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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정초(正初), 애독하는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을 읽다 내 눈에 띈 단어는 ‘Transition Figure’였다. 이 책에서 스티븐 코비(Steven Covy) 박사는 자기기만(Self-Deception) 연구로 널리 알려진 테리 워너(Terry Warner, 철학자) 교수가 이 용어를 처음 사용했다면서 그 의미를 이렇게 풀이했다. Transition Figure는 ‘자신이 물려 받은 부정적 인생 각본을 다음 세대에 대물림 하지 않고, 긍정적인 것으로 바꾸어 모범적 삶을 살며 타인과는 좋은 관계를 구축하고 세상을 아름답게 가꾸어간다’. 우리 말로는 ‘변환자’로 번역하고 있었지만 내 개인적으로는 ‘자기혁명가’가 더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지금으로부터 46년 전에 있었던 일로, 나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쳐 큰 감동과 깨달음을 선사했던 자기혁명가를 소개해 본다. 이 특별한 경험은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도 잊혀지지 않고 나의 뇌리에 강하게 각인되어 있다. 그 때문인지는 몰라도 나는 강의 때마다 청중들에게 자기 자신의 삶의 영역에서 혁명을 일으켜 보기를 권유하며 이 이야기를 들려주곤 한다. 그 시절의 기억이 아스라 하지만 당시 열일곱의 나이에 해군에 자원 입대했다. 1년 4개월에 걸친 후보생 훈련과 교육을 마치고 하사로 임관되어 고속수송함에 배치되었다. 군함을 타자마자 수행하게 된 나의 첫 임무는 해상 실종자 수색작업이었다. 당시 충무(지금의 통영) 앞바다에서 엄청난 해상 참사 사건이 발생했다. 한산도 충렬사 참배를 마친 많은 해군 훈련병을 태운 예인선이 모선(母船)으로 이동하다 바다 한 가운데서 침몰하는 바람에 무수한 꽃다운 청춘들이 목숨을 잃었다. 그 해상에서 나는 처음으로 가혹행위를 겪게 되었다. 

군생활을 하면서 별 이유 없이 선임자들에게 “유신 군대 좋지! 이 자식들 기합 빠졌어”라는 말을 자주 듣곤 했다. 그 시절 유행했던 악습들, 즉 빠따(몽둥이로 엉덩이를 치는 행위), 원산폭격(머리를 바닥에 대고 두 팔은 등 뒤로 돌린 채 목과 다리 힘만으로 버팀), 구타 등은 후임자들을 공포에 떨게 하였다. 두려움에 빠진 후임자들은 셀리그먼이 말한 '학습된 무기력(learned helplessness)’ 으로 속수무책 당할 수밖에 없었다. 세월이 흘러 올챙이가 개구리가 되었건만 그들은 여전히 후임들에게 자신이 당한 한풀이를 해대고 있는 게 아닌가? 언제 이 몸서리지는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으려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어느 날 바로 위 선임이 “앞으로 내 밑 기수에게는 구타를 하지 않겠다.”고 공언을 했다. 아니 이 보다 더 기쁜 일이 있을 수 있나? 세월이 흘러 우리가 최고 선임이 되었을 때 오랜 세월 마음을 쫄게 했던 가혹행위는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다.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는 마음의 평화가 자리하게 되었다. 

이렇게 후임자들에게 마음의 평화와 안식을 선사해 준 우리의 구세주(자기혁명가)는 지금 동해시에서 노년을 보내고 있다.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지만 우리 둘의 마음은 하나로 막역한 사이다. 가끔 만나 술 한잔하면서 그 옛날 이야기로 회포를 풀곤 한다. 얼마 전에 만났을 때, “그 때 어떻게 그런 감동적인 행동을 할 수 있었지?”하고 물었더니, “내가 얻어 맞을 때마다, 고참이 되면 이걸 반드시 없애야겠다고 생각했어”하며 덤덤하게 받아 넘겼다. 자신이 얼마나 혁명적 행동을 했는지 모르는 눈치였다. 그래서 “넌 정말 대단한 사람이었어. 너로 인해 나를 비롯한 수많은 후임들이 공포의 덫에서 벗어났으니, 분명 아무나 할 수 있었던 일은 아니었어!”하고 크게 칭찬해 주었다. 

그렇다. 이렇게 우리 각자는 마음만 먹으면 삶의 많은 영역에서 자기 혁명을 일으킬 수 있는 씨앗을 품고 있다. 다시 말해, 여러 세대에 걸쳐 대물림 되어 온 구습들을 과감하게 단절시킬 수 있는 용기와 잠재력을 갖고 있다는 말이다. 지금도 여전히 상당수의 사람들이 자기 부모로 물려 받은 인습을 그대로 행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를 접하게 되지만, 비록 나는 어렸을 때 부모에게 학대를 받았다 해도 내 자식에게는 인자한 엄마, 아빠가 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직장에서는 구성원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신뢰 받는 리더로, 사회에서는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존경 받는 시민으로 거듭날 수 있다. 그러자면 먼저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나 자신을 신중히 살펴본 다음 스스로에게 이렇게 물어보고 싶다. 

‘나는 과연 부모로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하고 있는가?’ 
‘나는 과연 직장에서 효과적인 리더의 역할을 하고 있는가?’ 
‘나는 과연 시민으로서 공중도덕과 법을 잘 지키고 타인의 모범이 되어 사회에 기여하고 있는가?’ 하고. 

우리 모두 당장 이 세상을 바꿀 수도 있는 자기혁명의 작은 씨앗을 심어 보자. 어찌 알겠는가! 내가 심은 작은 씨앗이 나비효과를 일으켜 수많은 이웃들에게, 후손들에게 감동의 물결을 선사할지. 망설이지 말고 용기를 내보자. 카르페 디엠(Carpe diem). 

* 칼럼에 대한 회신은 om5172444@gmail.com로 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