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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이 가고 있다. 나는 연말이 되면 통상 두 가지 의식(ritual)을 한다. 하나는 ‘지난해를 어떻게 껴안고 갈 것인가?’이고 또 하나는 ‘다가오는 새해를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이다.

우선 지난해를 껴안고 가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의식(ritual)을 한다.
1. 감사할 것을 생각한다.(Think thanks)
2. 감사와 관련된 사건 이미지, 느낌과 하나가 되어 본다.
하나에만 머물지 말고 여러 가지를 느껴 본다. 그리고 다시 전체를 느껴 본다.
3. 감사를 표현해 본다.
4. 내 안에서 일어난 에너지를 느껴본다.
5. 나를 축복한다.

지난 2017년을 감사하는 것이다. 막연히 감사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감사할 것을 생각해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나무가 아름답다’라고 할 때에 나무의 어느 부분이 아름다운 것인지 찬찬히 들여다보고 음미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와 같이 2017년에 내가 만난 구체적 감사와 관련된 사건을 생각하며 구체적으로 그 이미지를 그려보고 그 느낌과 하나가 되어 보는 것이다.
나는 2017년 1~2월에 22일간 필리핀 보홀 섬에서 매일 아침 해뜨기 전에 해변 모래사장에서 떠오르는 태양을 마주하며 묵상했던 때와 장소를 떠 올리며 그것에 감사한다. 그리고 매일 아침 나를 위해 책상과 의자를 해변에 가져다 놓은 ‘피터’라는 봉사자에게 감사한다. 그리고 해변 언덕에 아침 새벽부터 피어나는 여러 색깔의 꽃에 감사한다. 좀 일찍 일어나면 들을 수 있는 요란한 이국의 풀벌레 소리에도 감사한다. 섬 깊은 곳에 있는 작은 리조트의 아담한 수영장도 감사하고, 매일 아침 비슷한 시간에 내 앞을 지나가며 바다 바람에 검게 타버린 얼굴로 나에게 보내준 어부의 해맑은 미소에도 감사한다.

지금 와 생각해 보니 보홀 섬에 도착해서 떠날 때까지 만난 모든 사람과 사건이 그렇게 감사할 수가 없다. 그 모든 사람들과 사건들을 만나게 해 준 2017년에 대해 감사한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그리고는 그 감사를 생각하고 표현한 뒤에 내안에서 일어난 에너지를 느껴본다. 감사한 것 하나를 생각하고 또 다른 것과 연결해서 구체적으로 표현해 보는 과정에서 깨어나는 에너지는 순수한 기쁨과 긍정에너지다. 이러한 에너지는 감사와 축복이 펼쳐 나오는 내 근원의 자리(Center of Being)를 마련해 준다. 그 근원의 자리는 내가 힘들 때마다 축복과 감사와 사랑의 에너지를 계속 보내줄 것이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축복합니다.”

그리고 내년을 생각해 본다. 새해에도 여느 해와 같이 불확실한 일들이 많이 일어날 것이다. 그렇지만 지난해의 감사와 사랑과 축복에너지를 껴안고 가게 되면, 여러 가지 불확실성이 긍정의 기회로 바뀔 것이다. 그렇게 되기 위한 의식(ritual)을 다음과 같이 해 보면 어떨까 한다.
1. 다가오는 새해를 생각하며 눈을 감고 깊은 호흡을 3번 한다.
2. 두 눈 사이의 미간에 주의를 둔다.
3. 새해의 빛을 내가 좋아하는 은유로 표현한다.
4. 미간으로 그 은유의 빛이 천천히 여행하듯 들어오는 것을 상상한다.
5. 미간을 거쳐 그 빛이 내 몸의 근육과 세포에 퍼져가는 것을 느낀다.
6. 나의 근육과 세포의 반응을 느껴본다.
7.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내년의 나를 축복한다.

위의 리추얼은 명상 음악을 틀어놓고 겸허한 자세로 고요한 장소에서, 내면의 나와 더불어 하면 어떨까 한다. 토마스 아퀴나스는 다음과 같은 말을 통해 우리가 사물을 머리로 이해하는 것보다 이러한 의식을 통해 감정적으로 느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려주고 있다.

“인간은 이성을 통하여 아는 것을 감정을 통하여 알게 될 때 비로소 진리를 깨닫게 된다.”

새해가 다가옵니다. 여러분,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축복합니다.”
* 칼럼에 대한 회신은 7hspark@naver.com로 해주시기 바랍니다.