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학생 뒤에는 문제 부모가 있다. 내가 가진 믿음 중 하나다. 오랫동안 학원을 자문하면서 그 믿음은 더 강해졌다. 근데 문제부모들은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절대 하지 않는다. 모든 문제의 원인을 학교 혹은 선생에게 돌린다. 난 그런 문제 부모에게 “자녀교육과 부모 역할” 이란 주제로 글을 쓰게 하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학교나 학원을 보낼 때 자기소개서 비슷하게 글을 쓰게 하고 내용이 부실하면 불이익을 받게끔 하는 것이다. 목적은 명확하다. 자녀교육의 1차 책임은 본인에게 있다는 걸 인식시키고 학교에 맡긴 이상 선생에게 자녀교육에 대해 일임하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글을 쓰게끔 하는 이유는 막연한 자기 생각을 분명하게 정리하게 하는 것이다. 사실 모든 사람이 교육에 대해서는 한 마디씩 하고 나름의 철학을 갖고 있지만 나부터 명확하지 않다. 교육은 이래야 된다, 저래서는 안 된다는 말은 많이 하지만 그 생각이란 것이 어설프기 때문에 글을 쓰면서 교육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보라는 것이다. 글쓰기란 무엇일까? 글쓰기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무엇일까? 바로 생각정리이다. 흩어졌던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 글쓰기다. 생각이란 무엇일까? 이 생각 저 생각 오만가지 생각하는 것이 생각하기일까? 하루에도 높은 탑을 쌓았다 부셨다 하는 것이 생각하기일까? 이 생각도 옳은 것 같고 저 생각도 일리 있는 것 같은 게 생각하기 일까? 도대체 내 생각이란 것이 무엇이고 그 생각을 어디 가서 찾아야 할까? 대부분 우리가 하는 생각은 생각이 아니다. 잡념일 가능성이 높다. 어떻게 해야 복잡한 내 생각을 정리해 진정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최선의 방법 중 하나는 생각을 글로 옮겨보는 것이다. 막연한 생각을 글자로 옮기는 것이다. 그럼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 과정에서 무얼 느낄 수 있을까? 글을 쓸 수는 있을까? 일단 글쓰기가 어렵다는 걸 느낄 수 있다. 글을 쓴 다음에는 어떤 생각을 할까? 그 글을 읽은 본인은 자가 글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할까? 남들에게 이건 내가 쓴 글이라며 자신 있게 보여줄 수 있을까? 그런 사람이 몇이나 될까? 대부분 사람들은 글을 쓰지 못한다. 맘에 드는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은 소수일 것이다. 근데 그 과정에서 생각이 정리됐다고 느낀 사람은 제법 있을 것이다. 아직 자기 생각이 어설프고 정리되지 않았다는 고백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생각을 정리하는 최선의 방법은 글을 쓰는 것이다. 글로 생각을 옮기면 생각을 정리할 수 있다. 생각이 정리된 후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글을 쓰면서 생각을 정리하란 것이다. 머리 속에서 왔다 갔다만 하지 말고 그 생각을 활자로 옮기면 뜻하지 않게 많은 걸 배우고 느낄 수 있다. 만약 글이 잘 써지지 않으면 생각이 무르익지 않거나 생각하는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난 생각이 복잡할 때 글을 쓴다. 글을 쓰면 복잡한 생각이 정리된다. 나 자신이 갈고 다듬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워드프로세서는 단순히 타이핑 도구가 아니라 생각을 정리하는 도구이다. 글을 써야 생각이 명료해진다. 글을 쓰다 보면 아이디어가 튀어 나온다. 글을 쓰면 생각지도 못했던 생각이 튀어 나온다. 내 안에 이런 끝내주는 아이디어가 있다는 사실에 내 자신이 놀라는 경우도 있다. 글쓰기는 사고능력을 키워준다. 글쓰기는 단순히 생각이나 지식을 전달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다. 글쓰기가 중요한 이유는 글쓰기가 생각을 정리하고, 생각을 만들어내고, 논리적인 사람으로 변화시키기 때문이다. 한국인은 토론에 약하다는 말을 많이 한다. 쉽게 흥분하고 쉽게 식는다는 말도 자주 한다. 난 이를 개선하는 최선의 방법을 글쓰기로 생각한다. 국회의원이나 대통령 후보자들이 다양한 이슈에 대해 나름의 생각을 정리하는 글을 직접 쓰게 하는 것이다. 일단 그 과정에서 그들은 훈련되기 때문이다. 물론 남이 써준 글을 자신이 한 것처럼 거짓말을 한 사실이 들통나면 영원히 추방시키는 것이다. 그럼 어떤 일이 일어날까? 참 궁금하다. * 칼럼에 대한 회신은 kthan@assist.ac.kr로 해주시기 바랍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