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 40년 역사에 CEO는 단 세 명이다. 빌 게이츠, 스티브 발머에 이어 최근 사티아 나델리가 등장하자 시장은 ‘의외’로 받아들였다. 그가 인도 출신 엔지니어로서 잘 알려진 수석부사장도 아니고 존재감이 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빌 게이츠가 복귀하기 위한 수순이라는 추측도 나돌았다. 하지만 나델라는 불과 2년만에 늙어가던 마이크로 소프트를 신선하게 바꾸면서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 나델리는 어릴 때부터 좋아하던 여자친구와 결혼했는데, 첫 아이가 뇌성마비 장애로 태어났다. 의사로부터 그 장애가 ‘영구적’일 거라는 말을 들었을 때의 비통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처음엔 ‘왜 이런 일이 우리에게 일어났는가’라며 한탄했지만 아내와 대화를 나누며 진짜 고통스러운 사람은 아이 자신이라는 것과 부모로서의 책임을 깊이 받아들였다고 한다. 첨단기술 전문가로 일했지만 공감 능력이 높았던 그는 기술 자체도 중요하지만 그게 사람들 생활을 어떻게 향상시키는지 지켜보는 게 더 중요했다. 또 장애인, 가난한 사람, 차별 받는 사람의 고통에 공감해왔다. 늙은 독점기업 마이크로소프트에 공감의 정신을 심다 그동안 윈도우와 오피스가 담긴 디스크로 돈을 벌던 마이크로소프트는 모바일 부문과 검색 분야, 게임분야에서도 경쟁력을 잃은 상태였다. 애플과 구글 안드로이드, 아마존 같은 강자들이 떠오르는 동안, MS 내부에는 관료주의와 사내 정치가 강력하게 자리잡았고 사업부 간에 감정적인 골도 깊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새 CEO 나델리는 ‘공감’을 마이크로소프트의 심장에 심겠다고 했다. 그는 제일 먼저 기업의 존재이유를 분명히 하고자 했다. 현장을 찾아가서 사람들을 만나 질문하고 경청했다. 이를 통해 CEO로서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이 무엇인지 확신을 갖게 되었다. 회사의 사명과 혁신 방향을 명확히 공유하는 일, 조직 문화를 변화시키는 일, 파이를 키우기 위해 새롭고 놀라운 파트너십을 만드는 일, 모바일 퍼스트 클라우드 퍼스트 세상을 장악하기 위한 기회를 찾는 일, 모두를 위한 생산성과 경제성장을 회복하는 일이라고 정리한다. MS의 사명을 ‘우리 제품을 통해 사람들을 임파워하는 것’이라고 정립했고,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해 제품이 아닌 부가가치를 파는 기업으로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공감으로 이끌어낸 협력 피 터지게 경쟁하고 끝없이 소송을 하던 파트너들과도 협력하기로 하고, 애플이나 안드로이드 같은 경쟁자의 플랫폼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바꾸었다. 가치는 ‘개방, 협업, 대화’로 변화했다. 조직을 구성하는 데도 그의 공감 강점이 발휘되었다. 자신을 경쟁자로 여겨 불만에 차 있던 사업부장들, 기존 사업에 안주하려는 반대 세력들, 이들을 일일이 면담을 하면서 질문하고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경영진 팀의 워크숍을 통해서 개인적인 삶의 경험을 나누고 각자의 열정과 고통의 스토리들을 공유하면서 인간적인 유대를 다지기도 했다. 그 결과 점차 저항은 무너졌고, 새로운 방법을 찾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고 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역사를 다시 쓰고 있는 나델리의 스토리를 보면 리더가 자신의 강점을 알고 이를 활용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된다. 흔히 CEO나 임원에게는 ‘전략’이나 ‘성취’ 강점이 필수라고 생각하고 ‘공감’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훌륭한 성과를 가져오는 강점은 결코 하나가 아니라는 것, 자신의 재능과 강점을 최대로 활용할 때 탁월하게 성과를 이룬다는 것, 그렇기 때문에 성과를 내는 방식은 다르다는 것이다. 결국 성공하기 위해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될 필요가 없다는 것, 바로 이것이 우리가 하는 강점 코칭의 핵심 내용이다. 만약 바로 당신이 흔들리는 조직, 불만에 찬 조직을 단합시켜 혁신을 이루어내야 한다면 당신의 어떤 강점을 써서 그걸 이루겠는가? * 칼럼에 대한 회신은 helenko@kookmin.ac.kr로 해주시기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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