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생각만 해도 참 좋은 당신 -김용택의 ‘참 좋은 당신’에서 또 새해가 왔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이 결국 자기 자신에게 이르는 길이라면, 새해 역시 나를 만나기 위해 나아가는 한 걸음씩의 과정 아니겠는가. 김용택 시인은 자신에게 이르는 길에서 만나는 ‘내 안의 나’를 ‘참 좋은 당신’이라고 불렀다. 그런데 헤르만 헤세는 소설<데미안>에서 다음의 질문으로 우리를 다시 일깨운다. “내 속에서 솟아 나오려 하는 것, 바로 그것을 살아보려고 했다. 왜 그것이 그토록 어려웠을까?” 김용택의 ‘참 좋은 당신’에 대해 헤세는 반박하듯이 질문한다. “그래, 내안에 ‘참 좋은 당신’이 있는 거 알아. 그리고 ‘모든 것을 지금 나보다 더 잘 해내려는 다른 나’가 있다는 것도 알아. 그런데 나도 현실에 부딪쳐 살아가다 보면 그렇게 안 되더라고. 어떻게 하면 좋지? 나 말이야, 수십 년 동안 노력해 봤어. 그래도 생각대로 잘 안 되더라고. 도대체 어떻게 해야 되는 거냐고?” 그래서 헤세의 질문을 화두로 잡고 연초에 숲속 길을 걸었다. 정말 내 안에서 솟아오르는 것이 무엇인지 가만히 지켜보았다. 내 안에 있는 ‘원형의 아름다움’은 무엇인가? 그걸 묻고 묻는 과정에서 결국은 그 답은 내가 내 안의 ‘참 좋은 당신’의 끈을 놓지 않고 붙들고 있는 것이라 했다. 그러자 ‘어떻게 하면 그 끈을 놓치지 않고 붙들고 있을 수 있지?’ 하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질문이 오면 답도 오게 되어있는 법이다. 문득 15년 전쯤 미국의 어느 세미나에서 여러 가지 내용 중에서 헤세의 질문과 관련된 답 중에 하나가 ‘RITUAL(의식)’이라는 것이었다. 그는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심사숙고해서 판단하고 그것을 위해 체계적이고 구조적으로 조율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이 단어를 사용한다고 했다. 쉽게 말하면 이를 닦는 건강한 가치가 일상적인 습관이 되어 우리를 자연스럽게 이끌고 갈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매일 아침 이를 닦는 데 많은 에너지 소모하지 않고도 그 가치를 구현한다는 것이다. 의지와 규율은 특정한 행위를 하도록 억지로 떠미는 것이지만 일상의 의식은 저절로 우리를 자연스럽게 끌어당긴다는 것이다. 좀 더 다른 차원에서 우리가 일상적으로 말하는 ‘습관’과 구분한다면, 습관은 필요한 행동에 좀 더 초점을 맞춘다면 리추얼은 자기 자신으로 돌아가기 위해 규칙적으로 하는 습관이다. 습관이 ‘Doing(하는 것)’에 좀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리추얼은 ‘Being(존재)’이 되기 위한 것에 좀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할 수 있다. 즉 가치와 의미가 있는 자기 자신으로 돌아가기 위해 매일 의식처럼 하는 습관이다.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는 매일 두 번 20분씩 명상을 한다.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매일 아침 거울을 보며 “오늘이 내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면 오늘 하려는 이 일을 할 것인가”라고 자문했다. 이것이 바로 리추얼이다. 우리는 세상과 만나다 보면, 일상의 일을 하다 보면, 또 사람을 만나다 보면 종종 중심을 잃고 외부의 시선에 휩쓸리게 된다. 그러다 보면 허둥지둥 살게 되고 ‘내 안에서 솟아오르는 것’은 매번 우선순위에서 뒤처지게 마련이다. 그렇지만 바람직한 리추얼은 우리를 일과 사람에게서 벗어나게 하고 내 속에 묻혀 있던 ‘참 좋은 당신’이 나에게 말할 수 있게 해준다. 진달래는 진달래답게 피고 개나리는 개나리답게 피면서 고유의 빛깔과 향기와 무늬를 보여준다. 그들은 자기답게 살고 있는 것이다. 그냥 자기 안에서 솟아오르는 대로 살고 보여주는 것이다. 인간만이 자기가 개나리면서 남에게 보여주고 찬사를 받기 위해 벚꽃인양 가면을 쓰고자 하는 집착 때문에 ‘내 속에서 솟아 나오려 하는 것’이 멈칫거리게 되고 나오더라도 뒷전으로 밀리게 된다. 그러다 보면 ‘내 속에서 솟아 나오려 하는 것’ 보다 언제나 다른 사람들이 원하는 것에, 세상이 원하는 것에 더 에너지를 집중하게 된다. 그러면 나는 점점 작아지고 희미해져 간다. 어쨌든 새해는 왔다. 새해에 맞는 새 길을 걸어가는 데 필요한 ‘RITUAL(의식)’을 정하고 실행하자. 매일 거울 앞에서 당당한 자세를 취해 보는 것도 좋겠다. 그래서 ‘내 안에서 솟아 나오려 하는 것’을 일깨우는 북소리를 울리자. 내 안의 나를 살려내자. 왜냐하면 그렇게 살아가기에 가장 좋은 해가 왔기 때문이다. * 칼럼에 대한 회신은 7hspark@naver.com로 해주시기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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