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개인 코칭을 하면서 고객으로부터 들은 하소연이다. “우리 이사님은 제 고충은 안중에도 없습니다. 자신의 지시사항이 현장에 전혀 먹혀 들지 않을 것이란 걸 잘 아시면서 저에게 일방적으로 전달할 것을 요구합니다. 일선 관리자인 저만 중간에서 나쁜 놈이 된다고 호소해도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이렇다 보니 업무 스트레스 때문에 이사님을 대하기조차 불편해졌습니다. 코치님, 좋은 해결 방법이 없을까요?” 이 하소연을 듣고 필자의 뇌리를 스친 게 ‘고르디우스의 매듭(Gordian Knot)’이었다. 기시미 이치로가 그의 베스트셀러 『미움 받을 용기』에서 인간관계 갈등에 비유했던 그 매듭이다. 아무도 풀지 못했다는 이 전설의 매듭을 알렉산더 대왕이 과감하게 단칼에 내리쳐 끊어버렸다는 이야기로 유명하다. 저자는 인간관계 갈등을 효과적으로 해결하려 면 과감히 과제를 분리하라고 권한다. ‘과제 분리’란 누가 풀어야 할 문제인지를 명확히 정하는 것이다. ‘이것은 내 것이고, 저것은 당신의 것이다’라고. 이렇게 과제를 분리했으면 타인의 과제에는 절대 개입하지 않고, 내 과제에 대한 타인의 간섭도 결코 용납하지 않음을 원칙으로 삼는다. 그래야 인간관계 갈등이 원만히 해소될 수 있다고 한다. 나는 그 고객에게 “팀장님, 이사님은 나름대로 자신의 과제를 잘 수행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누가 관여할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관여하면 오히려 관계만 나빠질 뿐입니다. 그대신 부당한 지시를 받았다고 생각하는 일선 관리자의 입장에서, 팀장님은 ‘나의 과제는 무엇일까’를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그 과제가 무엇일까요?’”하고 질문을 던졌다. 그 당시 팀장의 표정만으로는 내 질문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했는지 여부를 알 순 없었지만 분명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한편 티머시 골웨이는 『이너 게임』에서 ‘이것은 누구의 문제인가?’하고 스스로에게 질문해보라고 권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우리는 가정에서 자녀의 문제를 대신 해결해주는 게 좋은 부모가 되는 길이라고 믿어왔고 또 그렇게 행동해 온 측면이 강하다. 과연 이런 방법이 긍정적인 효과를 냈을까? 아니다. 예를 들어, 초등학생 딸이 나(아빠)에게 학교 숙제를 풀어달라고 들고 왔다고 하자. 이때 무심코 딸의 숙제를 대신 풀어주게 되면 나는 내 시간을 빼앗기게 되어 초조해지고, 딸은 문제해결 능력을 기를 수 있는 기회를 잃게 된다. 이후 곤란한 문제가 생길 때마다 딸은 계속 나를 찾아오게 될 것이고, 그 결과 부녀 사이의 보이지 않는 관계 갈등은 커져갈 것이고 부정적 영향은 꼬리를 물고 지속될 것임이 자명하다. 여기서 바람직한 부모의 역할이란, 딸이 자신에게 주어진 과제를 스스로 해결해서 성취감을 맛보며 능력을 기르도록 측면 지원하는 일일 것이다. 그러니 성급하게 나서기 전에 먼저 ‘이것은 누구의 문제인가?를 물어보자. 누구의 문제인지 확인하는 방법은 간단 하다. 그 선택이 가져올 결과를 최종적으로 누리게 되는 사람이 그 과제를 풀어야 하는 주인공이다. 타인의 과제에 개입하거나 떠안는 것은 우리의 인생을 힘들게 한다. 만약 인간관계 속에서 고민과 갈등이 생겼다면, ‘이건 누구의 문제인가?’를 먼저 따져본 후 타인의 과제는 과감히 버리도록 하자. 삶에서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란 자신이 믿는 최선의 길을 선택하는 것뿐이다.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한 이유는 과제를 분리하지 못하고 망설이기 때문이다. 신뢰에 관한 문제도 마찬가지다. 상대를 믿느냐 마느냐는 나의 선택이자 과제다. 하지만 상대가 어떻게 행동하느냐는 그 사람의 선택이자 그 사람이 풀어야 할 과제다. 상대방이 내 희망대로 움직여주지 않는다 해도 계속 믿을 것인가는 전적으로 내 선택에 달린 나의 과제인 것이다. 코칭 상황에서 우리 코치들도 많은 경우 앞에서 예로 든 ‘좋은 부모되기 증후군’처럼 ‘좋은 코치되기 증후군’에 시달리고 있다고 본다. 그 결과 코치 자신도 모르게 고객의 과제를 떠안고 고민하는 경우가 자주 벌어진다. 우리 코치들에게 ‘자신을 내려놓기(Egoless)’란 해결하기 힘든 숙명적인 과제인 것 같다. 그러나 코치는 고객이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해주는 사람이 아니다. 해결사가 아니란 말이다. 고객의 과제를 과감히 분리하자. 효과적인 코치라면 고객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깊이 자각하고 책임감을 갖고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나는 혹시 아직도 자기중심적 사고에 빠져 고객의 과제를 가로채 그것을 풀어보겠다고 애쓰고 있지 않은가? 스스로에게 질문해보라. 그리고 고객을 돕기 위해 효과적인 질문 던지기에 집중하자. 코치가 답을 듣기 위한 질문이 아닌, 고객이 스스로의 답을 듣고 그것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그런 질문을 말이다. 이것이 고객을 도울 수 있는 최선책이 아닐까? 그리고 앞으로 ‘이것은 누구의 문제인가’ 혹은 ‘이것은 나의 과제인가?’하고 질문하는 습관을 길러보기를 권하고 싶다. * 칼럼에 대한 회신은 om5172444@gmail.com로 해주시기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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