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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자기중심성은 그 누구도 벗어날 수 없다. 주체가 내가 되어 사건과 상황, 주변 사람과 분위기를 파악하고 스토리를 쓴다. ‘나’라는 존재는 지금까지 해온 경험의 부산물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아는 것만이 진리이자 정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나를 포함해서 말이다.

사회생활 이후 학습된 경험은 개인의 의사결정이나 상황판단에 강력한 힘을 미치는데, 첫 직장에서의 경험이 남은 사회생활의 정답지이자 판단의 기준이 되기도 한다.

계절이 바뀌면 계절에 맞는 옷을 꺼내 입듯이 환경과 상황이 달라졌을 때 그 상황에 맞게 적응하고 생활해야 하는데 ‘습관’이란 놈은 참 무섭다. 겨울이 지나 봄이 왔는데, 아직도 겨울 옷을 꺼내 입고는 “니 들은 왜 봄 옷을 입어?”라고 하는 격이다.

자주 하던 말들 중 하나가 “업무분장상에 없는 일인데요?”다. 그것은 기존 조직에서 나에게 주어진 업무 범위와 역할에 대한 기준이었으며, 성과를 낸다는 것은 업무분장상의 ‘내 일’을 아무 탈없이 수행한다는 의미였다. 어떤 일이 있어도 내가 맡은 일은 내가 책임지며 마무리 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기본 관점이 그렇게 세팅되어 있기에, 조직에서 내게 맡겨지지 않은 일들이 떨어지거나 도와야 하는 상황이 오면 속으로 의아해했다. “이건, 업무분장상에 나와있지 않은 일인데 왜 내가 도와야 하지?”, “이 일을 도우면 내가 맡은 일은 어떻게 수행하지?”, “내 일은 안 도와주면서 왜 자꾸 나만 도우라고 하지?” 등 소리 없는 메아리는 물음표에 물음표를 던졌다.

나는, 조직 속에 있었지만 조직 속에 있던 것이 아니었다. 많은 것을 안다고 자부했지만 내가 몸담은 조직에 대한 기본조차 알지 못했다. ‘상황’이 ‘사람’을 만든다. 지금 내 앞에 있는 사람의 이해할 수 없거나, 스트레스 받는 상황을 내 기준과 프레임으로 판단하면 “쟤 왜 저래”가 되지만, 그 사람이 그럴 수 밖에 없던 그 ‘상황’을 먼저 보면 “정말 힘들겠구나.” 가 될 수 있다.

조직은 나의 성공을 이루기 위한 꿈의 발판이기 이전에, 구성원들이 조화롭게 서로 도우며 커뮤니케이션 하는 장소여야 한다. 장기적인 성공을 이루려면 효과적인 협력이 필요하다고 애니 맥키는 HBR(Harvard Business Review)에 ‘Happiness Traps(행복의 덫)’이라는 논문을 통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목표를 달성하고 경력을 개발하려는 욕구는 우리가 최선을 다하도록 자극하는 힘이 되지만 야망이 과도한 경쟁심, 오로지 성취에만 목을 매는 태도와 결합되면 문제가 생기고 우리의 행동이 자신과 타인에게 주는 영향에 무감각해지면 관계는 상처받고 팀워크는 무너진다.”

지금 내가 하는 일이 조직 관점으로 도움이 되지 않고 팀워크를 저해하고 있다면, 잠시 멈추고 조직에서 필요한 급한 일을 먼저 처리하는 것이 옳다. 주변에 표정이 어두운 동료에게 다가가 도와줄 일 없냐고 물어보고 그의 일을 덜어준다면, 혼자서 성공하며 꿈을 이루는 것 보다 더 큰 만족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 칼럼에 대한 회신은 trueheo@coachingi.com로 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