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확신에 차서 상대측을 비난하는 사람을 자주 본다. 상대의 주장이 어리석고 이기적이라고 가차없이 깎아내리면 더 불안하다. 상대를 형편없게 만듦으로써 자신을 쉽게 합리화하기 때문이다. 상대의 주장을 제대로 파악이나 하고 하는 말일까? 우리 사회에 진짜 필요한 것은 “잘 알아보고 말하기” 운동이 아닐까. 그런 순진한 운동을 시작하는 사람이 혹시라도 있다면 제일 먼저 내가 동참할 것이다. 몰락에서 얻은 교훈 레이 달리오는 역사상 가장 많은 돈을 번 헤지펀드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의 회장이다. 그는 뛰어난 분석가였다. 곡물과 가축 시장의 선물거래를 담당하면서 두 시장의 변수를 의미 있게 해석해냈다. 곡물의 재배면적, 강우량은 물론, 가축의 체중 증가와 재고, 소매점의 이익 등 많은 요소들이 시간에 따라 서로 어떻게 영향을 주고 받는지 상호작용을 수학적 모형으로 만들어냈다. 탁월한 분석으로 시장의 리스크를 헷지하고 고객에게 가치를 제공해서 큰 성공을 거두었다. 하지만 1982년 멕시코 채무불이행 시 경제대공황이 불가피하다고 호언장담했다가 예측이 빗나가서 공개적으로 망신을 당했다. 실제로는 인플레이션 없이 경제가 회복되었다. 투자회사로서 그동안 이룬 걸 다 잃고 원점으로 돌아갔다. 고통스러운 실수였지만 그에게 그 몰락은 좋은 일이었다. 공격성을 조절할 수 있는 겸손과 틀릴 수 있다는 커다란 두려움을 배웠기 때문이다. 그는 ‘내가 옳다’는 사고에서 벗어나, ‘내가 옳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를 질문하게 되었다. 참 어려운 질문이다. 여러분은 자신이 옳다는 것을 어떻게 아는가? 레오 달리오는 ‘자기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 똑똑한 사람들을 찾아서 그들의 생각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방법이라고 한다. 지혜롭다! 자신과 같은 견해를 가진 사람들 혹은 의견이 달라도 내 앞에서 말 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둘러싸여 있는 것은 얼마나 위험한가? 그것이야말로 경영자의 진정한 리스크다. 서로의 견해에 도전할 수 있는 문화 던킨도너츠의 트레비스 회장은 ‘도전문화(challenge culture)를 강조한다. 도전은 궁지에 몰아넣는 긴장된 게임이 아니다. 목적을 가지고 질문하고 긍정적으로 저항하고, 합리적으로 토론하는 기술이다. 지금과 같이 정답이 없는 급변하는 시대에 필수다. 질문하는 목적을 이해하고, 질문으로 자기 위치가 위태로워지는 일이 없다고 확신하면, 사람들은 쉽게 질문하고 자유롭게 진실에 가까운 대답을 내놓게 된다. 그는 도전 문화의 원칙을 이렇게 정리했다. 첫째, 질문하는 목적은 사실에 가까워지기 위해서다. 둘째, 목적을 공유해야 예의 바른 대화가 이루어진다. 셋째, 사람이 아닌 아이디어에 이의를 제기하라 외부도 마찬가지다. 분기실적을 발표하는 어닝데이에 CEO들은 애널리스트와 언론의 집중 질문을 받는다. 굉장히 부담스러운 자리지만, 트레비스 회장은 그날이 기대되고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다고 한다. 똑똑한 사람들로부터 정확한 정보에 근거한 질문을 받는 기회가 얼마나 값지냐는 거다. 돈 한푼 들이지 않고 그들의 관점, 지식, 통찰력을 배울 수 있는 기회라는 것이다. 내가 옳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타인의 시각을 이해하면서 내 관점을 다듬어 가기. 목적을 이루려면 현실을 날카롭게 이해해야 하고, 감정적 대응과 주관적인 희망도 내려놓아야 한다. 우리가 아무리 선의와 실력이 있어도, 현실은 전체시스템의 진화 경로에서 벗어나는 것은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현실은 내가 아니라 전체를 위해 최적화되어 있다는 것, 나는 모든 것인 동시에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는 모든 지식과 관점에 감사! * 칼럼에 대한 회신은 helenko@kookmin.ac.kr로 해주시기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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