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치들은 어떻게 전문성을 보증 받는가? 얼마전 한 고객의 질문을 받았다. “정신과 의사들은 동료들과 서로 진료 사례를 공유하면서 점검을 받는다고 들었는데, 코치들은 코칭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어떻게 점검 받습니까?” 무척 중요한 질문이다. 며칠 후에는 기업의 교육담당자에게서 또 이런 질문을 받았다. “임원들의 리더십을 개선하려고 일대일 코칭을 실시했습니다. 코칭기간에는 상당히 변화된 것 같았는데, 코칭이 끝나고 시간이 지나면, 무례하고 독단적인 언행 등 문제 증상을 다시 보이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아프지만 코치들이 새겨들어야 할 질문이다. 전문가의 함정 두 가지 질문을 받으며, 코치나 멘토, 컨설턴트 등 이른바 남을 돕는 전문가들이 빠지기 쉬운 함정을 생각해본다. 나 자신을 포함해서, 전문가들은 도움을 받은 사람과 조직으로부터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감사 인사를 받는 경우가 많다. 거기에는 말해지지 않은, 그래서 당연히 듣지 못한, 약간의 실망감이나 의문은 접수되지 않는다. 그 결과 자신의 실행 수준을 실제보다 높이 평가하기 쉽다. 자기 식대로 결과를 합리화하기 쉬운 것이다. 또한 전문가들은 남을 변화시키고 계몽하기에 바빠서 정작 자신을 개발하는 데 소홀하기 쉽다. 몇 백 시간, 몇 천 시간 실행했다고 경험을 자랑하기 전에, 자기 편향에 빠진 채 같은 수준에서 반복하고 있지는 않은지, 자신이 얼마나 성장하고 있는지를 돌아봐야 한다. 인간적인 취약점이 왜 자신의 코칭에 드러나지 않겠는가? 생각해보면 진심으로 두려운 일이다. 지적인 성장은 물론이고, 더 깊은 관계를 맺고, 더 많이 자각하고 통찰해 내는 통합적인 성장을 해나가야 한다. 스스로 배움과 성장을 멈춘 전문가는 실행의 수준도 한계를 갖게 되는 것이 자연법칙이다. 그래서 아무리 많은 경험을 쌓고 국제 자격증을 갖추었더라도 슈퍼비전이 필수다. 실행 수준을 계속 높여가기 위해 학습과 개발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코치, 상담가, 멘토, 컨설턴트들에게 슈퍼비전은 전문가 생활의 일부이다. 슈퍼바이저와 자신의 실행을 검토하고 재평가해보면서 안전지대에서 벗어날 수 있고, 고민을 해결해 나가며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슈퍼비전이 필요한 또 다른 이유는 지원 때문이다. 고객 시스템에 의해 소모되고 내적 외적 도전을 받는 작업의 특성 상 슈퍼바이저의 따뜻하고 깊이 있는 지원을 받으며 회복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슈퍼비전은 그 안전한 공간을 제공한다. 의욕과 실력의 갭을 메우는 것은 겸허한 성찰이다 한 번 변화한 듯 보였던 리더가 왜 변화를 지속하지 못했을까? 우리의 코칭 수준을 근본적으로 되돌아보게 하는 질문이다. 코칭 고객은 자기가 속한 시스템의 일부다. 그래서 조직문화가 바뀌지 않은 상태에서 개인의 변화 지속은 결코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최근 어느 고객이 코칭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코칭은 아픈 증상을 치료하는 대증요법이 아니라 체질을 강화해서 근본 치유를 하는 것이라고. 이런 황송한 소감을 들으면 코치들은 더 좋은 코칭을 해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원하는 변화를 현실에서 지속할 수 있도록 돕고, 코치가 떠나도 스스로 셀프코칭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아무리 어려운 환경이라해도 본질적으로 우리의 일이다. 요즘 TV에서 ‘백종원의 골목식당’이란 프로그램을 본다. 청년 창업가들이 의욕적으로 시작한 식당을 찾아가 문제점을 진단해주고 솔루션을 제안해주는 프로다. 엄청난 의욕과 반짝이는 아이디어는 있는데, 이것이 주방에서의 실력으로 뒷받침되지 않을 때 얼마나 당혹스러운 결과, 즉 형편없는 음식으로 귀결되는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전문성이란 그런 것이다. 말이나 아이디어가 아니라 원하는 결과를 실제로 내놓을 수 있는 실력. 그것도 거의 완벽한 수준으로 반복할 수 있는 경지, 그 전문성을 위해 슈퍼비전이 필요한 것이다. * 칼럼에 대한 회신은 helenko@kookmin.ac.kr로 해주시기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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