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를 찾기 전에 자신 속의 원인을 찾아라.’ 삼성전자 ‘반도체인의 신조’ 제5번에 있는 말이다. 삼성전자 임원을 코칭하면서 삼성전자의 성장비결이 무엇인지 물었더니 돌아온 대답이다. 안 되는 이유를 외부에서 찾지 않고, 자신에게서 찾는 게 삼성전자의 성장비결이라고 했다. 얼마 전, 후배들에게 명상하는 방법을 알려줄 기회가 있었다. 자신이 들이쉬는 호흡을 알아차리고, 내쉬는 호흡을 알아차린다. 고요하게 앉아서 자신의 호흡에 집중한다. 호흡을 알아차리다가 어떤 생각이 떠오르면, 그 생각에 대고 ‘이 뭣고’한다. 떠오르는 생각을 쫓아가거나 해답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게 아니라 그저 ‘이 뭣고’ 하고 묻기만 한다. ‘이 뭣고’ 명상이다. ‘저 사람 왜 저래? 저 사람 왜 저렇게 건방져?’ 우리는 하루에도 수 없이 이런 생각 때문에 괴로워한다. 상대방이 건방지다는 건 내 생각이다. 실제로 그 사람이 건방질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상대방이 건방지기 때문에 괴로운 게 아니라, 내가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괴로운 거다. 내가 지어낸, 내 생각 때문에 화를 내고 괴로워하는 것이다. ‘이 뭣고’ 명상은 내 생각의 이유를 자신에게서 찾는 훈련이다. 지속적으로 명상을 하면 자기 생각의 패턴을 알아차리게 된다. 자기가 어떨 때 기뻐하는지, 어떨 때 화가 나는지, 자기 무의식에 프로그래밍 되어 있는 자기를 알아차리게 된다. 어떤 경우엔 멋진 자기를 만날 수도 있고, 어떤 경우엔 치사한 자기를 만날 수도 있다. 익숙한 자기를 만날 수도 있고, 생소한 자기를 만날 수도 있다. 명상은 자신의 무의식을 있는 그대로 거울에 비춰준다. 하나씩 떠오르는 자기 생각을 직면하면서 무의식의 찌꺼기들이 청소된다. 차드 멩 탄은 『자신의 내면을 검색하라』에서 ‘생각하고 행하고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뇌의 구조와 기능을 바꾼다’고 주장했다. 명상을 하면 뇌의 구조가 바뀐다는 것이다. 뇌의 신경가소성 이론이다. 단전호흡에서는 자신의 의식이 가는 곳에 에너지가 흐른다고 한다. 기(氣)를 모으고 기를 돌리는 것은 뭔가 대단한 경지가 아니라, 그저 의식을 모으고 의식을 돌리는 것이다. 명상을 하는 것, 단전호흡을 하는 것은 모두 의식의 반응유연성을 강화시킨다. 어떤 사람이 못마땅하게 여겨질 때 ‘저 사람 왜 저래?’하고 이유를 밖에서 찾는 게 아니라, ‘나는 왜 그렇게 생각하지?’ 하고 이유를 자기 내면으로 돌리는 거다. 반면에 이유를 밖에서 찾는 건 ‘저 뭣고?’다. 모든 이유가 외부에 있기 때문에 스스로 할 수 있는 게 없다. ‘저 뭣고’는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강화시킨다. 우리는 대체로 ‘저 뭣고’ 때문에 괴롭다.‘저 뭣고’가 괴로움을 만들어낸다면 ‘이 뭣고’는 괴로움에서 벗어나게 해준다.‘저 뭣고’가 번뇌라면 ‘이 뭣고’는 해탈이다. 고통의 원인은 시들어가는 꽃 때문이 아니라, 꽃이 시들지 않기를 바라는 욕망 때문이다. 자신의 욕망을 알아차리고 시들어가는 꽃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줄 알 때 비로소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 마찬가지다. 일상의 고통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저 뭣고’에서 ‘이 뭣고’로 생각을 돌리는 것이다. ‘마하지관(摩訶止觀)’이라는 불교 수행법이 있다. ‘멈추고 알아차리는 위대한 방법’이라는 뜻이다. 화가 나면 멈추고, 왜 화가 나는지 알아차린다. 슬프면 멈추고 왜 슬픈지 알아차린다. 자기 생각의 이유를 스스로 알아차리는 것이다. 자기 무의식에 저장된 자신의 가치관, 신념, 욕구, 불안 등을 확연하게 알아차리는 훈련이 마하지관이다. 매 순간 자신의 생각을 거울에 비춰보는 것이다. 생각에도 냄새가 있다. 향기가 나는 생각도 있고, 악취가 나는 생각도 있다. 자기 생각만 옳다고 우기는 게 악취 나는 생각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어떤 생각에 동의하지 않으면서도 그것을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는 것이 지성의 증거’라고 했다. 향기가 나는 생각이다. ‘저 뭣고?’가 악취가 나는 생각이라면, ‘이 뭣고?’는 향기가 나는 생각이다. * 칼럼에 대한 회신은 iamcoach@naver.com로 해주시기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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