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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칭이 뭐요?” 
지인으로부터 질문을 받았다. 고민이 됐다. ‘이걸 어떻게 설명하지? 어떤 뜻으로 물은 걸까? 인사치레로 물은 건데, 정색을 하고 설명하는 건 생뚱 맞을 테고...’ 여러 궁리를 하다가 “코칭에 대해 어떤 게 궁금하세요?” 라고 물었다. 지인은 화를 냈다. “코치들은 그게 문제야! 물으면 그냥 대답하면 될 걸, 그걸 다시 질문으로 되돌려 주냐!!” 그분은 코치들이 하는 질문 때문에 짜증난다고 했다. 때와 장소를 가려서 질문 하라고 언성을 높였다. 난감했다.

코치라는 직업에 대해 생각해 봤다. 고객이 목표를 발견하게 격려하고, 전략을 수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책임지고 실행할 수 있도록 돕는 게 코치다. 그 과정에서 질문은 필수다. 그래서 코치들은 질문 능력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한다. 어떤 측면에선 질문하는 능력이 곧 코치의 능력이다. ‘그런데, 때와 장소를 가려서 질문하라?...’ 

얼마 전, 코치들을 대상으로 프로젝트 설명을 한 적이 있다. 준비해 간 자료를 제 시간에 다루지 못했다. 질문 때문이었다. 흐름을 따라 진행했으면 주어진 시간에 충분히 마칠 수 있었는데, 중간에 질문이 많아지면서 흐름이 엉켰다. 참석자들의 경험 정도가 서로 달라서, 경험이 많은 참석자는 지루해 했다. 아쉬웠다. ‘끝까지 듣고 난 후에 질문을 했더라면 효과가 훨씬 좋았을 텐데...’ 다음 날 아침, 명상을 하는데 짜증이 불쑥 올라왔다. ‘이게 뭐지? 어제 진행을 하면서 마치 심문을 당한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건 왜 그렇지?... 이 뭣고...’ 

또 다른 코치 모임에 참석했다. 이번엔 설명을 듣는 자리였다. 코치들은 설명을 듣는 동안 아무도 질문하지 않았다. 메모를 하면서 깊이 있게 들었다. 설명이 끝나고 난 후에 질문하는 시간이 주어졌을 때 비로소 질문했다. 모임은 예정시간 보다 빨리 끝났고 내용도 충실했다. 특히 기억나는 코치가 있다. 끝날 때까지 오직 듣기만 하고, 아무런 질문도 하지 않았고, 자신의 의견을 말하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대충 참석한 것도 아니다. 깊이 있게 그 모임에 존재했다. 그가 존재하고 있다는 걸 충분하게 느낄 수 있었다. 다음 날 아침 명상을 하는데 그 장면이 떠올랐다. ‘이건 뭐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존재감이 그토록 강력하다니... 이 뭣고...’ 

코칭 강의를 하면서 스스로 강조했던 말이 생각났다. ‘경청을 능가하는 질문은 없다. 좋은 질문은 경청으로부터 나온다. 코칭의 시작은 질문이 아니라 경청이다. 경청이 먼저다.’ 코칭을 하면 성과를 내야 하는 압박을 받는다. 그래서 어떤 질문을 하면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을지, 어떤 질문을 해야 할지 고민한다. 질문을 통해 성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두 차례의 모임을 통해 알게 된 게 있다. 

‘질문보다 경청이 먼저다.’
질문은 코치가 생각하는 방향으로 고객을 끌고 가는 측면이 없지 않다. 경청이 고객의 생각을 듣는 것이라면, 질문은 코치의 생각을 질문이라는 이름으로 표현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돌이켜 본다. ‘혹시 시도 때도 없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질문하지는 않았는가? 경청은 하지도 않고, 질문만 하진 않았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질문은 강력하다. ‘이 사람이 진정으로 원하는 게 뭘까? 이 사람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무엇일까? 이 사람에게 어떤 도움이 필요할까?...’ 코치는 질문을 통해 고객이 스스로 발견하고,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돕는다. 질문은 필수다. 그러나 고객으로부터 비롯되지 않는 질문은 코치의 에고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제대로 된 질문을 하려면 경청이 선행돼야 하는 이유다. 

이번 일을 계기로 굳게 다짐한다. ‘듣기에 앞서 질문부터 하는 습관, 시도 때도 없이 질문하는 습관’을 폐기한다. 완전하고(Complete), 검증가능하며(Verifiable), 돌이킬 수 없도록(Irreversible) 폐기(Dismantlement)한다. 
* 칼럼에 대한 회신은 iamcoach@naver.com로 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