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생존경영 연구소 서광원 소장과 VMD 전문가 이랑주 대표와 함께 식사를 하게 되었다. 한 사람은 신문사 기자를 거쳐 동물들이 어떻게 경쟁하면서 발전 진화하는지를 경영에 빗대어 설명하고 관련 책을 쓰는데 아주 흥미로운 주제이다. 이랑주 대표는 디스플레이를 바꾸는 것만으로 매출을 몇 배씩 올리는 사람이고 최근 “좋아하는 것들의 비밀”이란 베스트셀러 책을 썼다. 이런 조합으로 밥을 같이 먹기는 처음인데 아주 흥미진진했다. 이 대표가 최근 있었던 일을 얘기했다. “어떤 온라인 회사가 오프라인 매장을 냈어요. 강의 전 매장을 둘러보니 매장 설계자가 어떤 사람인지 그림이 그려지더군요. 쇼핑을 싫어하는 30대 중반, 키는 180전후의 남자, 여자의 심리를 전혀 모름 등등… 강의 때 누군지 나오라고 하는데 제 예상이 딱 맞는거예요. 사람들이 포복절도를 했지요.” 어떻게 알았느냐고 묻자 이렇게 답한다. “립스틱 매대 앞 거울이 너무 높아 일반 여성들은 자신이 립스틱 바른 모습을 절대 볼 수가 없더군요. 물건 배치도 레이아웃도 하지 말아야 할 것만 골라서 한 것이죠.” 이어 서 소장이 이런 질문을 했다. “골목에서 범인을 쫓던 경찰이 갈래 길을 만나게 되었어요. 어느 쪽 길로 가는 게 유리할까요?” 난 답을 못했다. 근데 이 대표는 “왼쪽 아닌가요?”라고 답했다. 정답이다. 인간은 오른쪽에 심장이 있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심장을 보호하기 위해 왼쪽으로 간단다. 진화심리학에서는 정설로 되어 있다는 것이다. 사람의 행동을 관찰해온 이 대표는 사람은 매장을 볼 때 왼쪽부터 본다는 것이다. 한 사람은 임상적으로 그 사실을 알고 있었고 또 다른 사람은 진화론을 공부한 결과 그 사실을 알았다. 난 이들의 내공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공부를 하면 사람이 이렇게 변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두 사람은 열심히 공부한 사람들이다. 한 사람은 백화점에서 전시관련 일을 하면서 전문성을 키웠다. 어느 날 독립해 재래시장이나 일반 점포의 디스플레이를 돕는 일을 했는데 한계를 느껴 더 공부하기로 한다. 전 세계의 잘 나가는 재래시장 150개를 일년에 거쳐 방문하면서 공부를 했고 책도 몇 권 썼다. 또 다른 사람은 기자를 하다 우연찮은 기회에 정글의 경쟁과 기업의 경영을 비교한 공부를 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취미 비슷하게 하다 자신이 너무 부족하단 사실을 깨닫고 본격적으로 동물학, 진화론, 식물학 등을 공부했다. 그의 고백이다. “10년 동안 사람들을 만나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을 만나면서 제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할 수는 없었거든요. 공부란 게 하면 할수록 모르는 게 쏟아져 나와 끝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공부가 뭔지 몰라 공부를 시작했지만 다시 하라고 하면 못 할 거 같아요. 그래도 지금은 익숙해져서 괜찮습니다. 공부하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이들을 만나고 오면서 난 이들이 하는 공부가 진정한 공부란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공부란 무엇일까 하는 질문을 하게 되었다. 공부란 무엇일까? 내가 생각하는 공부는 이렇다. 애정이 가거나 관심이 가는 분야가 생긴다. 지적 호기심이 생기면서 관련 정보를 수집한다. 관련 책을 읽으면서 호기심을 채운다. 어느 정도 채워지면 이를 내 방식으로 소화해 말하기와 글쓰기를 통해 이를 정리한다. 정의치고는 엉성하다. 그러다 전 삼성인력개발원 신태균 부원장의 공부에 대한 정의를 듣고 완전 동의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공부란 As is와 To Be 사이의 갭을 메우려는 모든 노력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미래 내가 되고 싶은 모습, 현재 내 모습을 정확히 볼 수 있어야 합니다. 그 차이를 인지하고 차이를 줄이기 위한 여러 가지 활동을 하는데 그게 바로 공부입니다.” 간결하지만 공부가 뭔지 그림이 잘 그려졌다. 공부한다는 것은 영어로 Study인데 어원이 라틴어의 Studeo에 있다고 한다. 라틴어의 이 말은 ~에 대해 애정을 가지고 있다, ~를 추구한다, ~을 위해 헌신한다 의미를 담고 있다. 즉, 공부를 위해서는 무언가에 필이 꽂혀야 한다. 아무 것에도 관심이 없으면 절대 공부를 할 수 없다. “공부란 세상이 필요로 하게 나를 갈고 다듬는 것이다. 세상이 필요로 하는 것, 그 중에서 내게 가장 잘 맞는 것을 선택해 갈고 닦으면 그게 진짜 공부다. 나는 공부에 대한 정의를 세운 뒤 스스로 일하기 시작했다. 트랜드에 민감한 개발실은 특히 이 말에 많이 공감한다. 고객이 우리를 필요로 하게 만들어야 한다. 우리 구두를 사지 않으면 못 배길 정도의 구두를 만들어야 한다.” 자수성가의 대표인물 안토니 구두 김원길 대표의 공부에 대한 정의인데 참으로 멋진 정의이다. 어떤 면에서 인생은 공부의 연속이다. 회사에 취직해 일을 하는 것도 사실은 뭔가를 배우는 공부의 과정이다. 만약 세상 모든 것에서 배울 수 있다면 그 인생은 참으로 행복할 것이다. 여러분은 현재 어떤 분야에 필이 꽂혀 있는가? 그런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가? 그 결과물은 어떤가? 난 어원과 재정의에 꽂혀 2년 정도의 시간을 보냈다. 그쪽 관련 책을 참 많이도 사 모았다. 만나는 사람마다 그 얘길 하니 자신들이 알고 있는 정보를 내게 주었다. 그런 것들이 하나하나 정리되면서 글이 완성된다. 그 과정은 정말 행복했다. 공부하는 재미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 칼럼에 대한 회신은 kthan@assist.ac.kr로 해주시기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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