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방송사 간부들 교육을 다녀왔다. 40대 중반의 사람들이 대부분이라 애들 교육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었다. 늦게 결혼해 40대 중반에 애를 낳은 관리자가 애 교육을 위해 어떻게 하면 좋겠냐는 질문을 던지자 여러 사람들이 조언을 했다. 한 사람은 이렇게 말했다. “지금은 고기 잡는 법을 가르치지 말고, 고기를 잡아 주어야 합니다. 고기 잡는 법으로 고기를 잡기가 어렵기 때문이지요. 전 공부하기 싫어하는 고 1짜리 아들과 협상을 했습니다. 학원에 가서 열심히 공부를 할래, 아니면 학원을 가는 대신 학원비를 모아 대학갈 때 줄까 라고 얘기를 했지요. 한참을 생각하던 아들이 학원비를 달라고 그러더군요. 이번에 대학을 갔고 그 동안 모은 학원비를 주었답니다.” 참 독특한 방식의 부모란 생각을 했다. 다른 한 사람은 이런 말을 했다. “우리 애는 프랑스에서 살다 왔어요. 거기서는 학교 가는 걸 좋아했는데 한국 온 후 학교라면 지겨워해요. 밤마다 학원을 다녀야 하고 애를 잡는다는 생각입니다. 별로 영양가 있는 교육도 아닌데 단지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고민이 많습니다. 전 심각하게 애를 외국에 보내는 걸 고려하고 있습니다.” 다른 이슈로 얘기를 할 때는 그저 그랬는데 교육 얘기가 나오자 다들 눈을 반짝이며 열심히 얘기를 했다. 살면서 제일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바로 교육이다. 학교교육은 물론 학교를 졸업한 후의 교육도 중요하다. 사람은 교육을 통해 진정한 인간으로 거듭난다. 고전에는 이와 관련한 말이 숱하게 많다. 그 중 대표격언은 명심보감에 나오는 “옥불탁 玉不琢이면 불성기 不成器 하고, 인불학 人不學이면 부지도不知道 니라.”이다. 즉, 옥돌(玉石)은 다듬지 않으면 그릇이 되지 않고, 사람도 배우지 못하면 인간의 도리를 알지 못한다는 뜻이다. 교육의 중요성을 잘 전달한다. 그렇다면 교육이란 무엇인가? 교육의 한자는 가르칠 교敎 플러스 기를 육育이다. 가르칠 敎를 파자하면 점괘를 뜻하는 효爻, 아들 자子, 칠 복攵이다. 아이를 회초리로 치면서 효를 가르친다는 뜻이다. 글자에 회초리가 있는 점이 특징이다. 육 育은 기른다는 뜻이다. 갓난 아이에게 젖을 먹여 살을 찌운다는 것이다. 교는 채찍의 느낌이고 육은 당근을 뜻한다. 교육 관련한 정의는 엘지그룹의 인화원장을 지낸 이병남 사장의 말을 인용하는 것이 좋을 듯 하다. “선생은 필요 없다. 교육을 위한 교육은 필요하지 않다. 학교교육에는 선생이 필요하다. 당장 써먹을 게 아니다. 기업교육은 다르다. 교육이 중요한 게 아니다. 그냥 배우는 것은 의미가 없다. 내 교육 철학은 러닝앤 트랜스포메이션이다. 배움이 변화로 연결되어야 한다. 배운 것을 통해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 말 그대로 폼이 트랜스를 해야 한다. 특히 기업 교육은 그렇다. 엘지의 사업가를 육성하는 곳이 인화원이다. 교육이 중요한 게 아니라 러닝이 중요하다. 작년에 14만 퍼슨데이를 했다. 그들에게서 러닝이 일어나야 한다. 러닝이 일어나지 않으면 우리 사명은 실패다. 학습이 일어나야 한다. 깨우침이 있어야 한다. 자기 의지로 행동적 결단이 일어나야 한다. 그래야 기본을 한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직무유기다. 트랜스는 넘어간다는 말이다. 폼은 형태다. 혁신은 껍데기를 벗기는 것이다. 딴 껍데기가 날 때까지 얼마나 괴로운가? 어떤 형태를 넘어선다는 의미다. 주어진 형태를 넘어선다는 것이다. 생명체의 본질이다. 세포분열이 중단되면 죽음이다. 모든 생명체는 끊임없이 변화한다. 변화는 생명체의 본질이다. 변화하지 않겠다는 것은 죽겠다는 말이다. 이런 것들이 일어나지 않으면 러닝이 일어나지 않았다.” 교육이 무언지 잘 설명하고 있다. 핵심은 명확하다. 교육의 목적은 행동변화란 말이다. 누군가 주입식으로 억지로 집어넣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학습하고 그 결과 행동변화가 일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교육은 어떠한가? 누군가는 파워포인트를 놓고 설명하고 배움의 의지가 없는 사람들은 인질처럼 끌려와 앉아 있다. 당연히 스파크가 튀지 않는다. 학습의지, 변화에 대한 의지가 없는 사람들이 계속 교육을 받으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행동 변화 대신 교육평론가로 변신한다. 교육에 대한 내성 耐性이 생겨 웬만한 강의에도 놀라지 않는다. 주워들은 건 많아 세상에 모르는 게 없지만 그 중 어떤 것도 실천하지 않는다. 교육이란 무엇일까? 플라톤은 올바른 것을 욕구하도록 가르치는 것이 교육이라고 주장한다. 우리는 어떤 것을 욕구할까? 욕구에는 몇 가지 옵션이 있다. 욕구해서는 안 되는 것을 욕구하는 것, 욕구해서는 안 되는 것을 욕구하지 않는 것, 욕구해야 하는데 욕구하지 않는 것, 욕구해야 하는 걸 욕구하는 것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여기서 두 가지 문제가 된다. 욕구하지 않아야 할 것을 욕구하는 것과 욕구해야 하는데 욕구하지 않는 것이 그것이다.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다 재미있다 란 책이 있다. 그만큼 하지 말아야 할 것에는 치명적 유혹이 숨어 있다. 이를 자꾸 추구하면 장기적으로 문제가 생긴다. 이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다음은 욕구해야 하는데 욕구하지 않는 것이다. 사실 이게 정말 중요하다. 진리를 추구하는 것, 선을 베푸는 것, 다른 사람을 돕는 것 등이 바로 그렇다. 인간은 이런 것을 욕구해야 한다. 궁금해야 하고, 뭔가 배우고 싶어야 하고, 진리를 추구해야 한다. 근데 이를 욕구하지 않으면 이 역시 문제가 생긴다. 교육이란 바로 올바른 것을 욕구하도록 가르치는 것이다. 오랫동안 공부를 지겨워했다. 고등학교까지는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 억지로 공부했다. 대학에 들어간 후에는 지적 호기심이 사라졌다. 박사학위를 위해 열심히 공부는 했지만 솔직이 재미는 없었다. 근데 지금은 아니다. 나는 요즘 공부하는 게 제일 재미있다. 골프를 치는 것보다, 술을 마시는 것보다 공부가 즐겁다. 특히 지금같이 어떤 단어에 대해 정의를 내리고, 뜻을 파악하는 일이 너무너무 흥미롭다. 나는 나이 60이 되어 비로소 욕망할 것을 욕망하는 것 같다. 여러분은 무엇을 욕망하는가? 여러분이 생각하는 교육이 무언지 알고 싶다. * 칼럼에 대한 회신은 kthan@assist.ac.kr로 해주시기 바랍니다. 더 많은 칼럼은 블로그에서 확인가능합니다. blog.naver.com/kuntaiha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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