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직장은 리더십 전문 기관이었다. 회장님부터 인턴까지 인생의 비전을 공유하고, 주도적인 삶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었다. 그런 분위기 속의 신입사원이었던 나는 질문 받는 것이 가장 곤혹스러웠다. 선배들은 나와 이야기할 기회만 생기면 주저없이 질문을 던진다. “너는 인생의 비전이 뭐야?” “5년 후에 어떤 모습이 되길 원하니?” 이렇게 무거운 질문을 ‘점심 뭐 먹었니?’처럼 가볍게 던지는 그들이 이해가지 않았다. 정확히는 그런 질문에 대한 대답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막막했다. 처음에는 깊게 생각해보지 않고 그저 상대방이 좋아할 만한 대답을 했다. 신입사원이니까 열정과 패기를 보여주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혔다. 그런데도 선배들의 질문은 반복되었다. 질문에 답하고, 생각하고, 답하고, 생각을 정리하다 보니 나의 대답은 점점 정교하게 다듬어져 갔다. 놀라운 것은 그때 이야기한 대로 살아가게 되더라는 것이다. 밀레니얼과 코칭을 하다 보면 그들의 ‘똑똑함’에 반하게 된다. 이 똑똑함은 단순히 아는 게 많다기 보다 다양한 측면에서 볼 줄 안다는 점이다. 본인이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이 분명하고, 리더들의 말이나 행동을 해석하는 수준도 높았다. 조직이 겉으로 내세우는 비전과 현실적인 비전도 구분해낸다. 기성 세대들은 한번 목표가 정해지면 돌진하는 스타일이라면, 밀레니얼은 이쪽 저쪽 방향을 살펴보고 가장 효율적이고 안전한 길로 들어서려는 것 같았다. 질문을 하면 할수록 화수분처럼 쏟아지는 이야기를 듣는 그 시간이 참 즐거웠다. “당신의 그 이야기를 상사도 알까요?” “모르죠. 안 물어보시니까. 이런 이야기는 잘 안해요.” 어떤 한 친구는 자신의 상사가 좋은 이유로 ‘사소한 것도 질문해 주는 점’을 꼽았다. 보고서를 써 갔는데 지난 번 버전과 다르게 작성한 부분이 있었다. 이전의 상사라면 맘에 들지 않는다고 빨간 줄로 쭉 그었을 텐데 그분은 그걸 지나치지 않고 물어보는 것이다. “이 부분은 어떤 생각으로 쓴 거야?.. 아 그걸 강조하고 싶었구나” 자신이 한 일에 대해 관심을 가져주고, 물어봐 줘서 고마웠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리더의 뜻대로 보고서가 수정되더라도 자신의 의도를 먼저 설명할 기회가 주어졌고, 정확한 피드백을 받은 점이 감사하다는 것이다. 또 어떤 친구는 회사에 대한 불만이 극에 달했을 때 질문해 준 리더를 고맙게 생각했다. “어떤 점이 힘 들었니? 뭐가 개선되면 좀 편하게 일할 수 있을까?” 질문을 받고 생각해보니 자신의 불만에는 논리가 없음을 깨달았다고 한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다기보다는 실망스러운 상황들이 누적되어 부정적인 감정에 휩싸였음을 인정하였다. 꼬였던 마음을 하나씩 벗겨봄으로써 자신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었다. 자신의 말투, 표정 등 팀에 미친 영향을 온몸으로 느낀 후에 그동안 현명치 못한 행동을 사과했고, 리더에게도 정중하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었다. 밀레니얼은 비슷한 특성으로 묶이는 것 같지만 한 사람 한 사람의 개성과 강점이 뚜렷하게 다르다. 같은 질문에도 다양한 의견과 대안을 내놓는 사람들이다. 그런 면에서 밀레니얼은 유명한 게임 에니메이션 ‘포켓몬스터’ 캐릭터와 닮았다. 가장 많이 알려진 피카추는 수 백개에 달하는 포켓몬 캐릭터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각 캐릭터별로 가진 강점과 약점, 능력치가 제각각이다. 더 재미있는 것은 게이머가 어떻게 플레이하느냐에 따라 레벨업이 되어 진화하는 캐릭터로 성장한다는 점이다. 밀레니얼을 진화시키는 리더의 무기는 ‘질문’ 이다. 사소한 것도 물어보고, 의견을 구하고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 보기를 바란다. 바쁘니까 빨리 가려고 질문을 생략하면 질책과 잔소리에 더 많은 소통 에너지가 들 것이다. 동기부여 전문가 사이먼 사이넥의 조언처럼 리더는 질문하고, 충분히 듣고, 가장 마지막에 자신의 이야기를 건네는 사람이다. * 칼럼에 대한 회신은 jhjung@coachingi.com 로 해주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