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에 ‘(아내, 어른, 부모의)말을 잘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는 속담이 있다. 얼마나 남의 말을 안 들었으면 이런 속담까지 생겼을까 싶다. 역설적 경청에 관한 우화로는 장자(莊子)의 스토리가 인용되기도 한다. 어느 날 노(魯)나라 수도에 바닷새 한 마리가 날아들었다. 이 소식을 듣고 왕이 길조라 생각해서 정중히 초대해 환영회를 베풀었다. 소돼지, 양을 잡아 술과 함께 음악을 연주하며 극진히 대접했지만 바닷새는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사흘 만에 굶어 죽고 말았다는 이야기다. 우리가 평소 얼마나 상대방 말을 안 듣고 일방적인지를 ‘바닷새의 환대와 죽음’이라는 빗댐을 통해 깨닫게 되는가 싶다. 경청과 관련해 필자가 강의 중에 자주 언급하는 사람이 오프라 윈프리다. 그녀는 25년 동안 자신의 이름을 건 토크쇼를 진행했다. 1시간 동안의 토크쇼에서 그녀가 말하는 시간은 기껏 10분, 나머지 50분은 상대방과 눈을 맞추고, 고개를 끄덕이며 이야기가 끊기지 않도록 질문을 던지는데 집중한다. 토크쇼가 진행되는 동안 그녀의 눈은 입을 대신하고 있다. 말을 하지 않는 대신 끊임없이 상대방을 관찰하고 교감하려 애쓴다.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노력, 이것이 바로 열린 소통의 시작이다. 소통의 달인이 되고자 한다면 먼저 듣는 귀를 가져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녀야말로 ‘경청의 대가’이자 ‘소통의 달인’ ‘이청득심의 본보기’ ‘웬 떡의 최대수혜자’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경청으로 웬 떡(以聽得心)을 얻게 된 필자의 경험을 소개해본다. 당시 코치로서는 햇병아리에 지나지 않았지만 코칭에 열정을 불태우고 있었던 때, 돌이켜 보면 새삼 그 용기가 가상하다 싶다. 첫 잠재고객은 주변에 짠돌이로 소문난 강소기업 M사장이었다. 필자는 약간의 위축감을 느꼈지만 굴하지 않고 도전해 보기로 했다. M을 처음 만나 명함을 주고 받고 그에게 코칭을 소개하는 이메일을 보냈다. 그리고 며칠 후 만나 뵐 수 있겠느냐고 전화를 했더니 의외로 쉽게 수락했다. 약속 당일, 오후 2시 반에 그의 집무실에 들어가 7시 반이 되어서야 나왔으니 무려 5시간이나 대화를 한 것이다. 대화라기보다 한 사람의 인생사를 일방적으로 귀담아 들어주었다고 표현하는 게 상황에 맞을 것 같다. 대화가 끝난 후 그는 “내 평생 오선생처럼 남의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은 처음 만났습니다.”라는 칭찬과 함께 코칭을 받겠다는 선물까지, 이게 원 떡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5시간 동안 필자는 코치로서 그 동안 익혀온 경청 기법을 온몸으로 실행했다. 시선을 마주치고, 고개를 끄덕이며, “아, 그러셨군요” “대단한 인내력을 가지셨군요” “직원들을 진정으로 위하고 계시는군요. 훌륭하십니다.” 등등의 맞장구를 치면서. 그 결과 상대방의 마음을 얻어냈다. 그때 필자의 기분이 어땠을까? 드디어 해냈다는 성취감에 완전히 도취되어 있었다. 세상 사람들은 모두 자기 말에 귀 기울여 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이런 연유로 경청은 상대방의 심리적 욕구를 채워주는 최고의 기술이라 할 수 있다. 에리히 프롬은 그의 저서 『사랑의 기술』에서, “사랑이 기술임을 인정한다면 다른 모든 기술(예를 들면 운전)을 습득할 때와 마찬가지로 최고의 관심과 아울러 훈련, 정신 집중, 인내가 그 전제 조건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경청도 마찬가지, 위와 같은 노력이 필수적이다. 필자는 이 글을 쓰면서 온몸으로 경청했던 그 순간을 떠올리며, 코치로서 아직도 초심을 잃지 않고 ‘경청’을 일상에 잘 실천하고 있는지를 반성해본다. ‘나는 상대를 먼저 이해(경청)하고 난 다음에 이해시키려는 노력을 하고 있는가?’하고. * 칼럼에 대한 회신은 om5172444@gmail.com로 해주시기 바랍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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