뿐이 아니다. Z세대들 가운데는 이미 멀티 페르소나를 지향하는 사람들이 종종 보인다. 주중에는 평범한 직장인으로 생활하지만 밤에는 유튜버, 주말엔 농부로 변신하기도 하고, 바리스타, 공인중개사, 환경운동가 등등 새로운 부캐 탄생을 위해 돈과 시간을 아낌없이 투자한다. 은퇴 시점이 되어서 세컨드 커리어를 고민하는 중장년층 입장에서는 젊은 친구들이 N개의 직업을 갖는 것이 못마땅해 보일 수 있다. 일에 집중하지 않고, 딴짓을 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상의 흐름에 뒤처지지 않으면서 오랫동안 일하고 싶은 소망은 누구나 꿈꾼다. 어떻게 하면 나의 가치를 계속 보여줄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돈을 벌 수 있을까? 같은 고민이다. 우리는 이미 평생 직장이나 승진에 큰 의미를 두지 않게 되었다. 남은 인생은 너무 길고, 배운 것은 한계가 있고, 지금 하는 일이 몇 년 후에 어떻게 또 변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모두 N회차 인생을 꿈꾸며, 계속 새로운 것을 찾고, 도전하면서 모드 전환을 시도한다. 그 과정은 불안하지만 활력을 선물해준다. 실패한 인생 같아도 남은 인생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제2의 제3의 부캐 탄생을 위해 부지런히 배우고 익혀야 하는 세상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단순히 재미만을 쫓기 위해 혹은 밥벌이 외의 수익을 위해 모든 에너지를 쏟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특이한 이력을 가진 사람들이 새로운 것에 도전했을 때 사랑받는 이유는 그 이전의 커리어에서 정점을 찍은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자신이 쌓아온 능력치에서 새로운 가치가 창출되기에 더 대단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일의 미래> 저자인 린다 그랜튼은 제너럴리스트보다 유연한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신만의 무기를 갖기 위한 숙련의 시간을 가져야 하며, 동시에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두고,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회색인간>의 저자인 소설가 김동식은 공장 노동자였다. 10년을 일하면서 단한번도 결근한 적이 없다고 한다. 하루 종일 주물 틀에 아연물을 붓는 일을 단순 반복하면서 머릿속으로는 수많은 이야기를 생각했다. 인터넷 게시판에 글을 올리고 댓글로 피드백을 받으며 소설가의 꿈을 키웠다. 1년 6개월간 300여편의 소설을 쓰며 자신을 단련시키자, 세상은 그를 향해 ‘괴물 작가’라는 새로운 호칭을 부여해주었다. 그렇게 그는 작가 등용의 새로운 길을 연 혁신가이자, 소설가, 강연자로서의 인생을 시작하게 되었다. 경계가 없는 세상에 살려면 나의 관심도 능력에도 경계를 두지 말아야 할 것이다. 또 현재 하는 일에서 가치를 찾고, 그것이 다음 회차 인생에서 어떤 연결고리가 될지 다른 시선으로 봐야 한다. 진짜 괜찮은 N회차 인생을 살려면 집중과 방랑이 모두 필요하다. 당신의 다음 인생은 어떤 모습이 되길 바라는가? * 칼럼에 대한 회신은 jhjung@coachingi.com로 해주시기 바랍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