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유즈키 아사코의 소설 [나는 매일 직장 상사의 도시락을 싼다]에는 완벽하고, 빈틈없어 보이는 40대 직장 상사와 의기소침하고 거절을 잘 못하는 파견직 20대 직원이 등장한다. 점심값이 비싸 늘 도시락으로 혼자 점심을 때우는 직원에게 상사는 특별한 제안을 한다. 일주일간 그녀가 싸온 도시락을 자신이 먹고, 직원이 상사의 점심 일정을 대신하는 ‘점심 역할 바꾸기’ 가 그것이다. 매일 똑같은 도시락으로 그저 그런 일상을 지내던 직원은 매번 다양한 점심을 먹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면서 점점 활기를 되찾는다. 이를 테면 ‘점심 역할 바꾸기’는 직원에게 ‘제대로 된 점심을 먹게 하고, 그 이상의 가치를 경험하도록 하기’ 위한 상사의 배려인 것이다.

이 소설은 여러 가지 면에서 의미가 있다. 주인공들은 각각 일본의 버블세대(보통 1965~1970년생으로 일본 사회가 엄청난 호황을 누리던 ‘버블경제’ 시대에 풍족하게 젊은 시절을 보낸 사람들)와 유토리세대(보통 1987년~1996년생으로 일본의 탈 주입식 교육을 의미하는 ‘유토리(여유) 교육’을 받은 자들이다. 창의성, 자율성을 강화했지만 결과적으로 학력 저하, 개인주의, 스트레스에 민감한 성향을 지니며 사회에 부적응하는 젊은 세대를 뜻함)를 상징하며, 두 세대가 어떻게 직장에서 서로 배우고 성장하는지 ‘좋은 연대’를 보여준다. 특히 40대 상사의 말과 행동은 우리가 흔히 아는 ‘츤데레’ 캐릭터의 모습으로 유난스럽지 않게 잔잔한 감동을 준다.

‘츤데레’라는 말은 원래 일본에서 왔다. 새침(츤츤 ツン)하지만 극진히 대해주는(데레데레 デレ)라는 말의 조합이다. 미디어에 자주 등장하는 츤데레 스타일은 겉으로는 냉정해 보이고 쿨한 척하지만, 속은 친절하고 상냥한 성향을 뜻한다. 사실 밀레니얼이 원하는 리더의 모습은 상당히 복합적이다. 전문가이면서도 겸손한 태도를 유지하는 것, 자신감 넘치고 당당하면서도 자신의 실수나 약점도 스스럼없이 인정하는 것, 부드럽고 온화한 성품을 지니면서 때로는 단호한 의사결정과 추진력을 발휘하는 것, 일의 방향과 우선순위를 알려주지만 그 외의 것들에 대해서는 직원들의 자율성에 맡기는 것 등이다. 무엇보다 그들은 진실하게 배려하는 리더를 좋아한다.

밀레니얼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알아서 하게 내버려두세요’와 ‘처음부터 끝까지 다 챙겨주세요’ 동시에 요구한다. 이중적이고 모순적인 특성이 있다. 그러나 달리 생각해보면, 이는 비단 밀레니얼의 요구가 아니라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직장인에게 요구되는 말이다. 주52시간에 맞추어 일을 스마트하게 끝내면서도, 동시에 높은 수준의 성과를 원한다. 조직이나 업무에 몰입을 하면서도 끊임없이 자기계발도 해내야 한다.

모호하고 불확실한 환경일수록 한쪽으로 치우친 리더십 스타일은 더 이상 환영받지 못한다. 세대가 다르고, 출신 배경이나 성향이 다른 이질적인 구성원들이 많을수록 리더들은 부드러우면서도 강력한 리더십의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밀레니얼이 선호하는 리더들은 이러한 균형을 잘 잡힌, 무심하면서도 세심한 스타일의 매력을 지니고 있다. 많은 말을 하기보다 확실한 행동으로 보여주는 리더, 모두에게 잘하기 보다 나에게 특별한 관심을 가져주는 리더, 또 따뜻하면서도 묵직한 돌직구로 가치 있는 피드백을 주는 리더, 한마디로 정의하면 츤데레처럼 밀당(밀고 당기기)의 귀재라고 할 수 있다.

* 칼럼에 대한 회신은 jhjung@coachingi.com 로 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