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어나고 있는 ‘미투 운동’을 보면서 놀라움과 실망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내가 그간 강의하면서 종종 인용해 왔던 시인이며, 연극 예술계를 주름잡고 많은 이들의 존경을 받았던 연출가 등, 그들의 숨겨진 추한 모습에 실망하고 있던 차에 미래 대한민국을 이끌어 갈 것으로 기대했던 사회 지도자까지 그 추한 속살이 드러나니 정말 ‘믿을 놈’하나도 없다는 좌절감까지 생겨난다. 그들의 공통점은 사람을 바라보는 가치관의 시각에도 문제가 있지만 알고도 실행하지 않는데 있지 않았는가 한다. 시인 유안진은 <신이 신발인 까닭>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발이 있어야 말은 말발이 서고 글도 힘센 글발이 되고 말발은 ‘말한 것을 발로 걸어서 실행하라.’는 뜻이다. 영어로 표현하면 ‘Walk the Talk’다. 이는 자기가 말한 것을 행동으로 옮길 때 ‘말발’이 선다는 것이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의 저자 스티븐 코비는 리더십의 핵심을 ‘모델링’이라 했다. 그것은 리더가 제시한 비전이나 가치를 스스로 실천해서 보여주는‘모델링’을 하지 않으면, 리더십의 여러 요소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연결되고 전달되지 않기 때문에 결국 조직이 효과적으로 돌아가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결국 리더는 말발(Walk the Talk)을 세워야 조직을 제대로 운영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말발이 서지 않으면 사람들은 결코 리더에게 신뢰를 주지 않고, 공감도 하지 않는다. 미투 운동에서 문제로 드러나는 것도 결국 리더들의 말과 행실에 커다란 괴리가 있었기 때문에 끝없이 추락하고 있는 것이다. 코칭에서도 말발이 서야 한다. 코치의 말발도 서야하지만 고객 또한 말발이 서야 코칭에서 지향하는 성장이 가능하게 된다. 최근 내가 코칭하고 있는 몇 사람은 코칭을 매우 좋아한다. 어떤 얘기를 해도 코치가 긍정적으로 받아주고 존중해 주고 공감해 주고 인정·격려해주니까 너무 좋다는 것이다. 코칭을 몇 회에 걸쳐 마치고 난 다음 한참 있다가 그들이 다시 코칭을 요청한 적이 있다. 그런데 아쉬운 것은 그들은 지난번 했던 코칭 주제를 되풀이하곤 하였다. 또한 지난번 코칭 받은 내용을 실천하지는 않고, 또 같은 방법으로 하겠다는 말을 되풀이하였다. 일차 코칭 때 실행 결과를 코치에게 보내주겠다고 철석같이 약속을 했지만 아무 응답이 없었다. 그들의 핸드폰 캘린더에도 버젓이 적혀 있는데도 말이다. 그동안 코칭 받으면서 다짐했던 다이어트, 책 쓰는 것, 친구간의 부채 청산 등의 여러 주제들이 그대로 남아 있다. 나를 보면 괜히 죄송하다고 한다. 고객들이 그들의 실행 다짐에 대한 말발이 서지 않아서 그들의 자존감에도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하는 걱정이 된다. 나도 그런 적이 있지 않았을까? 어떻게 하면 코치인 나 자신뿐만 아니라 고객의 실행력을 높여 말발을 세울 수 있을까? 최근 존 에이커프는 ‘피니시'라는 책을 내놓았다. 그는 일찍이 두 권의 저서 ‘시작하라(Start)’ 와 ‘그만두는 사람들(Quitter)’로 아마존, ‘월스트리트저널' ‘뉴욕타임스'에서 베스트셀러작가로 등극한 후, 예정된 페달을 밟듯 ‘피니시(Finish)’를 출간했다. 그의 말 중에서 특히 공감 가는 내용이 있다. ‘데이터 확인’이다. 그는 “데이터를 무시하는 건 중요한 소식을 알리러 온 전령을 죽이는 것과 같다.”고 하면서, “데이터를 무시한다는 것은 당신이 마주한 상황을 부정하는 일이다.”라고 했다. 나는 이 말을 ‘데이터에 근거한 세밀하고 지속적인 피드백 성찰’로 해석할 수 있다고 본다. 그냥 성찰이 아니라 현대인 답게 실행 데이터를 근거로 성찰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나는 다른 차원의 열정이라고 말하고 싶다. 열정은 행동에 대한 사랑이다. 존재가 행동으로 드러남에 의해 열정이 생겨난다. 행동은 존재를 체험하기 때문이다. 한국 불교를 해외에 알리는데 선구적 역할을 한 숭산 스님은 “오직 할 뿐” “오직 모를 뿐” 등의 간단 명료한 일상어로 외국인들의 마음을 파고들었다고 한다. 그 분의 짧은 법어가 말발을 세우는 큰 화두가 되었으면 한다. “오직 할 뿐” * 칼럼에 대한 회신은 7hspark@naver.com로 해주시기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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