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엉망진창이 된 젊은 여성이 있었다. 나이 마흔 한 살에 실직상태, 남편은 사업 실패, 집은 저당 잡히고 통장은 마이너스였다. 매일 술을 마셨고, 까칠하게 굴었다. 아침엔 실패한 삶과 마주하는 게 싫어서 일어나기가 힘들었고, 덕분에 아이들도 학교에 늘 지각했다. 문제는 그가 몰라서 그러고 있는 게 아니라는 거다. 제 시간에 일어나서 아침 준비를 하고 아이들을 스쿨버스에 태우는 것, 간단하고 쉬운 일이다. 그 쉬운 일을 하지 않는 자신이 한심하고 그래서 자책하며 무기력에 빠져있었다. 어느 날 그녀는 TV에서 로켓 발사 장면을 보았다. “5, 4, 3, 2, 1, 발사!” 카운트다운 소리와 함께 연기가 화면을 가득 채우고 우주선이 날아 오르는 장면은 자신에게도 카운트다운이 필요하다는 깨달음을 주었다. 다음날 아침 그녀는 마음속으로 “5, 4, 3, 2, 1”을 세고 바로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생각만 했던 아침이 실현되었다. 카운트다운을 세고 즉시 행동하기 시작하자, 삶의 다른 영역에서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두려워서, 게을러서, 부끄러워서 시도하지 않았던 많은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이 사람이 책 <5초의 법칙>의 저자 멜 로빈스다. 테드 강연으로 유명해졌고, 이젠 전 세계 사람들로부터 카운트다운으로 자기 삶이 바뀌었다는 사연을 받고 있다고 한다. 생각을 멈추고 몸을 움직이게 하는 카운트다운 운동 해야지, 라고 생각하지만 밤이 늦었다고 소파에 누워 TV를 본다. 가족에게 다정한 말을 하고 싶지만 어색한 게 싫어서 표현하지 않는다. 중요한 잠재 고객이 복도에 있는데, 선뜻 다가가지 못한다. 망설이는 동안 말을 붙이지 말아야 할 수많은 핑계가 떠오른다. ‘무례하게 보일 거야, 다른 곳을 쳐다보고 있네. 방해하면 싫어할 거야.. ’5초의 법칙은 간단하다. ‘5,4,3,2,1’ 세고 바로 그를 향해 걸어가는 거다. 그러면 뭔가가 일어나게 되고, 그러면 관계가 달라진다. 시작하는 게 어려워서 생각만 하고 있으면 더 하기 어려워진다. 1955년 12월, 흑인 여성 로자 파크스는 백인에게 버스 좌석을 양보하라는 부당한 요구를 거부했다. 인종차별이 상식이었던 시절에, 자기 좌석을 지키겠다는 그녀의 작지만 단호한 결정은 이후 들불처럼 일어난 흑인 시민권 운동의 시발점이 된다. 나중에 그녀는 그게 계획한 게 아니라, 순간적인 행동이었다고 말했다. 주저하거나 변명할 시간을 주지 않고 생각대로 행동한 덕분에 역사는 한 발 앞으로 내디딘 것이 아닐까. 카운트다운은 일종의 시작 의식이다. 시작 의식은 전전두엽피질을 활성화해서 행동을 일으킨다. 두려움, 변명 같은 관성적 사고를 할 여유를 주지 않음으로써 뇌가 변명거리를 찾는 대신 행동하는 데 집중하게 만드는 거다. 스스로를 밀어붙여 간단한 행동을 실행하면 자신감과 생산성이 높아지는 연쇄반응이 일어난다. 자신감이란 성격의 문제가 아니다. 자신의 생각을 실행에 옮기면서 스스로에 대한 기분 좋은 믿음이 쌓아져 자라나는 것이다. 시작 의식이 가져온 변화 어떤 사람은 회의시간에 의견을 말하는 게 어려웠다. 말해야 하는 이유도 알고 발표 방법에 대한 책도 읽었지만 두려움이라는 감정에 번번이 졌다. 그는 감정에 깊이 빠지기 전에 ‘5, 4, 3, 2, 1’ 숫자를 세고, 발언을 시작했다. 생각보다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였고, 회의장 분위기가 달라졌다. 어떤 사람은 버려야지 하면서도 버리지 못하던 옷과 잡동사니들을 쳐다보다가, 카운트 다운을 하고선 바로 버렸다. 홀가분한 마음과 깨끗한 공간이 남았다. 어떤 내성적인 직원은 조깅하다가 앞서 달리는 CEO를 발견했다. 예전 같으면 멀찍이 돌아갔겠지만, 5를 세고 다가가서 인사하고 대화를 시작했다. 그들은 산책하며 아이디어를 나누었고, 직장생활이 바뀌기 시작했다. 5초의 법칙을 읽고 나도 일상생활에 적용해보았다. 뭔가 시원하고 생산성이 높아지는 걸 담박에 느낄 수 있었다. 안전지대에 머물려는 핑계를 없애고 단지 시작하는 것이다. 시작이 반이라는 속담이 정말 맞다는 걸 몸으로 느꼈다. * 칼럼에 대한 회신은 helenko@kookmin.ac.kr로 해주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