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이 부족하면 자신감이 떨어지기 쉽다. 하지만 경험 부족이라는 결핍이 때로는 기존 체제의 불합리성을 날카롭게 고발하고 혁신을 가져오기도 한다. 신인이라서 뛰어난, 이른 바 루키 스마트 현상이다. 2011년 그리스의 경제정치 위기 와중에 하라 케랄리도우는 처음 국회의원으로 선출되었다. 그녀는 시민들은 고통을 감수하는 데 국회의원이 누리는 특혜가 과도하다는 생각을 멈출 수 없었다. 그래서 300명의 동료의원들에게 ‘관용차 이중 연금 무료 열차통행권, 추가 회의비 등 특전을 포기하자’고 요청했다. 반응이 어땠을까? 시민들은 환영했지만, 당 지도부는 그녀의 행동을 신참의 돌출행동이라며 엄숙하게 꾸짖었다. 자신에게 충고만 쏟아내지 아무런 변화가 없자 그녀는 배정받은 벤츠를 포기하고 회의 참석비를 받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얼마 후 군소정당 의원도 비슷한 선언을 했다. 이후 여론의 압력을 받자 하원 의장은 회의 참석비를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신인이었기에 기득권 체제에 물들지 않은 신선한 문제의식을 가졌고 뭘 몰랐기에 자기 신념을 주장하여 변화를 일으킨 것이다. 싱싱하게, 신인처럼 올 초 한 금융지주사로부터 1천명 이상이 참석하는 대형 강의를 요청 받아 갔다. 내 강의에 앞서 ‘밀레니얼 세대’에 대한 특강이 있어, 호기심에 참석했다. 놀랍게도 그 큰 무대에서 강의를 한 사람은 유명 강사나 대단한 전문가가 아니라, 신입사원 3인이었다. 발표는 놀라웠다. 엄청 재미있고 생동감 넘치며, 자신들의 스토리가 녹아 있었다. ‘아하!’ 하는 깨달음을 주었다. 내가 들은 밀레니얼 세대에 대한 발표 중 최고였다! 발표 방식도 완전히 새로워서 지루할 틈이 없었다. 주최측에 의하면, 신입사원 3인에게 ‘회사의 리더들이 새로운 세대를 잘 이해할 수 있는 30분짜리 발표’를 해달라고 주문하고 그들이 스스로 연구하고 준비하도록 했다고 한다. 선배인 담당자들은 지켜보며 지원만 했다는 것이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3개월 거기서 일하면 이상하지 않게 느껴지는 것, 그것이 조직문화다’라는 말이 있다. 신인들의 참신한 시각을 활용할 최적의 시기는 그들이 완전히 적응하기 이전일지도 모른다. 베테랑이 배워야 할 것 이런 현상은 베테랑들에게 교훈을 준다. 늘 하던 대로 하면서 나태해지는 걸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새로운 프로젝트를 준비할 때 경험이 많은 사람들은 예전 자료를 찾아서 몇 가지를 바꾸려고 한다. 더 이상 조언을 구하지 않는다. 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요즘처럼 세상이 빠르게 변할 때 경험은 저주가 되어 낡은 행동방식과 지식에 우리를 가두기도 한다. 베테랑이 배운 사람이라면, 루키는 배우는 사람이다. 조사결과 루키들이 타인에게 도움을 구하는 확률은 베테랑보다 4배 높다고 한다. 스티브 잡스가 어렸을 때의 일화를 공개한 게 있다. “제가 12살 때 빌 휴렛에게 전화를 했어요. 저 12살인데요, 주파수 계수기를 만들고 싶은데, 혹시 부품 남는 거 주실 수 있나요? 그는 웃음을 터뜨리더니 부품을 주었고, 휴랫패커드 조립라인에서 주파수 계수기의 볼트와 너트를 조립하는 일자리까지 주었죠.”(루키 스마트, 리즈 와이즈먼) 한 운동화 제조업체에서의 일이다. 본사 디자인팀이 샘플을 제조하고, 이를 중국과 베트남에 있는 공장에 전달해서 생산하는 시스템이었다. 디자인팀에 새로 합류한 23살의 라이언에게 조직은 신속제조업무를 미션으로 맡겼다. 라이언은 사람들을 쫓아다니며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왜 샘플은 꼭 본부에서 만들어야 할까, 공장에서 샘플도 만들면 어떤 문제가 있는가? 그는 중국 광저우로 가서 공장 팀과 일했다. 직접 가져온 원자재로 시제품을 디자인하여 넘기며 하루 만에 샘플 만들어달라고 요청했다.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고 덧붙였다. 그때부터 공장은 활력과 부산함으로 넘쳤다. 다음날 라이언은 4개의 멋지게 제작된 운동화를 받았다. 기존 체제에 균열을, 동시에 활력을 일으킨 것이다. 나이가 들어도 영원한 루키가 될 수 있다. 신인이 갖는 호기심을 잃지 않으면! 겸손하게 타인에게 물어보고 배운다면! 일을 놀이처럼 대할 수 있는 유희성, 나의 작품을 만들려는 열정을 갖고 있다면 수십 년 베테랑도 싱싱한 루키 스마트를 지니는 것이 아닐까 한다. * 칼럼에 대한 회신은 helenko@kookmin.ac.kr로 해주시기 바랍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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