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즐겨보는 프로는 ‹개는 훌륭하다›이다. 일명 개통령이라 불리는 강형욱 조련사가 문제견을 진단하고, 행동을 변화시키는 과정을 보여준다. 아이들이 평소 강아지를 키우는 것이 소원이었는데 이 프로를 몇 번 같이 본 후 그 소원이 쏙 들어갔다. 정말 고마운 컨텐츠다. 문제견의 행동을 고치는 과정은 단순하다. 관찰 카메라로 개의 습성을 살핀다. 견주의 말과 행동도 살핀다. 개가 생활하는 집과 마당의 환경도 함께 진단한다. 모든 정보 수집을 마친 강형욱이 문제견을 직접 찾아간다. 여기서부터가 하이라이트다. 문제견은 조련사의 손길에 드라마틱하게 변신한다. 코치가 그림자처럼 고객을 따라다니며 직접 관찰하고, 피드백을 주는 새도우 코칭(shadow coaching)의 방식과 매우 유사하다. 더 나아가면 코칭 슈퍼비전의 한 형태로도 볼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은 개가 주인공인 것 같지만 사실 견주가 주인공이다. 제목이 의미하는 대로 '개(고객)'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 실망스러운 코칭의 진짜 원인은 고객이 아닌 코치로부터 나오기 때문이다. 그럼 우리가 슈퍼바이저, 개통령에게 배워야 할 점은 무엇일까? 첫째, 그는 개의 문제 행동 뒤에 있는 좌절된 욕구를 읽는다. 무조건 달려드는 공격성을 '외로움'으로 보거나 물건에 대한 집착을 '두려움'으로 해석한다. 코칭에서 자주 하는 말이 '이슈'를 보지 말고 '사람'을 보라고 했던가. 행동을 교정하려는 접근은 또 다른 문제 행동을 낳는다. 개가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주인에게 어떤 감정을 가질지를 보는 것, 그의 관심은 이슈(문제 행동)가 아닌 개의 존재 자체였다. 둘째, 그는 정말 ‘개는 훌륭하다’고 믿는다. 코칭이 남다른 이유는 인간에 대한 철학이 확고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고객을 볼 때 창의적(creative)이고, 자원이 풍부(resourceful)하며, 전인적(whole)으로 보는 것처럼 개통령도 고객을 그렇게 본다. 그가 문제견과 힘겨루기를 하거나 새로운 규칙을 훈련시킬 때 하는 말들이 명언처럼 퍼져 나간다. “그래 힘든거 알아, 그렇지만 넌 해낼 수 있어”, “니가 아무리 날뛰어도 난 여기 계속 서 있을거야. 기다릴게”, “내가 너에게 역경이 되어 줄게, 헤치고 나와봐” 분명 인간의 언어인데 개의 눈빛이 흔들리는 것 같다. 어쩌면 개들도 우리처럼 울컥하지 않았을까 셋째, 질문을 한다. 질문은 개가 아닌 견주에게 향한다. 그에게 있어 훈련의 목적은 개의 변화가 아니다. "당신은 보호자로서 어떤 책임과 의무를 다하고 있습니까?”, "당신의 개는 어떤 마음일까요?" "내 개의 행복이 무엇인지 아나요? 그걸 위해 당신은 어떤 노력을 했나요?" 질문을 받은 견주의 표정에 착잡함과 부끄러움이 동시에 밀려온다. 결국 개는 아무런 잘못이 없고, 자신의 무관심 혹은 지나친 애정이 문제였음을 깨닫는다. 코칭의 상황과 다르지 않다. 나는 이 고객과 정말 잘해보고 싶은데 내 기대에 자꾸 어긋난다. 그동안 경험해보지 못한 스타일의 고객이라 자꾸 코칭이 망해가는 것 같다. 그러나 슈퍼비전을 통해 깨닫는다. 내가 바라본 것은 고객이 아닌 그의 ‘이슈’였고, 그래서 나는 그를 ‘훌륭한 존재’로 보기 힘들었고, 코칭을 방해하는 것은 나의 제한된 신념이었음을. 기억해야겠다. 개도 훌륭하고, 내 고객도 훌륭하며, 우리 모두는 다 훌륭하다. * 칼럼에 대한 회신은 jhjung@coachingi.com 로 해주시기 바랍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